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중재범 이상민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 둘러싸고 주목받은 의원이 있다.
5선 중진의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63)이다.
이 의원은 몇 의원들과 함께 ‘언론 10적’으로 불리며 문자 폭탄 세례를 받았다.
언론중재법 개정안 신중 처리론을 공개적으로 언급했다가 강성
지지층들에게 미운털이 박힌 것이다.
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난 이 의원은 “검찰개혁, 언론개혁도 중요하지만
정작 정치개혁, 정당개혁은 왜 안 하는가”라며 “강성 당원들과 대화도
되지 않는 현 상황을 당원 교육 등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법조인 출신이기도 한 이 의원은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두고 “절차적으로도
내용적으로도 하자가 있다는 것을 인정했어야 했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민주당만 빼고 지금 다 반대하고 있는 법안”이라고 말했다.
-언론중재법 개정안 강행 처리를 두고 비판 목소리를 냈다.
여권 지지자들로부터 많은 질타를 받았다고 하던데.
“문자 메시지도 많이 받았고 사무실로도 전화가 많이 왔다.
심한 욕설이 담긴 문자 메시지를 많이 받았다.
일방통행식 화풀이라고 본다.
그분들이 뜻하는 바에 내가 반한다고 오해하는 것 같다.
언론개혁을 방해하는 사람으로 나를 인식하더라.
세상 모든 바이러스를 없앤다고 해서 소독약만 뿌리고 사는 게 올바른 사회인가.
그런 이치로 언론개혁도 과해서는 안 된다.
적절하게 목표를 잡고 지혜를 발휘해야 하자는 것을 두고
왜 반대하냐며 단순 공격을 해왔다.
상당 부분 내 의견을 잘못 이해하고 있더라.
전문가끼리도 논쟁이 되는 부분 아닌가.
세상을 보면 민주당 빼고 다 반대하지 않나.
당도 국회의원도 귀를 열어야 한다.
상대방 관점에서 한 번 더 생각해봐야 성숙한 사회 아닌가.
하고자 했던 목표도 그래야 제대로 달성될 수 있다.
무작정 상대방 이견 제시를 걸림돌로 바라보는 것은 성숙하지 않은 태도라 본다.”
-전혀 대화가 안 된다는 느낌을 받았는가.
“많이들 대화가 안 된다.
옮기기도 어려운 욕설들이 참 많더라.
웬만하면 소통을 하려고 한다.
먼저 연락하고 하면 이야기를 전혀 듣지 않겠다고들 한다.
먼저 문자 보냈으면 소통을 해야 할 것 아닌가.
마음에 상처를 주고서 전혀 듣지를 않는다.”
-언론중재법 개정안 자체에 대한 입장은 무엇인가.
“개정안을 볼 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통과한 법안이 문제 아닌가.
법리적으로나 절차적으로나 문제가 있어 문제를 제기한 거다.
대표적인 것이 법률상 추정 규정이다.
입증 책임 부담이라는 기본 법리에 어긋나는 내용이다.
손해배상책임의 유무, 있다면 어느 정도 있는지 문제는 증거로 정하는 거다.
증거로 정하고 입증해야 한다.
책임이 있다고 해서 일방 의견만 들어서도 안 된다.
입법적으로 소송의 입증과 증거 여하에 따라 소송 승패가 좌지우지되는데
이는 합리적으로 균형을 잡아야 한다.
입증 책임 법리는 주장하는 쪽에서 해야 한다.
기사로 인해 피해를 입었다 하면 원고가 어떤 기사로 인해 손해를
입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예를 들어 반복적 보도로만 고의중과실을 추정하면 원고 주장은
원칙적으로 다 인정되고 피고(언론)는 그걸 면하기 위한 이유를
대야 하는데 그게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되는 것이다
-위헌 소지까지 있는 법안이라고 보는가.
“위헌 소지보다 합리성을 잃어 증거법 법리를 위반했다는 정도로 평가할 수 있다.
원고와 피고는 균형을 이뤄야 한다.
어느 한쪽을 손들어주는 것은 불합리한 것이다.
공정은 입증 과정에서도 적용돼야 한다.
언론 자유와 함께 피해자 구제라는 가치는 모두 소중한 것이다.
이 두 가지는 모두 지켜야 한다.
-조금 떼놓고 보면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자체는 어떻게 바라보는가.
“도입할 수 있는 내용이라고 본다.
다만 어떻게 담길지에 대한 내용이 핵심이다.
소송 과정에서 원고, 피고 간 균형을 이뤄야 한다.
피해자 구제를 위해 언론 자유를 질식시켜선 안 된다.
지금의 제도 운용이 약하기는 하다.
입증 책임에 대한 합리적 배분이 필요하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지 않는다고 해도 손해배상 정도를
정하는 재량은 법원에 있다.
입법적으로 못을 박지 않더라도 법원이 판례로 이를 정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을 검토할 수도 있지만 그게
아니더라도 현재의 손해배상 제도에서 법원이 재량권이 가질 수도 있다.”
-여당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면서 형법상 명예훼손 폐지하자는
법안을 같이 발의했다.
“일리 있는 방향이다.
독법계(대륙계)는 피해자 구제를, 또는 보도로 인한 명예훼손을
예방하는 차원에서 민사와 함께 형사 처벌을 하게끔 하고 있다.
영미계는 가능하면 인격권 침해, 사생활 침해, 특허 침해 같은 것들은
형사 처벌보다 민사적 해결이 중점이다.
양자택일할 수는 없지만 합리적으로 형사 처벌을 한다면
손해배상은 이에 근거해야 한다.
형사 처벌받고 민사 책임도 잔뜩 지게 해서는 안 된다.
형사 처벌을 한다면 손해배상을 줄여야 하고 민사 책임을
징벌적으로 한다면 형사 처벌은 하지 않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여당 내부에서 이 의원 말고도 강행 처리를 우려하는 이들이 있던데
어떤 의견들이 있었나.
“절차적으로 법이 통과되려면 이해 관계자들 입장을 들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국회에서도 민주당 빼고 다 반대하고 있다.
사회단체, 언론계도 반대한다.
이건 문제가 있는 것이다.
문제가 있는지 잘 모르겠으면 의도적으로라도 문제 제기를 들어봐야 한다.
내용적으로나 절차적으로 그래서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를 한 것이다.”
-여야 간 합의한 내용에 대해선 어떻게 보는가.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바람직하다고 본다.
여당은 밀어붙이거나 야당은 무조건 반대한다는 자세는 아닌 상황이다.
각각 논의 기구를 구성해서 합의에 이르도록 하는 노력에 대해선 평가한다.
여당은 이야기를 들어야 하고 야당은 무조건 반대해선 안 된다.
기대, 반 우려를 하고 있다.”
-정의당이나 언론단체는 보다 포괄적인 사회적 협의체 구성 요구가 있던데.
“민주당과 국민의힘 간 정파적 대립의 문제가 아니다.
모든 정파 사이에서 이슈가 되고 있다.
사회적으로도 다 나서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관련 당사자의 참여가 보장되는 게 맞기는 하다.
지금의 논의 구조는 너무 협소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여야 간 합의 전까지는 관련 메시지를 내지
않다가 합의 이후 메시지를 냈다.
“문 대통령 입장에서는 국회가 논의하는 부분을 개입하기 곤란했을 것이다.
그러나 손 놓고 있지는 않았다. 청와대 입장이 어떻다는 것은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 등을 통해 전달해왔던 것으로 알고 있다.”
-최근에 언론중재법 개정안 본회의 상정 무산 이후 김승원 민주당 의원
페이스북 글이 논란의 도마 위에 올랐다.
“국회의원은 인격과 관련해 트레이닝이 필요하다.
언론으로부터 주시를 받으면서 설익은 상태로 바람직하지 못한
행태를 한 것은 반성해야 한다.
중진이나 초선이나 어느 정치인이든 국민에 대한 도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함부로 감정표출이나 그런 행위를 자제해야 한다. 품격을 유지해줘야 한다.”
-언론중재법 개정안 통과 여부를 떠나 공영방송 이사진 구성,
포털 뉴스편집권 문제 등 다른 언론개혁 의제도 이어질 것이다.
어떠한 방향으로 진행될 것이라 보는가.
“지금 상황을 보면 미디어가 다채로워졌다.
온라인매체 문제도 중요하다.
앞으로 더 채널은 다양해질 것이다.
유튜브도 중요하다.
그런 측면과 함께 현장에서는 일선 기자들과 경영진 간의 거버넌스 문제도 있다.
자본력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문제도 있다.
언론이 공적인 제도는 아니지만 기능은 공적이다.
그런 차원에서 경영자가 기업 이익만 갖고 일하지 않도록도 해야 한다.
이런 것들이 망라되는 논의가 필요하다.
이런 건 하루 이틀 만에 될 일이 아니다.
깊고 근원적인 문제다.”
-다양한 아젠다가 있다.
사회적 합의를 구하기 위해 일찌감치 시작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혹자들은 ‘조국 사태’ 영향을 받아 이제서야 급하게 나선다는 이야기도 한다.
“언론개혁을 주도적으로 이끄는 강성 그룹이 당내에 있고 영향을 받기도 한다.
의원과 당원을 포함해서 말이다.
그러나 그것보다는 국회가 근원적으로 이슈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를 안 한다.
늘 반짝하다가 손을 놓는다.
언론중재법 개정안 관련해서 숙의 중이라는 이야기가 있나.
국회는 늘 벼락치기를 한다.
평소에 논의를 치열하게 하고 축적이 돼야 결실이 나온다.
평소 치열한 논의를 하기보다 때가 되면 해왔다.
지금도 그런 상황이다.”
-강성으로 표현한 당내 검찰개혁, 언론개혁 목소리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는가.
“언론만 검찰만 개혁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을 타깃으로 하면서 정치개혁, 정당개혁은 돌아봤는가 싶다.
당원들의 행태가 대표적이다.
몇몇 소수 강성 지지자들이 민주당 게시판을 장악하고 있다.
그 사람들이 여론을 이끌면 당이 온전하겠는가.
이낙연 전 대표나 이재명 경기도지사 지지층끼리 싸운다고 뭐가 나오는가.”
-당원 교육 등을 통해 해결될 수 있는 문제라고 보는가.
“정당이 제대로 된 정당이라면 당원 교육을 해야 한다.
당원들도 품격을 갖춰야 한다.
논쟁에 익숙해져야 한다.
민주주의가 제대로 안 돼 있다는 이야기다.
논쟁이 어떠한 결론으로까지 이르는지에 대한 훈련이 정치인도 당원도 안 돼 있다.
이건 민주당이나 국민의힘이나 마찬가지다.
리더들이 대선 후보든 당 대표든 강성 당원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이게 다수가 되고 지배세력이 돼서는 안 된다.
전체적인 당의 수준까지 떨어트리고 합리적인 의사결정 문제에도 지장을 주고 있다.
정작 제일 중요한 건 정치개혁, 정당개혁이다.”
-기사가 나가면 또 문자 폭탄을 받는 것 아닌가.
“괜찮다. 나는 문자 폭탄에 익숙한 사람이다.”
-일부 비판적 지지자들은 지난번 이 지사 사퇴 건도 그렇고
이번 건도 그렇고 선거관리위원장이 당내 경선 보다 현안에
너무 목소리를 크게 내고 있다는 이야기를 한다.
“목소리를 상당히 적게 내고 있다.
선관위원장이라 바빠서 오히려 못 내는 메시지가 많다.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한 생각은 오래전부터 해왔다.
안 되겠다 싶어서 나선 것이다.
내 직업은 선관위원장이 아니라 국회의원이다.
이 지사 건도 그렇고 다른 이슈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오히려 더 내고 싶다.
지금 차별금지법도 발의했는데 목소리를 더 크게 내고 싶다.
복잡한 이슈이기에 전력을 다해야 하는데 그러질 못하고 있다.
이슈에 대해 의도적으로 이목을 끌기보다 입장을 내는 것은
국회의원이 당연히 해야하는 일이고 직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