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나꼼수...

참도 2011. 12. 17. 14:30

 강원도에서 직장을 다니는 장성훈씨(41)가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이하 나꼼수)'를 처음으로 들은 건 3주 전밖에 안 됐다.

 현재까지 나와 있는 '나꼼수'의 분량은 31회. 매회 1시간에서 2시간 30분 분량이니 만만치 않은 분량이었다.

"쉬는 날은 거의 하루 종일 들었어요." 놀라운 경험이었다.

장씨에 따르면 그 사이 'BBK사건 같은 현 정권의 도덕적 결함이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소극적이었던' 직장동료들 여럿이

'이쪽으로' 넘어왔다. 이런 경험도 있었다. "사장 주재로 회의를 하는 중에 누군가의 휴대폰 연결음이 울리는데 그게

'내곡동 가까이'(편집자 주: '나꼼수'에서 찬송가를 개사해 내곡동 부지매입사건을 풍자한 노래)인 거예요.

 직원들 몇 명이 키득거렸습니다. '나꼼수'의 존재를 아는 거죠."

2011년을 규정짓는 사회적 현상을 거론할 때 '나꼼수', 'SNS' 열풍을 꼽는 데 이견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세밑에 터진 '한나라당 국회의원 보좌진들이 개입한 선관위 디도스 공격사건'은 현재진행형이다.

'나꼼수'를 듣는 사람들은 안다. 이 사건은 '나꼼수'가 얻은 또하나의 개가다.

언론들이 서울시장 선거과정의 해프닝 정도로 치부하고 넘어갔던 '선관위 디도스 사건'에 대해

나꼼수는 로그파일 정보공개 요구 등을 하면서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SNS 여론은 '나꼼수'를 전폭적으로 신뢰했다.

 SNS를 통해 '나꼼수'의 추적 진행상황은 실시간으로 중계됐다.

'나는 꼼수다' 스페셜 공연이 열린 지난 11월 30일 여의도 공원에서 시사평론가 김용민 교수,

딴지일보 김어준 총수, 정봉주 전 의원, 시사인 주진우 기자(왼쪽부터)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김영민 기자



 시작된 것은 지난 4월 27일. 사실 나꼼수 이전에도 비슷한 포맷의 프로그램이 있었다.

한겨레 인터넷방송 하니TV에서 지금도 진행하고 있는 '김어준의 뉴욕타임즈'다. 심지어 등장인물도 거의 겹친다.

'김어준의 뉴욕타임즈'에는 '정봉주의 PSI', '김용민의 시사되지'라는 코너가 있다.

. 주 기자는 '나꼼수' 8회 '청계재단의 진실' 편부터 합류했다. 김어준 총수가 낸 책 < 닥치고 정치 > 에 따르면

 '나꼼수' 팟캐스트 방송을 처음 구상할 때부터 주 기자 섭외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

궁금한 것은 이것이다. '나꼼수'는 어떻게 이렇듯 놀라운 성공을 거뒀을까.

나꼼수, 세미 프로페셔널 콘텐츠다

강정수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연구소 전문연구원은

"우선 '나꼼수 현상'이 가능했던 생산도구의 저변 확대를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 연구원은 이 현상을 '아이스크림 가게'를 빗대 설명했다. "이를테면 베스킨라빈스와 같은 아이스크림 가게를 보자.

 많은 돈을 들여 전문과학자들이 20~30여 종류의 아이스크림을 만들어낸다. 여기에 마케팅에서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간다.

그 결과물은 확실히 훌륭하다. 그런데 이런 상황이 되었다고 보자. 집에서 아이스크림을 만들 수 있는 기계가 보급되었다.

 

 그런데 그 기계의 값은 3만~4만원밖에 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기계를 활용해서 아이스크림을 만들어내기 시작한다.

 이제 아이스크림의 종류는 200~2000개가 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다 맛있는 것은 아니다.

 비유하자면 이것이 2006년도, 2007년도에 나타난 'UCC 붐'이다.

"나도 한 번 만들어볼까"의 단계를 거쳐, 드디어 맛있는 아이스크림이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나꼼수'는 싸구려 콘텐츠가 아니다. 각 영역에서 전문성을 가진 인사들이 모여 만드는 '세미 프로페셔널' 콘텐츠다.

"생산도구의 확대가 성숙기를 지나면서 드디어 제대로 된 콘텐츠가 생산되기 시작한 것"이라는 게 강 연구원의 해석이다.

'나는 꼼수다' 공연이 열린 11월 30일 여의도 공원에 모인 시민들이 사회자의 요청으로

 '나는꼼수다'를 알고 있다는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김영민 기자

이기형 경희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나꼼수의 텍스트를 분석해보면 일종의 롤플레잉, 역할분담이 있다고 말한다.

전 국회의원 정봉주씨가 정치권에서 오가는 '뒷담화'를 전하면, 주 기자가 과거 취재경험에서 얻은 팩트로 사건의 퍼즐을 맞춘다.

 김용민 PD는 성대모사 등으로 추임새를 넣다가도 자신의 전문분야인 '개신교 비리'가 거론되면 퍼즐 맞추기에 동참한다.

 

 빛나는 것은 김어준 총수의 역할이다. 사건과 사건의 연관고리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가카'를 비롯한 집권세력의 미세한 움직임에서 그 '의도와 전개방향'을 잡아내 제시한다.'

나꼼수'에 대한 보수진영의 공격이 시작되자 그에 대한 반격 내지는 조롱을 담당하는 것도 김 총수의 역할이다.

 

각각의 캐릭터에서도 차이를 보인다. 정 전 의원은 끊임없는 자기 자랑으로 속칭 '깔대기'라는 별명을 얻었다.

 주 기자는 "부끄럽다"면서도 "할 말은 하는" 캐릭터다. 여기에 "주 2회 방송?

그딴 거 없어" 식의 자유분방한 태도를 보이는 김어준 총수까지.

'나는 꼼수다'라는 제목은 MBC 주말 예능프로그램인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한 코너인 '나는 가수다'에서 따왔다

. 내용에서 저잣거리 언어로 만담·직설의 형식을 띤 것은 최근 TV 토크쇼 예능의 진화 경향을 닮았다.

 "특히 이런 형식의 차용이 20대나 여성들에게 많이 어필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나꼼수' 이전까지 20대는 현실이나 정치에 대해 무관심과 냉소를 보내는 세대로 인식되었고, 실제로 그랬다.

 그런데 일단 들어보니 재미있는 것이다. 마치 무한도전이나 러닝맨을 보고 열광하듯, 새로운 콘텐츠를 짧은 시간 내에 습득한 것이다.

 그 과정에서 정치를 내 삶과 무관한 것으로 생각했던 20대가 '정치의 예능적 속성'을 다시 발견한 것이다."

30·40대는 이와 달랐다. 이들은 1980~90년대 민주화운동과 10년의 진보개혁정권을 통해 민주주의와 탈권위화를 학세대다.

 30·40대에게 '나꼼수'는 권위주의와 통제로 회귀하고 있는 현 정부 아래 상황에서 받은 마음 속 상처를 치유하는 수단이자,

 다시 SNS와 팬카페 등을 통해 '서로 다르지 않음'을 확인하는 연대의 매개체라는 지적이다.

정치의 '예능적 속성' 발견한 20대

 '나꼼수'와 SNS가 2040세대의 주목을 받은 것이 현 정부의 실정과 기성 언론의 역할 부재론이다. .

 온라인 공론장의 영역에서 4단계의 변화를 거쳤다. 시작은 2002년 효순·미선 사망사건에서 나온 휴대전화 여론이다.

 다음으로 나타난 것이 2008년 촛불시위 국면에서 떠오른 '아고라'다. 

 그 다음으로 중심적 역할을 한 것이 2009년, 2010년 국면의 '인터넷 커뮤니티'였다. 다음으로 등장한 것이 SNS다.

 "인터넷 공론장이 탈중심적이고 민주적인 성격을 갖는 것은 맞지만 중심에는 여론을 끌고 가는 소수가 있다"고 말했다.

수십~수백만의 팔로어를 갖고 있는 유명 트위터리안이 단적인 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집단지성은 정보를 발송하는 소수의 센더(sender)와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것으로 보이는데,

 센더가 발송한 메시지는 굉장히 다양한 방식으로 재해석되고, 각자의 맥락에서 창조적으로 활용된다는 것이다.

"'나꼼수'도 마찬가지인데, 커뮤니케이션의 생태계에서 그 스토리나 여론 자체는 센더가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스토리텔링을 만들어내기 위한 소재를 제공하고 그것이 감성적인, 또는 이성적인 접속에 성공했을 때 다양하고

 소재를 바탕으로 새로운 스토리나 여론·담론을 무궁무진하게 만들어내는 메커니즘이 작동하는 것이다."

주류언론 2040세대에선 '고립된 섬'

'나꼼수'가 탁월한 면을 보이는 것은 이것이다. '나꼼수'에서 제공하는 정보는 사실 새로운 것은 그리 많지 않다.

, '나꼼수'는 팩트와 팩트를 연결하는 고리에 해석과 의미를 부여하는 역할을 한다.

 '나꼼수'는 특히 '가카'와 관련된 정보에 올인한다. 김어준 총수 자신이 강조하는 것처럼 사건을 바라보는 태도,

 사건과 사건이 놓인 전체적인 구도와 맥락을 살펴보는 시각이다.

이 교수는 이것을 "팩트에 내러티브를 부여하는 일"이라고 말했다.우려가 없는 것은 아니다.

'나꼼수'에 대한 보수의 흔한 반론은 '경박하다', '편향적이다', '팩트가 없다' 등으로 요약된다.

 반격은 SNS 여론과 '나꼼수'를 싸잡아 '괴담론'으로 낙인 찍는 것으로 귀결된다.

 

김진 중앙일보 논설위원은 12월 13일 MBC 백분토론에 토론자로 나와 "'나꼼수'가 선관위 디도스 공격을 밝혀냈다고 하는데

'나꼼수' 주장의 실상은 선관위 내부공모설을 주장한 것으로, 팩트가 아닌 것이 드러난 것이 진실 아니냐"고 말했다.

 조중동은 2040세대에서는 고립된 섬과 같은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 이유는? 바로 2040세대를 이어주는 SNS라는 공간이다.

"특히 20대는 종이신문은 말할 것도 없고, 온라인 신문사이트도 안 들어간 지 오래다.

 이들이 정보를 주고 받는 공간은 자신의 친목공간인 SNS다.

 SNS가 괴담의 진원지라는 비난은 이들에게는 친구관계를 끊으라는 소리로 들린다.

수강생들에게 설문조사를 해보니 지난 서울시장 선거 국면 당시 80~90%가 페이스북을 통해 정치적 메시지를 들었다고 한다.

 

 1980~90년대 민주화운동에는 적극적으로 데모를 나간 사람이 있고,  대자보와 같은 메시지를 보는 사람들도 있었다.

 후자가 당시 시대를 보낸 세대의 생각에 끼친 역할을 무시못한다.

 말하자면 지금의 SNS는 80~90년대 캠퍼스 공간과 비슷한 역할을 해내는 것이다."

 "SNS가 정보의 신뢰성을 검증하는 자정기능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12월 8일 MBC 100분토론에 시청자 전화로 SNS 상의 악의적인 입소문으로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한 '신촌 냉면집 사장 이씨' 사례다.

이씨의 주장이 제기되자, SNS 사용자들은 과거 기록을 뒤져 적어도 신촌의 냉면집을 둘러싼 논란은 없었다는 것을 검증해냈다.

 논란이 확산되자 이씨는 MBC 100분토론 측에 "냉면집 이야기는 지어낸 것"이라고 실토했다.

 SNS의 역할은 콘텐츠 유통을 활성화시킴과 동시에 검증하는 역할을 해내는 측면에서 오류가 정정될 가능성은

후자가 더 높을 수 있다".

 "2008년 촛불 이후 보수가 아직도 깨닫지 못한 것은 이런 집단지성의 작동 메커니즘이다.

  그 과정에서 잘못 선택하는 오류가 있을 수 있지만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오류로 판명나거나 신뢰가 떨어지는 순간

놓을 수 있는 메커니즘이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다시말해 나꼼수와 SNS가 2040세대를 선동한 것이 아니라 2040세대가 그들 집단지성의 대표자로 자발적으로 선택했다.

 이것이 2011년을 규정짓는 사건인 '나꼼수·SNS 열풍'의 핵심이라는 설명이다.

< 정용인 주간경향 기자 inqbus@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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