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강·8개 지천, 제방 붕괴되고 강바닥 침식
한겨레 | 입력 2011.05.15 19:30 | 수정 2011.05.15 23:30
4대강 주변 홍수피해 우려
4대강 사업이 홍수 피해를 불러오고 있다. 둑이 무너지고 강바닥(하상)이 침식되고 이를 방지하기 위해 쌓은 하상보호공이 쓸려 내려가는 사태가 남한강 사업 구간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이포보에선 최근 두차례 내린 비에 오른쪽 기슭(우안)의 둑 200m가 무너져 5000㎥의 토사가 강물로 쏟아졌다. 13일 현장을 찾아보니, 이포보 우안의 문화광장과 어도 또한 유실돼 흙탕물이 흘러가고 있었다. 황인철 녹색연합 4대강현장팀장은 "지난달 30일 비로 제방이 무너졌다가 보강공사를 벌이던 중 10일 비로 또다시 무너졌다"고 말했다.
시공업체인 대림건설과 감독관청인 국토해양부는 13일까지도 이런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다. 대림건설 관계자는 "정부에서 언론 대응을 하지 말라고 해서 (붕괴 여부에 대해) 말할 수 없다"며 취재진의 현장 접근을 막았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강원 영월에서 500년 빈도의 비가 내렸기 때문에 이 정도면 잘 막은 것"이라며 "20일까지 복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박창근 관동대 교수(토목공학)는 "비가 많이 내려도 충주댐에서 유량조절을 해서 보내기 때문에 불가항력적이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고 반박했다.
여주군 점동면 청미천과 남한강 합류부에 설치된 '대형 하상보호공'도 이번 비에 휩쓸려 떠내려갔다. 원래 이 구조물은 거센 물살로 강바닥이 파이는 것을 막기 위해 돌망태를 너비 150m, 높이 2m의 '작은 댐' 모양으로 쌓은 것이었다. 하지만 거세진 물살은 작은 댐을 부쉈고 이어 댐 상류에 막혔던 모래도 쓸려 내려왔다. 애써 준설한 청미천 하류엔 예전처럼 모래밭이 쌓였다. 단 열흘 만에 준설이 헛일이 된 것이다. 첫번째 비가 내린 지난달 30일과 두번째 비가 내린 10~11일의 이 지역 강수량은 각각 74.5㎜, 91㎜였다. 매년 봄 한두차례 내리는 집중호우 수준이다.
대신면 한천의 시멘트 제방도로는 지진이 난 것처럼 갈라져 있었다. 지난해 추석 집중호우 때 지반이 유실되면서 도로가 하늘 위로 붕 떠버린 것이다. 여주군은 고육책으로 콘크리트 제방 공사를 하고 있지만, 이로써 자연형 하천의 모습은 볼 수 없게 됐다. 강원 원주시 섬강과 남한강 합류부의 하상보호공도 유실됐다. 이곳에서 민물고기를 잡아온 한승해(55)씨가 말했다.
"물살이 총알처럼 빨라졌어요. 섬강에 배를 띄우지도 못해요. 지난 비엔 떠내려가는 배를 겨우 붙잡았어요."
남한강 지천이 이상현상을 보이는 이유는 본류 강바닥을 깊게 팠기 때문이다. 본류 강바닥이 낮아지면 표고 차가 커져서 본류로 유입되는 지천의 유속이 비정상적으로 빨라진다. 이에 따라 지천과 본류의 합류지점부터 거꾸로 △강바닥 침식 △제방 붕괴 △하상보호공 유실 등 지형 변화가 나타난다. 준설 초기인 지난해 여름에 견줘 올해는 적은 봄비에도 이런 '역행침식'이 두드러지고 있다. 여주군 북내면 금당천 금당교의 교각 하단이 부서지고 강천면 간매천 강바닥에 묻힌 관로가 노출된 것도 이번 조사에서 목격됐다.
남한강은 저주에 걸린 것 같았다. 모래를 파면 팔수록 쌓이고, 둑은 막으면 막을수록 무너졌다. 올해 여름 태풍과 장마가 시작되면 이런 현상은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 거센 물살을 견디는 것은 콘크리트뿐이다. 박창근 교수는 "모든 지천의 제방과 수로를 콘크리트로 쌓거나 4대강 사업을 포기하고 자연형 하천으로 복원하는 방법밖에 없다"며 "결국 4대강 사업은 모든 하천의 콘크리트화를 불러올 것"이라고 말했다.
여주 원주/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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