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예능계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은 이경규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남자의 자격'을 통해 리얼 버라이어티의 새로운 최강자로 부각된 인물이죠. '화성인 바이러스' '붕어빵' '해피 버스데이'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서 맹활약하고 있습니다. 이경규는 한때 '한물 갔다'는 평을 받으며 유재석-강호동 양강 구도에 한참 뒤쳐졌지만, 이제는 삼강 제체를 구축하는 듯합니다.
이경규의 상승세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는 또 있습니다. 논란에서 전적으로자유롭기 때문입니다. 강호동과 유재석은 소속사와 복잡하게 얽힌 문제, 출연 프로그램의 동료가 휩싸인 문제 등 다양한 문제에 휩싸여 있습니다. 방송 활동 전념이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반면 이경규는 전혀 그런 부분이 없습니다. 즐겁게 방송에만 전념하고 있는 인상입니다.
'이경규가 부활했다'는 명제는 이제 누구도 부인할 수 없습니다. 거기에 한가지 더 추가하자면. '이경규 부활의 가장 큰 공로자는 김국진이다'는 명제일 것입니다. 김국진은 한 동안 부진했던 이경규에게서 새로운 인간미를 발견하도록 해주고, 새로운 매력과 재미로 방송가에서 활약할 수 있도록 든든한 조력자 역할을 했거든요.
이경규와 김국진은 '남자의 자격'에서 호흡을 맞추고 있습니다. 방송 초반에는 콤비 같은 느낌도 줬습니다만. 두 사람을 콤비라고 하기엔 적합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김태원 이윤석 김성민 이정진 윤형빈 등과 동고동락하며 호흡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경규와 김국진이 주고 받는 입담의 조화는 콤비 이상으로 유쾌합니다. 특히 김국진의 톡쏘는 입담이죠.
이경규와 김국진이 함께 하면서 가장 재미있는 점은 평소 볼 수 없던 이경규의 모습입니다. 이경규는 방송에서 후배들에게 호통을 치며 군림하는 캐릭터로 인식돼왔습니다. 제작진도 꼼짝 못하는 강한 카리스마의 소유자입니다. 그러나 유독 김국진 앞에서는 꼼짝을 못합니다. 마치 고양이 앞에 생쥐처럼 옴짝달싹을 못하는 양상입니다.
외모나 평소 스타일만 놓고 보면 이경규가 고양이고 김국진이 생쥐로 보입니다. 이경규는 짓궂은 고양이 이미지고 김국진은 아담하고 귀여운 생쥐 이미지죠. 그런데 실제로는 전혀 다릅니다. 오히려 고양이 이경규가 생쥐 김국진에게 꼼짝 못하는 모양새죠. 굳이 비교하자면 '톰과 제리'라 해야할까요. 그러고 보니 외양도 '톰과 제리'에 그럴듯하게 어울립니다.
이경규가 김국진에게 꼼짝 못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다른 멤버들도 이경규에게 '톡쏘는' 행동을 보이곤 하고 있습니다. 예전 같으면 불호령을 내렸을 이경규가 의외로 웃으며 받아들입니다. 카리스마가 한풀 꺾이면서 인간미가 돋보이는 캐릭터로 바뀌게 된 것입니다. 이경규의 재발견이 이뤄진 셈이죠. 물론 그 출발점은 김국진이었다고 할 수 있을 겁니다.
김국진이 그토록 강하던 이경규의 천적으로 위세를 떨치는 이유는 뭘까요. 이경규와 김국진의 오오묘한 콤비 관계도 재미있지만, 천적이 된 배경도 재미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일단 방송을 통해 이경규와 김국진이 밝힌 천적의 배경은 골프와 관련돼 있습니다. 김국진이야 연예계의 유명한 골프 실력자고, 이경규도 대단한 골프 애호가로 상당한 실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물론 실력은 프로에 준하는 김국진이 한 수 위로 알려져 있죠.
두 사람은 간혹 내기 골프를 치기도 하는데 항상 김국진이 이겼다고 합니다. 그런데 내기에는 금전적인 지급이 따르기 마련이죠. 이경규는 돈을 주는 대신 무릎을 꿇고 용서를 구했다고 합니다. 그 기억 때문에 이경규는 김국진 앞에선 한없이 작아진다는 이야기입니다.
방송의 재미를 위한 과장된 에피소드의 하나가 아닐까 여겨집니다. 물론 두 사람 모두 골프를 좋아하고 자주 동반 라운딩을 함께 했다고 합니다. 김국진이 내기에서 번번이 이겼을 수도 있겠죠. 그렇다고 꼼짝을 못할 정도의 관계가 됐다고 보긴 조금 어려울 것 같네요. 이경규가 골프 강자인 김국진을 예우하는 정도라고 보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방송을 통해 공개된 이유 말고 어떤 뒷이야기가 있을까요. 두 사람의 주위 지인들을 통해 알아봤습니다. 주위 사람들이 꼽은 이유는 대략 3가지로 압축됐습니다. 과거 두 사람의 인연과 이경규가 김국진을 남다르게 높이 평가하는 사연 그리고 이경규의 부활을 위한 새로운 포지셔닝입니다.
우선 과거 인연을 먼저 살펴볼까요. 김국진은 많이들 아시다시피 KBS 대학개그제 출신입니다. 김용만 양원경 남희석 박수홍 유재석 김수용 등과 동기입니다. 당연히 활동 초기엔 KBS를 주무대로 활약했습니다. 그러나 김용만 박수홍 김수용 등과 전격적으로 MBC로 이적했습니다.
당시 방송가가 발칵 뒤집혔습니다. KBS 소속 중견 희극인들이 이들을 잡으러 MBC로 총출동했고 이들에겐 배신자 낙인이 찍혔습니다. 당시 그런 난리 통에 이들 네 사람을 MBC에 안착하도록 지원한 사람이 바로 이경규였습니다. '일요일 일요일 밤에'는 김국진 등의 무대가 됐고 이를 바탕으로 톱클래스 개그맨으로 성장했습니다.
이경규는 김국진 등이 배신자 낙인의 부담을 감수하면서 MBC행을 선택한 점에 대해 적지않은 책임감을 가졌다고 합니다. 만일 김국진 등이 인기를 모으지 못하고 사라져갔다면 책임을 통감해야할 상황이었죠. 2000년대 중반 이후 극도의 부진에 빠졌던 김국진의 재기에 도움을 주고자 꼼짝 못하는 설정을 즐기고 있다는 설명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경규가 김국진을 남다르게 인정하는 부분은 도전 정신입니다. 김국진은 최고 인기 개그맨으로 전성기를 누리던 시기에 연기자로, 프로 골퍼로, 사업가로 다양한 방면에 도전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실패했기에 무모한 도전인 셈이죠. 다른 분야에 도전하는 과정에서 개그맨으로서 최고의 위상도 조금씩 허물어졌습니다.
이경규는 과거 '복수혈전'을 통해 영화 감독 제작 연기 1인 3역에 도전했다가 처참하게 실패한 경험이 있습니다. 그 이후 오랫동안 영화에 대한 꿈만 간직한 채 도전하지 못했죠. 지난 2007년에야 '복면달호' 제작자로 꿈을 되찾았습니다. 이경규는 김국진의 도전 정신에서 많은 걸 배웠고 잃었던 꿈을 되찾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김국진을 고수로 인정할 수 있는 배경이 되는 셈이죠.
포지셔닝의 변화에 대한 부분은 위에서 이미 언급했습니다. 호통과 군림형 리더십의 대명사였던 이경규가 새로운 이미지를 위해 김국진과 손을 잡았다는 의미죠. 항상 강자였던 이경규가 약자의 모습으로 돌파구를 찾았고, 김국진이라는 강자(?)와 콤비를 이뤄서 말이죠. 부조화스러운 콤비의 모습이 색다른 재미를 주며 부활의 길이 열린 분위기입니다.
이경규와 김국진의 호흡은 중장년 남성 시청자들에게 큰 즐거움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특히 이들이 보여주는 도전이 즐겁습니다. 한물 간 사람으로 취급 받는 중장년 남성에게 '우리도 할 수 있다'는 희망과 용기를 불어넣어주고 있거든요. 아울러 추억과 향수가 어우러진 재미도 만들어내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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