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법원장 마지막 업무도 꼼꼼히 챙겨..각별한 애정
16년 된 승용차에 아내와 애완견 태우고 직접 운전 '소탈 행보'
(춘천=연합뉴스) 이재현 기자 = "현명한 사람들은 다 가기 싫다고 했고, 다정한 사람들은 가지 말라고 했다. 하지만 저는 또 다른 길을 떠납니다."
김명수(58·사법연수원 15기) 대법원장 후보자가 25일 춘천지방법원장 근무를 마감했다.
2016년 2월 11일 법원장에 취임한 이후 1년 6개월여 만의 이임이다.
김 후보자는 이날 도종환 시인의 '가지 않을 수 없었던 길'이라는 시를 인용해 떠나는 심정을 대신했다.
그는 "누구나 힘들어하는 길이기에 어쩌면 더 의미 있는 길인지도 모르겠다"며 "길을 아는 것과 길을 가는 것은 전혀 다르지만, 여러분을 믿고 그 길이 어떤 길인지는 모르지만 나서보겠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의 이임식은 별도로 열지 않았다. 다만 사무실을 돌며 그간 함께 일한 법관과 법원 직원들과 개별적으로 인사를 나눴다.
법관이 된 지 31년 5개월간 오로지 재판 업무만 해온 김 후보자는 지난 21일 민사·행정·가사 재판 중 대법원장 후보자에 지명됐다.
춘천지검 개청 이래 첫 여성 검사장으로 취임한 이영주(50·사법연수원 22기) 춘천지검장도 청사를 나와 김 후보자를 배웅했다.
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를 거쳐 대법원장에 임명되면 대법원 전원합의체 이외의 재판 업무는 하지 않는다.
김 후보자의 마지막 재판은 이혼 및 재산분할 사건이다.
혼인 파탄 이후 배우자가 처분한 주식도 재산분할 대상인지가 재판의 쟁점이었다.
당시 마지막 재판을 마친 김 후보자는 "법관 생활 31년 5개월의 마지막 재판"이라며 "재판연구관 생활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법정에서 지냈는데 춘천지법에서 마무리할 수 있게 돼 감회가 새롭다"고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김 후보자는 법원장으로서 마지막까지도 업무를 꼼꼼히 챙겼다.
특히 내달 7일 예정된 '법원의 날' 행사와 관련 후임 법원장이 잘 챙길 수 있도록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후보자는 춘천지방법원장 재임 시 제왕적 인사·사법 행정 권한을 스스로 내려놓은 파격 행보로 관심을 모았다.
무엇보다 영장 담당 지정, 민·형사 사건 재판부 구성 등 재판 사무분담을 법원장이 개입하지 않고 판사 토론을 통해 정하도록 했다.
또 법원장과 판사, 언론 등과의 가교 구실을 하는 '기획·공보법관' 선발 때 직접 지명하는 관례를 깨고 판사들이 투표해 뽑도록 한 일화는 유명하다.
청렴하고 소탈한 성품도 화제가 됐다.
김 후보자의 자가용은 16년 된 2001년식 SM5다. 법원 공식 행사 이외에는 직접 오래된 자가용을 운전한다.
지난 22일 양승태 대법원장 면담을 위해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법원을 방문할 때는 춘천에서 동서울터미널까지 시외버스를 타고 이동한 뒤 지하철을 이용했다.
김 후보자는 오는 28일부터 서울에 꾸려지는 사무실로 출근해 본격적인 청문회 준비에 착수한다.
이임 행사를 마친 김 후보자는 곧바로 춘천 관사로 이동해 이삿짐을 챙긴 뒤 16년 된 승용차를 직접 운전하고 서울로 향했다.
김 후보자가 운전한 승용차 조수석에는 19년 키운 애완견이 있었고, 뒷좌석에 탄 김 후보자의 아내는 배운 나온 직원들을 향해 손을 흔들며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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