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공기업 부체공화국

참도 2011. 7. 5. 17:17

1997년 외환위기의 근본 원인이었던 `대마불사(大馬不死)` 망령이 되살아나고 있다. 덩치만 키우면 무조건 살아남을 수 있다는 잘못된 인식이 이번에는 공공 부문에서 뿌리를 내리고 있다.

주택, 전력, 가스, 석유, 철도 등 국민 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된 5개 분야 공기업이 단적인 사례다.

이들 5대 공기업이 빚을 과도하게 늘리고 있어 국가 재정, 나아가서는 국민경제를 위협할 수 있다는 염려가 커지고 있다.

공기업 빚은 당장 재정 부담은 아니지만 사업이 부실해지면 국민 세금으로 메워야 한다.

4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 한국전력, 한국가스공사, 한국석유공사, 한국철도공사(코레일) 등 5대 공기업의 지난해 말 부채 총액은 199조9000억원에 달했다.

2006년 88조8000억원에서 불과 4년 만에 2.25배나 급증한 것이다. 286개 전체 공공기관 부채(386조6000억원)에서 5대 공기업 부채가 차지하는 비중은 51.7%로 사상 처음으로 절반을 넘어섰다. 4년 전 39.2%였던 점을 감안하면 최근 들어 급증한 셈이다.

기업별로는 LH 부채가 2006년 50조원에서 126조원으로 증가했고, 생산광구 확보에 열을 올린 석유공사는 3조5000억원에서 12조3000억원으로 무려 3배 이상 급증했다.

한전은 21조원에서 33조원으로, 가스공사는 9조원에서 19조원으로 늘었다.

철도공사도 5조6000억원에서 10조원 수준으로 늘었다. 문제는 이들 공기업 부채는 증가 속도를 통제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빚 증가 요인이 국책사업 시행이나 물가안정 목적이어서 하루아침에 빚을 줄이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한전은 전기요금을 못 올리는 상황에서 전력 수요에 맞추기 위해 시설투자를 늘린 것이 결정적이었다. LH는 신도시와 임대주택, 보금자리주택 사업 등이 겹쳐 하루에만 이자를 100억원이나 부담하고 있다.

대대적 구조조정 없이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 자금 투입을 막을 수 없는 셈이다.

특히 내년 총선과 대선 영향으로 정치권의 포퓰리즘이 극성을 부리고 있어 공기업 부채 문제가 더욱 악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포퓰리즘을 감안하지 않아도 대형 공기업 부채 급증세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5대 공기업 부채는 2012년 271조원, 2015년에는 329조원까지 늘어나 300조원을 훌쩍 넘어설 것이라는 게 정부 예상이다.

박형수 한국조세연구원 재정분석센터장은 "외환위기 때 은행처럼 부실해진 공기업에 공적자금이 투입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고 말했다.

특히 공공기관 빚은 부채공화국 한국의 한 단면일 뿐이다. 국가채무(393조원)와 가계부채(801조원), 지자체 부채(75조원) 등까지 감안하면 우리나라도 재정위기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다.

[정혁훈 기자 / 전병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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