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 중국 문제

이마트 중국 철수 롯데 적자 누적

참도 2017. 9. 8. 11:44

오리온, 현지 계약직 판촉사원 20% 가까이 감원
사드 배치 완료로 中 보복 강화 우려..영업환경 악화일로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 한국 유통기업들이 중국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가운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완료로 중국의 경제 보복이 더 강화될 것으로 보여 현지 영업환경이 더 악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현지 사업에 실패해 중국 철수를 결정한 이마트의 현지 사업 정리는 더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이마트의 중국 사업 정리는 적자 누적이 주요 원인이지만 사드 사태 여파로 반한 감정이 일어나는 등 사업 환경이 더욱 악화한 것도 철수 결정의 주요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는 중국 매장 5곳을 태국 CP그룹에 매각하는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CP그룹은 중국에서 슈퍼마켓 브랜드 '로터스'를 운영하며 유통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중국 사업 철수를 위해 다양한 옵션을 검토 중"이라며 "매각 등이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올해 내에는 철수한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앞서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지난달 24일 스타필드 고양 개장 행사에서 "중국에서는 철수 절차를 밟고 있고 연말이면 완벽하게 철수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 등 동남아시아 국가들과 접촉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국내 대형마트업계 1위 업체인 이마트는 중국시장에 야심 차게 진출했다가 자존심을 구기고 빠져나오게 됐다.

이마트는 1997년 중국에 진출해 한때 현지 매장이 30개에 육박했지만, 적자가 쌓여 구조조정을 하면서 현재 6곳만 남은 상태다.

이마트는 지난해 중국에서 216억원의 손실을 보는 등 2013년부터 작년까지 4년간 영업적자만 1천500억원이 넘는다.

롯데마트는 대부분의 현지 매장 영업이 중단된 상태로, 피해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이마트와 달리 롯데마트는 현지 점포가 많아 쉽사리 철수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롯데는 중국 사업을 유지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중국의 보복 조치가 본격화된 이후 막대한 피해를 보고 있다.

롯데마트는 현재 중국 내 점포 112개 중 87곳의 영업이 중단된 상태다. 나머지 점포도 사실상 휴점 상태와 다름없다.

롯데마트는 지난 3월 3천600억원 규모 자금을 긴급 수혈한 데 이어 최근 3천400억원을 추가로 수혈하기로 했다.

매출은 거의 없지만 임금 등 고정비는 계속 나가고 있다.

이러한 추세가 이어지면 연말까지 롯데마트의 피해액은 1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롯데는 현재 중국에서 대형마트를 비롯해 총 120개 유통 계열사 점포를 운영 중인데, 해마다 1천억원 안팎의 적자를 기록해왔다.

중국은 자국 기업 보호를 위한 규제가 심하고 폐쇄적이어서 해외 기업들이 살아남기 쉽지 않다고 알려져 있다.

사회적 네트워크나 인맥 관계를 중시하는 이른바 '관시(關係)' 문화 등도 걸림돌이다.

이런 가운데 세계적 기업들이 경쟁하는 중국시장에서 국내 유통업체들은 뿌리를 확실히 내리지 못하고 고전해왔다.

여기에 '사드 보복'으로 상황이 급속도로 악화했다.

사드 사태 영향을 받는 것은 다른 업종도 마찬가지다.

전자와 자동차 등 주력 산업을 비롯해 식품 등 소비재 기업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국 사업 매출 비중이 큰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2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8% 급감한 1천304억원을 기록했다.

오리온은 중국 제과시장 2위에 오를 정도로 현지화에 성공한 기업이다.

그러나 사드 사태 여파로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이 작년 대비 64% 감소했으며, 현지 계약직 판촉사원 규모도 20% 가까이 줄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13억 인구의 중국시장은 포기할 수 없는 중요시장이지만 그만큼 경쟁이 치열하고 현지화에 성공하기가 쉽지 않다"며 "이 때문에 최근 국내 기업들이 베트남 등으로 눈을 돌리며 시장다변화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사드 보복이 풀려 사업 여건이 나아지기만을 기대하고 있었는데 이번 추가 배치로 보복 수위가 더 올라가지 않을까 걱정이다"고 업계 분위기를 전했다.

doub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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