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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근 이만수

참도 2010. 6. 22. 17:48

김성근의 야구, 이만수의 야구

야구타임즈 | 야구타임스 | 입력 2010.06.22 11:26

 


[야구타임스 | 이준목] SK 김성근 감독은 '관리야구'의 신봉자다. '야구는 감독이 하는 것'
이라는 철학을 가지고 있는 김성근 감독은 집단이 가야할 목표를 스스로 설정하고,
될 때까지 집요하게 밀어붙이는 강인한 추진력의 리더다.

일본식 데이터야구에 뿌리를 두고 있는 김성근 감독은 완벽주의자로 불릴 만큼 치밀하고 꼼꼼한
스타일과 어떤 상황에서도 주변에 흔들리지 않는 단호한 소신으로,
오늘날 단지 한명의 노장 야구인을 넘어서 '야신'혹은 '야구의 장인'으로 인정받았다. 
 얼핏 보면 강압적이고 일방통행 식으로 보이는 지휘 스타일 때문에 '권위적인 독재자'라는
 오해를 받기도 한다.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기는 데만 치중하다보니 정작 상대와 팬에 대한
 배려가 없다는 불만을 사는 경우도 잦다. 야구에 대한 열정과 팀을 승리로 이끄는 능력을 지니고 있지만, 보는 이로 하여금 경외심을 느끼게 하면서도 정작 친근하게 다가가기는 어려운 스타일의 리더다.

최근 SK의 2군 감독이 된 이만수 감독은 김성근 감독과는 정반대의 캐릭터라고 할 수 있다.
 한국야구 최초의 '스포테이너'형 스타플레이어였고, 은퇴 후에도 10년 가까이에 미국에서
 지도자생활을 하며 메이저리그 우승반지까지 거머쥔 이만수 감독의 야구철학은 곧
 "베이스볼 이즈 펀(Baseball is fun)"이라는 한 문장으로 정의할 수 있다. 화끈한 팬서비스를 위해
유니폼 하의를 벗어던진 채 그라운드를 뛸 정도로, 프로야구는 곧 팬들에게 최상의
즐거움을 줘야한다는 메이저리그식 마인드에 충실하다. 

선수들과 격이 없는 농담을 주고받고 스킨십도 주저하지 않는다. 미국야구에서 이만수 감독이
추구해온 지도 스타일은 상하관계가 분명하고 수직적인 한국스타일을 벗어나,
수평적인 높이에서 선수들의 자율성과 잠재력을  끌어올리는데 충실한 '매니저 형' 리더십에 가깝다.

김성근 감독과 이만수 2군 감독의 야구철학은 서로 지향하는 지점이 판이하게 다르다.
 하지만 어느 한쪽이 반드시 틀린 것은 아니다. 두 사람은 이미 한국야구의 레전드이고,
 그들의 경험과 지식은 모두 한국야구에 있어서 소중한 자산이다.

그들이 처음 한 팀에서 감독과 수석코치의 입장으로 만났을 때 주변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이만수 코치는 이미 2007년 김성근이 감독으로 부임할 당시부터 함께 신임감독 물망에 올랐던 인물이다. SK 구단이 고심 끝에 김성근 감독을 영입한 이후, 이만수를 수석코치로 다시 영입한 것도
김 감독 보다는 구단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물이었다. 코칭스태프 인선과정이나 두 사람의 야구관,
누가 보더라도 물과 기름이라고 할 만큼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 사람은 숱한 불화설을 일축하듯, SK에서 힘을 합친 3시즌 동안 2번의 우승과 1번의 준우승을
이끌어냈다. 이만수 코치는 기회가 날 때마다 '엄부자모(嚴父慈母)'를 강조하며 김성근 감독과의
사이에 아무 문제가 없음을 강조했다.(엄부자모=엄격한 아버지와 사랑이 깊은 어머니.
즉 김성근 감독이 엄한 아버지의 역할이라면, 자신은 부드러운 어머니의 역할이라는 뜻)

수석코치를 교체하는 일은 전례가 드물다. 프런트조차도 사전에 미처 알지 못했던 갑작스런 결정을 두고, 일각에서는 두 사람사이의 관계가 악화되어 벌어진 징계성 인사가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하지만 김성근 감독은 이런 소문을 모두 부정했다. 김성근 감독은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고 밝혔다. "이만수도 이제 조직운영이 어떤 것인지 알 필요가 있다"고 말하며,
 불화설이나 징계설을 모두 일축했다. "자세한 것은 팀 내부 사정이라 말할 수 없다.
 이만수도 언젠가는 감독을 해야 되지 않겠냐. 나중에 반드시 필요한 경험이 될 것"이라며 여운을 남겼다.

김성근 감독은  일일이 해명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아마 김성근 감독과 이만수 2군 감독,
  두 사람만이 알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두 사람이 감독과 수석코치로서 불화설까지는 아니더라도,
 그간 좁힐 수 없는 노선의 차이가 있었음은 새삼스러운 비밀도 아니다.
서로 다른 노선을 억지로 봉합하기보다는 다양성을 인정하는 것이 어쩌면 더 현명한 선택인지도 모른다.

일부 언론은 아마 '김성근 vs 이만수'의 갈등구도를 형성시킴으로써 또 다른 화제를 기대하고 있는지 모른다. 적절히 타이밍에 터져 나온 불화설과 그럴듯한 가십들 속에서, 졸지에 김성근 감독은 후배를 시기하고 견제하는 '속 좁은 영감 '이 되었고, 이만수는 분위기 파악 못하고 설치다가 '1인자에게 숙청당한 2인자'처럼 묘사되고 있다. SK의 미래를 위해서도, 두 사람 모두에게 있어서 바람직한 그림은 아니다.

분명한 것은 이제껏 김성근 감독이 프로야구에서 지도자로서 자리에 연연하면서 살아온 인물은 아니라는 점이다. 어느덧 50대를 넘긴 이만수 2군 감독에게도 있어서도 동료나 후배들이 이미 1군 감독으로 자리를 잡은 상황에서, 직접 결정권자가 되어 조직을 운영하는 경험을 쌓는 것은 충분히 가치 있는 과정이 될 것이다. 훗날 두 사람의 미래가 어떤 식으로 갈라질지는 알 수 없어도, 분명한 것은 시간이 흘러도 김성근은 김성근의 야구를, 이만수는 이만수의 야구를 하고 있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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