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연구소에 주호라는 후배가 있다. 그 친구는 네 살이나 많은 누나를 아내로 맞이하여 2년 가까이 아기자기 재미있게 살고 있는 친구이다.
나는 그 친구를 부를 때 직함을 생략하고 이 쉐프라고 부른다. 그러면 친구는 입가에 잔잔한 미소를 띄며 “네 OO님” 하고 나를 바라본다.
고향이 강원도 산골이지만 그 친구의 취미는 요리이다.
이 얘기를 왜 꺼내느냐 하면 한달전 쯤인가 우리 카페에 식혜 만드는 글을 올렸더니 보라고 하는 식혜에 대한 평보다 참꽃이 남자냐? 하는 그런 댓글들이 무성해서이다.
마치 손가락으로 달의 방향을 가리키며 달을 보라고 했더니 보라는 달은 안보고 손가락만 쳐다보더라는 말이 결코 틀리지가 않음을 알았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께서는 이제부터 참꽃이 남자라고 전하라. ㅎ 하지만 가끔은 여자이고 싶다는 맘도 빼지는 말구…
그렇다.
세상이 바꼈다곤 하지만 아직까지 우리 문화에는 남자가 부엌에 들어가면 ㅇㅇ가 떨어진다는 옛날 말이 정신을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요즈음 우리 효사모 방에는 참으로 정이 많음을 새삼 느끼게 된다.
때로는 자랑을 할 때도, 때로는 투정을 부릴 때도, 때로는 장난을 칠 때도, 때로는 부탁을 할 때도, 때로는 삶의 버거움을 토로할 때에도 방 식구들 중 한 분은 반드시 들어주고 공감해주며, 기꺼이 도와 주고 위로를 해준다.
해가 바뀌고 지역 방마다 열리는 오프라인 모임의 분위기만 보더라도 우리 효사모는 온라인 상에서만 존재하는 손가락 친구 그 이상임을 다들 공감할 것이다. [ "단심이" 님이 만드신 식혜 ] 식혜 만드는 글을 올렸을 때 호기심 많은 나의 혀를 자극하는 댓글들이 또 다른 입맛을 다시게 한다.
다들 나름대로 추억 속의 레시피를 하나 둘씩 무상으로 전수해 주시고 응원해 주시는 것이 어찌 고맙지 않을까 !!
그 중 일부를 여기에 소개코자 한다. ♡ 우리 방의 웰빙 요리사이자 대구경북방의 총무님이신 “옥정”님의 설탕대신 발효액으로 만드는 방법 “옥정”님은 식혜가 세상에서 만들기 제일 쉬운 요리라는 비법을
우리방에 전수해 주신 분이시기도 하다.
♡ 함안이 고향이시고 지금은 광양에서 한정식 집을 경영하시며 우리 방에 사람 사는 향기를 담당해주시는 “글향기”님의 보리밥 식혜
♡호기심을 가장 자극해줬던 “구월에”님의 누룽지 식혜 무엇보다 누룽지 식혜에 큰 호감이 갔던 이유가 같이 등산도 하며 친하게 지내셨던 참치집 사장님께서는 손님들이 가게에 오면 늘 가장 먼저 호박죽을 내 주셨는데 그 호박죽 맛에 반하여 참치집에 호박죽을 먹으로 오는 손님이 있을 정도였다. 지금은 은퇴를 하셔서 맛을 볼 수는 없으나 그 비법을 물어봤더니 누룽지를 이용해서 만든다고 하셨던 기억이 있어서이다.
♡엿기름의 중요성을 일깨워주시는 “윤슬처럼”님의 엿기름 논평 ♡ 서울 경기방의 총무님이신 “단심이”님께서 식혜의 유통기한에 기절할 뻔 하셨다던 댓글
이런 주옥 같은 다양한 경험을 아무런 수업료 없이 전수 받으니 이 또한 큰 소득이 아닐 수 없다. 그럼, 내가 직접 만들어 먹은 식혜중에서 누룽지 식혜와 호박식혜에 대해 소개코자 한다. █누룽지 식혜
누룽지? 단순히 밥이 눌러 붙은 그저 그런 식재료가 아니다. 누룽지의 우수성을 잘 설명한 최진규 선생님의 글이 있어 링크를 걸어 놓았으니 우리방 식구들은 꼭 읽어 보셨으면 합니다. ♡ [누룽지는 최고의 영양물질인 동시에 온갖 중금속과 독소를 푸는 천하제일의 해독제] http://m.blog.naver.com/wun12342005/220598130624
요즘 마트에 가면 먹음직스럽게 노릇노릇 잘 만들어진 누룽지를 저렴하게 구입할 수가 있다. 나는 숭늉을 좋아해 숭늉을 만들어 먹을 요량으로 구입해 둔 곱돌 솥에다가 직접 누룽지를 만들어 보았다.
재 료 누룽지 2.5인분(그냥 적당히), 물 3리터, 엿기름 350g, 설탕 0g
만드는 방법 ①밥솥에 누룽지와 물을 같이 넣는다 ②불리지 않은 엿기름을 주머니에 넣고 묶은 후 밥솥에 넣어 몇 번 들었다 놨다 하며 엿기름이 물을 먹도록 한다. ③밥솥 뚜껑을 닫고 보온으로 12시간 동안 삭힌다. (잠이 많은 나는 자기 전에 앉힌 후 일어나면 끝) ④삭힌 식혜를 분량의 용기에 옮긴 후 끓인다. ⑤끓기 시작하면 3분동안 더 끓인 후에 불을 끈다. ⑥만들어진 식혜를 식힌 후 냉장 보관한다. ⑦맛있게 먹는다. ⑧입맛에 달지 않으면 담에 만들 때는 엿기름을 더 넣는다. 너무 달면 엿기름 양을 줄인다. 아주 쉽다.
맛에 대한 평가
누룽지 식혜의 맛은 구수한 누룽지 맛을 베이스로 해서 달달한 엿기름 맛이 어울어진 것이 한결 부더러음을 느낄 수 있었다. 맛도 좋은데 몸에도 최고라 하니 단골 메뉴가 될 듯하다.. [ 누룽지식혜 ] 올 겨울은 다들 겨울이 겨울답지 않다는 둥, 겨울이 없어지나 보다는 둥 그러한 말들로 독한 겨울을 철저히 무시했다. 이에 겨울은 참다 참다 폭발을 했는지 “요놈들 맛 좀 봐라 !” 하는 식으로 추위가 매섭다.
바깥 세상보다 냉장고 속이 더 따듯한 날이 계속되다 보니 된통 혼이 난 느낌이다.
이제부터라도 겨울이 겨울답지 않다는 그런 말들은 제발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 겨울아 미안했어. 조금만 살살~~ " 우리집 베란다 온도이다. 베란다의 나무들을 위해 창문을 항상 열어놓다보니 이렇게 까지 떨어졌다. 펄펄 끓인 식혜를 식히기엔 안성맞춤이다. 살얼음이 자동으로 얼어있어 입맛을 자극했지만 사진을 찍지 않았다. █단호박식혜
마트에 갔더니 단호박 값이 값이 아니다. 정말이지 농산물은 인건비를 생각하지 않는다지만 싸도 너무 싼 것이 농부의 아들로써 씁쓸함마저 감돈다.
재 료 쌀 2.5인분, 물 3리터, 엿기름 350g, 단호박 1/2통, 설탕 0g
만드는 방법 ①불리지 않은 쌀을 씻은 후 압력밥솥에 된밥(고두밥)을 한다. ②밥이 다 되면 주걱으로 한번 저어주고 물을 살살 넣어준다. ③불리지 않은 엿기름을 주머니에 넣고 묶은 후 밥솥에 넣어 몇 번 들었다 놨다 해준다. ④밥솥 뚜껑을 닫고 보온으로 한 후 12시간 동안 삭힌다. ⑤단호박의 껍질을 감자 필러를 이용해 벗긴 후 찐 다음 식혜 물을 좀 붓고 믹스기에 곱게 간다. ⑥삭힌 식혜를 분량의 용기에 옮긴 후 단호박 갈아놓은 것과 함께 섞어 끓기 시작하면 3분동안 더 끓인 후에 불을 끈다. ⑦만들어진 식혜를 식힌 후 냉장 보관한다. ⑧맛있게 먹는다. 맛에 대한 평가 단호박도 영양 덩어리이고 맛도 달달하니 식혜의 맛은 부드럽고 좋았다. 색도 노릇한 것이 구미에 당겼으며 왜 단호박식혜가 인기인줄을 실감 했다. [ 호박 식혜 ]
식혜의 주재료 엿기름은 전년도 늦가을에 심어둔 보리가 싹을 낸 후 겨우내 언 땅에서 지내다가 이듬해 벌레가 생기기전에 열매가 익게 되어 수확하므로 농약이 전혀 필요가 없는 자연 식품이다.
식혜를 만들 땐 엿기름의 녹말성분을 우려낸 후 보통 버리게 되지만 나는 그 보리껍질까지도 같이 12시간 이상을 우려내어 밝혀지지 않은 영양성분까지 추출하고자 했다.
깔끔하고 맑은 식혜를 원한다면 엿기름의 녹말이 섞이지 않도록 하면 된다. 녹말이 섞이게 되면 식혜의 색이 거무튀튀하지만 개인적으론 이것을 더 선호한다.
12시간을 밥솥에서 삭은 엿기름을 펼쳐 보았다. 정말 우리방엔 훌륭한 먹거리를 판매하시는 판매자님들이 너무나 많으시다. 이제 보리껍질 찌꺼기는 제 역할을 다하고 2세를 위해 거름이 되어줄 것이다. 꽃이 예쁘다고 해서 지지 않으면 열매를 맺지 못하듯이 엿기름 껍질은 땅으로 들어가 영양분이 되는 마지막 소명을 다 하겠지. , , ,
어떠셨나요? 올 설에는 나만의 레시피로 식혜의 최고봉을 장식해 보심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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