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톡 설정 화면에서 설정으로 들어가 ‘보이스톡 날개’를 신청하자 총 10가지 항목의 동의서가 떴다.
이 동의서는 개인정보를 수집한다거나 제3의 용도로 사용한다는 등의 여타 동의서와 달리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사항들에 대해 정면으로 대응하면서도 통통 튀는 표현들로 구성됐다.
가장 눈에 띄는 말은 ‘보이스톡은 전화가 아니라 mVoIP 데이터 통신 망 기반의 실시간 음성대화 기능임을 알아두자’였다.
국민 애플리케이션이라 불리는 카카오톡에서 무료 모바일인터넷전화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하자 통신사들이 요금 인상 등의
압박카드를 꺼낸 것에 대한 일종의 반박인 셈이다. 보이스톡은 통신사들이 주장하는 음성통화와는 별개라는 것이다.
나아가 통신사의 서비스차단을 겨냥한 듯 ‘보이스톡 기능을 차단하지 않고, 차단되지 않도록 돕겠다’며 서비스 사수에 대한 의지도 드러냈다.
한편으로는 ‘남친ㆍ여친에게 10시간 이상 계속 보이스톡 하자고 조르지 않기’, ‘많은 데이터는 와이파이 사용하기’,
‘10년 약정으로 카카오톡을 지키고 사랑하기’ 등 많은 소비자들이 보이스톡을 사용할 것이란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처럼 공격적이면서도 애교 섞인 동의서와 달리 서비스는 신청 버튼만 누르면 바로 사용할 수 있었다.
신청이 완료된 뒤 친구 창에서 개별 친구를 터치하자 전에 친구 전화번호가 있던 자리에 보이스톡 항목이 새로 생겼다.
1:1 채팅과 보이스톡이 나란히 자리한 것. 전화번호는 그 위에 작은 숫자로 적혀 있었다.
통화감이 얼마나 좋은지 알아보기 위해 마침 창립기념일 행사로 청계산으로 단합대회를 떠난 지인에게 가장 먼저 보이스톡을 시도했다.
보이스톡을 누르자 ‘보이스톡해요’라는 메시지가 채팅 창에 뜨면서 신호가 갔다.
와이파이를 끄고 3G로 보이스톡을 했는데도 음질은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 마침 지인은 청계산 정상에서 막 내려오는 중이었다.
대화 사이에 약간의 시간차는 있었지만 답답함이 느껴질 정도의 길이는 아니었다.
통화감은 엘리베이터 안에서도 유지됐다. 엘리베이터를 탄 상태에서 상대방에게 보이스톡을 거니 청계산 정상에서
통화하던 것에 비해 크게 음질이 떨어지지 않았다. 역시 네트워크 상태는 와이파이가 아닌 3G 상태였다.
와이파이 상태가 최적인 조건에서는 음질은 더욱 깨끗했고, 대화 사이 시간차도 별로 느껴지지 않았다.
또 일반 통화처럼 통화시간도 표시되고, 문자로 채팅하다가도 전화기 모양의 보이스톡 이모티콘을 누르니 바로 연결되는 등 편리한 사용자환경(UI)도 갖추고 있었다.
하지만 단점도 있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모든 모바일인터넷전화처럼 보이스톡을 하다가도 일반 전화가 오면 바로 끊긴다는 것. 이에 대해 이석우 카카오 대표도 “기술적으로 원천 통화를 차단하고 보이스톡을 유지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보이스톡을 수신하는 과정도 번거로웠다. 일반 전화처럼 직관적으로 받는 것이 아니라 보이스톡이 왔다는 메시지를 한번 보고 수락을 해야 대화를 할 수 있다. 이에 동의서에도 ‘보이스톡 요청 전 먼저 메시지로 상대방에게 알려주기’ 항목이 포함돼 있다.
정태일 기자/killpass@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