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보험과 영업

실손보험 인하

참도 2013. 7. 31. 18:28

실손보험을 취급하는 보험회사들이 국민건강보험의 보험금 지급 확대를 앞두고 궁지에 몰렸다.

건강보험이 보장하는 범위를 늘리면 실손보험에서 지급하는 보험금이 줄어들어 이익이 개선돼 보험료율을 내릴 여지가 생긴다.

하지만 보험 가입자들의 고가 의료 서비스 진료가 늘어나면 선뜻 보험료율을 낮추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이 때문에 보험사와 보험 가입자 간 마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보건복지부가 지난달 발표한 '4대 중증질환 보장강화 계획'에 따르면 암ㆍ

심장병ㆍ뇌질환ㆍ희귀난치병에 필수적인 의료에 대해서는 국민건강보험으로 2016년까지 100% 보장하기로 했다.

가령 지금까지 심장질환 치료에 들어가는 MRI검사는 비보험 항목이라 환자가 120만원을 전액 부담하게 됐다면 이제는

건보에서 95%를 부담하기 때문에 5%인 6만원만 환자가 내면 된다.

본격적으로 건보 보장률이 오르는 내년부터 실손보험사의 영업이익은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보통 90%를 보장해주는 실손보험의 구조상 지금까지는 환자가 청구한 120만원의 MRI 비용 중

108만원을 환자에게 지급해야 했지만 이제부터는 5만4000원만 지급하면 되기 때문이다.

이태경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는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강화해도 보험 가입에는 별 영향이 없어 보험료는

그대로 들어오는 반면 손보사들의 비용인 보험금 지급은 감소해 이익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보험료율을 조정하더라도 보험금이 줄어드는 시기와는 시차가 있기 때문에 당분간 보험사들의 이익은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내년 고가항암제와 MRI가 건강보험 적용 항목이 되고 2016년에는 각종 검사를 건강보험에서 보장해 총진료비의

5~10%만 환자가 실손보험에 청구하는 금액이 되지만 보험료 인하시기는 2017년에나 돌아오기 때문이다.

이 애널리스트는 "실손보험의 보험료율 갱신주기가 1~3년이기 때문에 보험사들은 바뀐 제도를 보고 보험료율을

재산정할 때까지 높은 이익을 그대로 가져갈 수 있다"고 말했다.

보험사 지출 중 큰 몫을 차지했던 MRI 등 고가 검사나 초음파 절삭기 같은 최신 의료도 이제 건강보험공단

 가격을 통제할 수 있게 돼 보험사들의 실적 개선에 한몫할 것으로 보인다.

건강보험공단은 2016년까지 보장성 강화를 위해 추가로 2조3800억원을 투입하기 때문에 보험료 조정이 없다면

상당한 액수가 실손보험 판매사의 이익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보험사들은 보험료율 조정에는 아직 유보적인 입장이다. 건강보험의 영역이 넓어지면서 상대적으로 보험금

지급 부담을 덜기는 했지만 여러 고려해야 할 변수가 많기 때문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제도가 바뀐 후 보험료 산정의

 기준이 되는 위험률 계산을 위해서는 다소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며 "현재로서는 보험료에 대한 부분은 결정된 것이 없다.

 다만 인하 요인이 있다고 판단되면 내려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험료율을 낮추기 어려운 이유는 건강보험 보장률이 올라가 환자 부담이 줄어들면 고가 의료소비가 증가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줄기세포 치료 등 지금까지 비용 대비 치료효과가 검증되지 않아 건강보험 적용대상이 아니었던 고가

치료 항목이 건강보험으로 들어오게 되면 환자들의 이용 빈도가 늘어 결국 실손보험 청구항목이 된다.

복지부 고위 관계자는 "4대 중증 질환 보장성 강화로 민영 보험사들의 보험료율이 장기적으로는 낮아질 수 있겠지만

새로운 의료기술 이용이 증가하는 것을 감안하면 보험사들의 이익이 어떻게 될지 예단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내년 건보 보장성 강화를 앞두고 민영 보험사에서는 보험료 조정에 대한 가능성을 제대로 고지하지 않고 상품 판매를 하는

 불완전 판매도 나타나고 있다. L손보사 콜센터에서는 보험료 인하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계획은

5년 동안만 적용되는 것이라 5년이 지나면 다시 원위치된다"고 말했다.

 [최승진 기자 / 김제림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