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 장군이 노량해전을 4개월여 앞둔 1598년 7월 8일 물품 지원을 담당하던 한효순에게 보낸 것으로 보이는 친필 편지. [김성룡 기자]
임진왜란 말기, 수세에 몰렸던 조선 해군은 명에서 파견된 수군과 연합군을 이뤄 반격에 나서게 된다. 당시 명군과 합류를 준비하던 충무공(忠武公) 이순신(1545~98) 장군의 면모를 엿볼 수 있는 친필 간찰(簡札·편지)이 처음 공개됐다.
서지학자 김영복(고미술 경매사 옥션 단 대표)씨는 9일 이번 간찰을 공개하면서 "광복 이후 발견된 이순신 장군의 간찰 중 상태가 가장 좋고 가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순신 장군이 남긴 간찰은 현재 10여 통이 전해지고 있으나 대부분 내용 전체를 파악할 수 없는 낱장이거나 친척들에게 보낸 사적인 편지가 대부분이었다.
이번에 공개된 간찰은 이순신 장군이 전쟁 중에 쓴 『난중일기(亂中日記)』에도 포함되지 않은 시기의 기록을 담고 있어 당시 전쟁 양상을 파악하는 데 귀중한 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간찰은 명나라 수군제독인 진린(陳璘)이 합류하기 8일 전인 1598년 7월 8일 작성됐다. 해군사관학교박물관 기획연구실장 이상훈 교수는 10일 임진왜란 발발 420주년 한·중 워크숍에서 '이순신 간찰에 보이는 명 수군의 참전 초기 양상'이라는 논문을 통해 이런 내용을 발표한다.
간찰에 따르면 진린이 합류하기 이전에 이미 계금(季金)이 이끄는 명의 수군 선발대가 도착해 있었으며, 이순신은 이들의 접대와 연합작전의 구상으로 분주한 날을 보내고 있었다. 충무공은 편지에서 "명나라 장수들이 머무는 곳의 일로 분주하고 아울러 배탈이 나서 몸이 편치 않아 고민스럽다"고 적었다.
명 장수의 접대를 위해 조정에서 보낸 관리뿐 아니라 지역의 유력한 유림도 동원됐다는 사실도 확인할 수 있다. 이 교수는 "편지에 수신자가 명확히 밝혀져 있지 않지만 명군의 접대를 위한 물품 지원을 담당했던 총감사 한효순(韓孝純·1543~1621)에게 보낸 편지일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