전두환은 재임 중 대기업들로부터 거액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1997년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돼 2205억원의 추징금을 선고받았습니다. 그러나 전 재산이 29만 원밖에 없다면서 버텨 현재 미납 추징금만 1673억원입니다.
이렇게 돈이 없다고 자신이 뇌물로 받은 어마어마한 돈을 아직도 국가에 내지 않아, 전두환의 비자금을 국세청이 못 찾는 것인지, 일부러 찾지 않는지 국민들의 의구심을 받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전두환의 아들 전재용 씨가 땅을 거래하면서 수백억 원의 수익을 올리는 거래가 발견됐습니다.
'조카에게 500억짜리 땅을 28억에 넘긴 외삼촌'
전두환의 처남 이창석씨는 2006년 12월 자신의 명의로 있던 경기도 오산시 양산동의 야산 95만㎡(여의도의 3분의 1 크기) 가운데 절반가량을 건설업자 박씨에게 500억원에 팔았습니다. 그리고 나머지 절반은 조카인 전재용씨에게 28억원에 넘겼습니다. 똑같은 야산을 똑같은 규모로 파는데 한 사람에게는 500억,자기 조카에게는 28억원이라는 말도 안 되는 가격에 판 것입니다.
아무리 조카라고 해도 1-2억도 아니고 무려 470억원을 깎아준 것입니다. 이렇게 보기 드물게 착한(?) 삼촌 덕에 전재용씨는 28억원에 산 땅을 같은 건설업자 박씨에게 400억원에 넘깁니다.
이창석씨가 판 경기도 오산시 양산동 야산 95만㎡(여의도의 3분의 1 크기)는 결국 건설업자 박씨에게 모두 팔린 셈입니다. 그런데 참 복잡하게 조카에게 넘겼다가 다시 건설업자 박씨가 사는 과정을 겪습니다.
이 수상한 거래를 두고 많은 사람들은 저 땅이 전두환이 숨겨놓은 비자금이라고 단정 지을 수밖에 없습니다. 왜냐하면, 굳이 한 사람에게 넘길 땅을 조카를 거쳐서 팔 이유가 없고, 조카라고 400억원의 땅을 단돈 28억원에 넘기는 삼촌은 없기 때문입니다.
전두환의 비자금을 국세청이 찾지 못한다고 하지만 전두환 가족들의 재산은 나날이 늘어만 가고 있습니다.
'전두환 가족이 운영하는 이상한 회사들'
예전부터 전두환의 처남 이창석의 부인 홍정녀는 '오공녀' 또는 '공아줌마'로 불렸습니다. 실제로 그녀는 5공비자금 관련 채권을 명동 사채시장에서 현금으로 바꾸기도 했습니다. 그녀뿐만 아니라 전두환의 가족 전부가 비자금과 관련한 의혹에 모두 연루되어 있습니다.
지난해 연말 골프회원권 거래시장에 서원밸리 골프회원권 142개가 한꺼번에 나왔습니다. 수도권에서 알아주는 서원밸리 골프장의 전체회원권이 460개니,전체 회원권의 3분의 1가량 되는 물량이 나온 것 입니다.
이렇게 한꺼번에 골프회원권을 거래시장에 낸 회사는 에스더블유디씨라는 법인인데, 이 회사의 대표는 전두환의 처남인 이창석 씨, 감사는 이 씨의 부인 홍정녀 씨, 이사는 전두환의 차남 재용씨와 재용씨의 부인 탤런트 박상아 씨입니다.
355억원이나 되는 골프장 회원권은 실제로 외국인 상대 분양몫이었는데, 이것이 전두환 가족이 소유한 회사의 소유로 인정받았고 매물로 나왔던 것입니다. 그런데 이번에 경기도 오산시 땅의 수상한 거래에 등장한 삼원코리아의 공동대표가 전두환의 처남 이창석과 아들 전재용씨입니다.
또한, 이 두 회사는 주소지가 동일하다는 이상한 점도 발견됐습니다. 이처럼 전두환 가족이 가진 어마어마한 재산과 그 재산 형성 과정을 보면 이상한 점이 한두 개가 아닙니다. 그런데 이런 이상함이 일반 국민에게만 이상해 보인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13평 아파트 세입자로 살았던 외증조부가 물려준 수천억 원 재산'
2004년 전재용 씨는 자신이 관리하던 채권 170억원 중에서 73억5000만원이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라는 사실이 드러나 구속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전재용씨는 외할아버지인 이규동씨에게 받은 돈이라고 무죄를 주장했습니다. 사망한 이규동씨와 관련된 재산은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경기 연천군에 있는 17,000평 규모의 허브 빌리지 농원도 전두환 가족의 소유입니다. 이 곳은 전두환의 장남 전재국씨가 2006현 건설한 종합 생태공원입니다. 이 땅은 전재국씨와 부인, 그리고 큰딸이 사들였는데, 스무 살짜리 딸이 17,000평짜리 금싸라기 땅의 소유주가 된 것입니다.
도대체 무슨 돈으로 전재국씨 가족이 수백억 원의 땅을 구입할 수 있었을까요? 이들의 주장은 외증조부로부터 물려받은 유산이라고 하는데, 실제 이들의 외증조부는 1997년 사망할 때까지 13평 아파트 세입자였습니다.
13평 서민 아파트, 그것도 세입자로 살았던 외증조부가 무슨 돈이 있었기에 수백억 원의 유산을 외손주들에게 물려주었는지는 아무도 알려주지 않고 있습니다.
'이것이 그들만의 정의'
전두환은 박정희가 궁정동 안가에서 여자들과 시바스 리갈을 마시다가 죽었을 때의 기회를 잘 이용해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된 사람입니다. 그가 아무리 박정희의 총애를 받았던 인물이었지만, 대통령까지 될 수 있었던 능력은 박정희로부터 배운 군사쿠데타 때문입니다.
전두환과 그의 처 이순자가 가진 추징금과 범죄에 대한 인식은 아래 기사에 잘 나와 있습니다.
『전 전 대통령은 아직 내지 않은 추징금을 어떻게 할 것인지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는 것이 없다.”고만 답한 뒤 자리를 떴다. 하지만 이 여사는 맺힌 응어리가 있었던 듯 기자들을 향해 “정치자금을 뇌물죄로 한 것이기 때문에 그 돈을 우리가 낼 수 없어요.”라고 말했다.
”큰아들 전재용씨 등 가족들은 돈이 많지 않으냐. 그 돈으로 해결하면 되는 것 아니냐.”는 질문이 이어지자 이 여사는 불편한 표정을 지으면서 ”대한민국에서는 각자가 하는 것이고 연좌죄도 아닌데 그건 아니죠.”라고 일축했다. 이어 “각하 것은 성의껏 다 냈어요. 그것은 알고 계세요.”라면서 다소 성난듯한 반응을 보였다. 』(서울신문 4월11일자 기사 중 발췌)
정치자금을 뇌물죄로 규정했기 때문에 억울하다는데, 전두환은 이런 검은돈을 무어라고 생각했을까요?
전두환은 기업인들이 낸 돈은 왕에게 자신의 목숨을 구걸하는 장사치들이 낸 돈이기 때문에 받는 것이 오히려 성은을 보여주는 행위라 생각했습니다.
어느 기업인이 정치자금을 '정치안정'에 기여한다고 생각할까요? 그들이 '정치자금(이라고 쓰고 뇌물이라고 읽음)'을 내는 이유는 세무조사 등 권력자의 칼을 피하기 위함이고, 자신이 낸 만큼의 특혜를 받기 위해서입니다.
전두환 아들의 수상한 땅 거래는 2006년도에 발생했는데, 지금에서야 밝혀지고 있습니다. 또한, 국세청은 관련 자료를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식으로 내년이 지나면 전두환에게 추징금을 더는 받아낼 수 없습니다.
전두환이 받은 수천억 원의 정치자금은 대한민국 정치안정을 위해 낸 것이 아니라 전두환 일가가 평생 돈 걱정 없이 평안하게 살 수 있도록 기업들이 뇌물로 준 것입니다.
전두환과 그의 가족들은 내년 10월로 끝나는 '추징금 시효만료'가 빨리 끝나,그동안 숨겨놓았던 비자금을 꺼내 눈치 보지 않고 돈을 펑펑 쓰며 호화롭게 살기만을 바라고 있을 것입니다.
2012년 12월 정권이 바뀌고 2013년 추징금 시효만료를 연장하거나, 권력자의 비리 재산을 가족까지 추징하는 법률안이 빨리 만들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전두환의 정의 사회구현이 아닌 대한민국 모두가 바라는 정의 사회가 제대로 된 법안에서 이루어지길 간절히 바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