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등

이기명 노사모가 무슨죄지

참도 2010. 7. 16. 11:34

10년 전 노사모, 이광재와 한 고향… 이게 무슨 죄지
부활한 독재망령에 짓밟히는 이 땅의 민주주의

(서프라이즈 / 이 기명 / 2010-07-02)


122,131명. 노사모 회원 숫자다.
이들 가운데는 초등학교 어린이도 있고 80이 넘은 노인도 있다.

노사모라고 하면 모르는 국민이 없고 외국에서도 널리 알려졌다. 정치발전을 위한 바람직한 운동이라 해서 외국 언론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보도했다. 노사모는 민초들의 자생적 조직이었다. 가입하라는 권유도 없고 마음대로 가입도 하고 싫으면 언제든지 탈퇴한다. 회비도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내고 싶으면 낸다. 모임이 있어 경비가 필요하면 각자 나누어 부담한다. 모자라면 다시 걷는다. 그래서 모임에 대한 부담이 전혀 없다.

노사모는 세상이 다 알다시피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다. 부산 강서에서 또다시 낙선을 한 후 ‘농부는 밭을 원망하지 않는다.’라는 말을 남기고 정치를 떠나려고 할 때 전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노무현을 돕는 자발적인 후원조직을 만들자고 했고 이에 많은 국민들이 가입했다. 노사모는 패거리 정치와 지역정치에 신물이 난 국민들의 호응으로 불길처럼 번져나갔다.

노무현을 대통령으로 당선시키는 데 노사모는 큰 기여를 했다고 사람들은 믿고 노사모도 그렇게 자부한다. 재산도 없고 정치자금을 마련할 방법이 없는 노무현에게 노사모는 힘의 원천이고 지지기반이었다.

그러나 이제 노사모는 죄인취급이고 노사모는 사업도 마음대로 못한다. 노무현을 사랑했다는 죄다. 노무현 사랑이 대역죄인가.

대선 기간 중에 노사모를 보고 어느 정치인이 말했다.

“노무현은 정말 행복한 정치인이다. 만약 저렇게 많은 운동원을 유지하려면 몇천억이 있어도 안 될 것”이라고 했다.

맞는 말이다. 저렇게 열정적이고 헌신적인 운동원들이 어디 있겠는가. 노사모는 정치인들이 가장 부러워하는 지지자 모임에 전형처럼 되었다. 그래서 정치인마다 유사한 모임을 많이 만들었다.

모두가 다 알고 있는 노사모에 대해 이처럼 구구하게 설명을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하도 기막힌 일이 생겼기 때문이다. 최근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이인규라는 사람이 유명해졌다. 영포회원이란다.

좋은 일을 해서가 아니라 못된 일을 해서다. 아주 고약한 일을 해서다. 그는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지원관이란 신분인데 요즘 언론에 요란하게 보도되는 ‘이명박 쥐코 동영상’ 사건으로 조사를 받은 기업인 김종익을 쫄딱 망하게 한 장본인이다.

그가 이광재와 동향인 것이 죄고 노사모인 것이 죄다. 이 사건은 청와대도 알고 있었다고 언론들은 말한다. 민간인 조사권한이 없는 총리실 이인규는 김종익를 조사하면서 경찰에 압력을 행사했고 그 과정에서 노사모와 이광재가 등장한다.

6월 29일 방송된 MBC <PD수첩>에 따르면, 수사 자료에는 김종익 씨가 가입은 했고 실제로는 활동하지 않은 “노사모 핵심 멤버”라고 적혀 있고, 경찰은 ‘김씨가 노사모의 핵심멤버인지, 촛불집회에 자금지원을 했는지’ 여부를 두고 집중 추궁했다는 것이다.

또 경찰은 김씨의 고향이 이광재 의원과 같은 강원도 평창이라는 것을 문제 삼고 김종익 이외에도 참여정부 인사들을 후원했던 일반인들도 아무 잘못도 없이 경찰의 조사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말은 안 해도 조사받은 사람들이 하나 둘이 아니다. 기가 찰 일이다. 이 나라가 민주국가 맞는가.

김종익은 노사모다. 그게 어떻단 말인가. 그게 왜 문제가 되는가. 경찰수사 기록에는 김종익이 노사모 핵심멤버라고 되어 있는데 핵심멤버란 무엇을 의미하는가. 열심이었단 말인가. 노무현 대통령을 만드는 데 노력했겠지. 회원이면 당연하다. 이게 문제가 되는가.

그는 이광재와 고향이 같다. 강원도 평창이다. 그게 왜 문제가 되는가. 야당 정치인하고 고향이 같으면 불안해서 살 수 없는 나라가 됐는가. 태어날 때도 눈치를 봐야 될 것 같다.

이인규는 이명박 대통령과 같은 고향이란다. 영포회원이다. 생각해 보라. 나중에 세상이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대통령과 고향이 같다고 이인규가 불이익을 당한다면 납득할 수 있겠는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나고 그것이 바로 이명박 정권에서 생기는 일이다. 이명박 정권에 노사모를 예뻐해 달라고 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이렇게 부당한 압력을 가함으로써 죄 없는 기업인을 쪽박차게 만들 수 있는가. 이게 사람이 할 짓인가.

노사모 회원이 12만 명이 넘는다. 이들이 불순세력이고 반국가세력인가. 앞으로도 이들을 조사하고 이들이 먹고사는데 불이익을 줄 것인가. 그렇다면 이들을 구하기 위해서라도 이들에게 노사모 탈퇴를 권유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별 희한한 세상에 산다.

그렇지 않아도 충고를 하는 친지들이 많다. 글을 너무 맵게 쓰지 말라고 한다. 밉게 보여서 좋을 게 뭐가 있느냐고 한다. 그저 좋은 게 좋으니 둥글둥글 적당히 살라는 것이다.

아무리 못된 짓이라도 그저 눈 질끈 감고 모른 척해라. 돈이 생기는 것도 밥이 생기는 것도 아닌데 늙은이가 힘들여 밤새워 글 쓰고 미움받을 거 뭐 있느냐는 것이다. 모두가 날 위해서 하는 말인 줄 안다. 그러나 난 웃는다. 이른 새벽 부엉이 바위에 서 있던 노무현 대통령의 모습을 생각하면 피가 거꾸로 솟는다.

이게 정치인가. 전직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도록 하고 이 나라 최초의 여성 국무총리를 핍박해 법정에 세우고 무죄가 나자 별건수사로 다시 잡아넣으려 했다. 별건수사 안 한다던 약속은 어디로 갔는가.

민주당사에서 농성을 하고 있는 한명숙 전 총리의 해쓱한 얼굴을 보면 숨이 막힌다. 의자가 돈을 먹었다는 곽영욱의 진술을 무죄다. 그러나 캐비닛이 뇌물을 먹은 이광재는 유죄다. 국민이 선출한 도지사를 직무정치 시키는 정치를 생각하면 도저히 입 다물고 있을 수가 없다.

노무현 대통령을 지지하는 노사모를 했다고 뒷조사를 하고 이광재와 고향이 같다는 이유로 사업이 망해야 하는 정치가 어느 나라 정치인가. 정의가 바로 서지 않으면 유언비어가 돈다. 풍설이 난무한다.

한명숙과 이광재는 무슨 일이 있어도 끝장을 본다는 방침을 굳혔다는 불길한 소문이 떠돈다. 설마 그러랴 하면서도 겁이 난다. 노사모라고 불이익을 당하고 자기 불로그에 대통령 동영상 담았다고 회사문을 닫아야 하는 판인데 무슨 짓은 못한단 말인가.

군사독재 시절 죄도 없이 사형당한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대법원 판결이 나자 다음 날 사형이 집행됐다. 세계가 ‘법이 죽은’ 날이라고 했다. 그 후 무죄로 결정 났다. 죽은 사람은 어쩐단 말인가. 지금 국민들이 불안하다.

다시 경찰고문이 시작된다며 국민은 떨고 있다. 정치사찰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 이러다가 노사모도 해체해야 되는 것이 아니냐고 물어오는 회원들이 많다.

정부 안에 포항·영일 출신 공무원 모임인 ‘영포회’ 회원이라는 이인규는 PD수첩 취재에 제대로 대답도 못했다. 택시를 타고 도망쳤다. 자식들이 그 모습을 봤다면 어떻게 생각했을까.

대통령의 고향 출신들의 모임인 영포회의 막강한 힘은 당해 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고 한다. 끼리끼리 해먹어도 남에게 고통은 주지 말아야 한다.

정운찬은 뭘 하는가. 세종시에 목을 매느라고 국민의 인권은 나 몰라라 인가. 그래서는 안 된다. 최고의 지성들이 모였다는 대한민국 서울대학교의 총장출신이다. 민주주의는 최고의 가치다. 민주주의를 위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피를 흘렸는가.

이제 노사모를 괴롭히지 말았으면 한다. 노무현 대통령의 영혼도 좀 편히 쉬시도록 배려할 수는 없는가. 오늘 지방단체장 취임식이 있었다. 강원도 춘천에서 열린 이광재 지사 취임식에 갔다. 권양숙 여사도 참석했다. 안희정 지사도 취임했다. 그 자리에도 권양숙 여사가 참석했다. 얼마나 속이 상하랴. 모인 사람들이 ‘여사님 사랑해요. 힘내세요.’를 연호한다. 김두관 지사도 취임했다.

이광재 지사는 취임식을 마치자 직무가 정지됐다. 그를 찍은 강원도민들은 기가 막힐 것이다. 식장에 참석한 도민들의 참담한 얼굴을 지켜봤다.

인생은 영원한 것도 아니고 권력도 무한한 것이 아니다. 벌써 레임덕 얘기가 나온다. 말이 나오기가 힘들지 한 번 나온 다음에는 쉽다. 깊이 생각해야 한다.

민주정치 하기가 그렇게도 어려운가. 국민의 뜻을 따르면 된다.
6.2지방선거의 결과가 바로 국민의 뜻이 아닌가.

남의 뺨을 때린 사람은 금방 잊어도 맞은 사람은 결코 잊지 못한다. 노사모를 탄압하지 말라. 12만 명의 노사모를 어쩌겠다는 것인가.

‘원수를 맺지 말라. 사람이 어디서 다시 만나지 아니하랴.’

몀심보감에 있는 말이다.

 

2010년 7월 2일
이  기  명(전 노무현후원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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