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에 멸종위기종 서식지
20개 용천수는 민물습지…제사 정화수로도 쓰여
구럼비 바위가 사라진다. 구럼비 바위 발파는 제주해군기지 건설 공사의 본격적인 시작을 의미한다. 이 때문에 구럼비 바위를 둘러싸고 숱한 공방이 펼쳐졌다. 주민들과 활동가들은 구럼비 바위 보호를 최후의 보루로 삼아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해왔다.
마을 주민들에 따르면 구럼비라는 이름은 해안가 주변에 구럼비나무가 많다는 데서 유래됐다. 구럼비는 '까마귀쪽나무'의 제주어다. 지금도 구럼비 해안 곳곳에는 까마귀쪽나무가 자생하고 있다.
구럼비 바위는 길이 1.2㎞, 너비 250여m에 이르는 하나로 된 거대한 너럭바위다. 해군과 주민들은 이처럼 바위가 큰데다 날씨 등을 고려하면 구럼비 바위 폭파에 상당한 기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해군 관계자는 "비가 내리는 등 궂은 날씨를 피해야 하는 점 등을 고려하면 3~4개월 정도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넓게 펼쳐진 구럼비 바위 해안에 들어서면 범섬과 서건도가 가까이 잡힐 듯이 한눈에 들어온다. 구럼비 바위 해안은 2002년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됐다. 그 앞바다는 같은 해 해양수산부 해양생태계보호구역으로, 2004년 문화재청 천연기념물 보호구역으로 지정됐다. 국제사회는 물론 정부도 스스로 보전가치를 인정한 지역인 셈이다.
구럼비 바위 해안은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동식물인 붉은발말똥게와 맹꽁이의 서식지이다. 멸종위기 후보종인 민물새우류인 제주새뱅이, 희귀종 식물 층층고랭이도 발견된다. 이런 멸종위기 동식물과 희귀식물은 공사가 진행되면서 점차 사라지고 있다.
구럼비 바위 해안은 지금은 해군에서 펜스를 설치해 지나다니지 못하지만, 제주올레 코스 가운데 가장 인기가 높은 7코스가 지나는 곳이기도 하다. 이 코스를 걷는 사람들은 넓은 바위에서 맨발로 자연을 느낀다. 관광문화적인 측면에서도 높은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올레꾼들은 말한다.
제주도는 구럼비 바위 해안의 높은 가치에 주목해 2004년 10월 형상변경이 사실상 불가능한 절대보전지역으로 지정했다. 그러나 절대보전지역은 2009년 12월 당시 제주도의회에서 날치기 해제됐다.
주민들에게 구럼비 바위 해안은 포기할 수 없는 삶터이기도 하다. 구럼비 해안 곳곳에서 솟아오르는 용천수는 과거 마을 주민들의 식수원이었다. 이 가운데 특히 '할망물'은 제사를 지낼 때 마을 주민들이 정화수로 사용했던 성스럽게 여겨온 용천수다. 한 주민은 "어릴 때부터 구럼비 바위에서 소라도 잡고, 물고기도 잡아 구워 먹고 놀기도 했다"며 "내 마음의 고향 같은 곳"이라고 말했다.
이영웅 제주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구럼비 바위 해안가에 분포하는 20여개의 용천수가 모두 민물습지"라며 "여름철 구럼비 해안에서 들리는 개구리 울음소리는 황홀할 정도"라고 말했다. 정부의 계획대로면 이제 그 소리는 영원히 구럼비 해안에 묻히고, 그 자리엔 거대한 콘크리트 구조물이 설치된다.
제주/허호준 기자hoj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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