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월드컵 북한응원

참도 2010. 6. 17. 14:30

남과 북이 동반 출전한 남아공 월드컵

지구촌엔 지금 월드컵 축제가 한창입니다. 이 전 세계인의 축제에서 한국은 그리스와의 첫 경기를 2대 0으로 승리함으로써 16강 고지에 성큼 다가섰다며 대한민국이 지금 온통 뜨겁습니다. 그야말로 대한민국 곳곳이 축구로 야단법석입니다. 

이 뜨거운 열기 한 가운데서 오늘 새벽에는 북한과 브라질의 경기가 새벽 3시 반에 열렸습니다. 그 경기를 보고 난 지금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만, 우리 대∼한민국의 경기도 아닌데, 저는 오늘 이 경기를 이 새벽시간에 잠도 안자고 왜 보고 있는 것일까요? 브라질 선수들의 현란한 발재간을 보고 싶어서일까요? 물론 그런 이유도 아주 없는 것은 아닙니다만, 더 큰 이유는 바로 ‘북한’이 경기를 하기 때문입니다. 우리와 같은 민족이 44년 만에 월드컵 무대에 다시 출전해서 첫 경기를 하는 뜻 깊은 날이기 때문입니다. 

스포츠는 이래서 좋은 것인가요? 이 지구촌의 축제인 월드컵에서는 남북분단도, 연평해전도, 천안함 사태도 없습니다. 오직 보이는 것은 우리와 피부색과 머리색이 유난히 같은, 우리말을 쓰는 선수들이 있을 뿐입니다. 정대세, 문인국, 안영학, 지윤남 등등의 친근하기까지한 그들이 있을 뿐입니다. 

▲ 44년 만에 월드컵 본선 무대을 밟은 북한팀의 정대세 선수가 브라질과의 경기 시작 전에 앞서 감격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 눈물의 의미는 복합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을 듯하다. 정대세 그의 가족사를 보면 한국 현대사의 아픔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정대세는 재일교포 3세이고, 국적은 한국 국적이다. 이번 월드컵에서 그는 북한 대표선수로 뛰고 있는 참으로 묘한 상황에서 볼을 차고 있다. 사진 ⓒ 로이터뉴시스

그리고 그들이 세계 최강 브라질을 맞아 선전하기를 바라는 마음뿐입니다. 그렇습니다. 브라질이 아니라 저는 분명 북한을 응원하고 있는 것입니다. 아마 많은 대한민국 국민들이 저와 비슷한 기분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6.15 남북공동선언 10돌에 열리는 월드컵의 의미 

어제는 6·15 남북공동선언 10돌이 되는 역사적인 날이었습니다. 딱 10년 전인 2000년 6월 분단된 남과 북의 두 정성이 두 손을 맞잡은 날의 감격은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대로 통일의 길이 성큼 다가온 듯했습니다. 그 이후로 북한은 더 이상 적이 아니었습니다. 퍼주기였든 아니든 그것이 중요한 것은 결코 아닌 것이고, 우리가 먼저 손을 벌려 환대를 하자 그들도 우리의 품으로 달려왔다는 것입니다. 

그 이후 지난 8년간의 남과 북은 우리가 같은 민족임을 재확인해가는 시간들이었습니다. 이산가족 상봉이 있었고, 남북 철도가 연결되었고, 금강관 관광이 시작되었고, 남한 기업이 개성공단에 입주했고, 남북 육로도 연결이 되었습니다. 이런 과정을 겪으면서 이제 북한은 더 이상 과거의 괴뢰정권이 아닌 우리의 이웃이자 친구로 다가온 것이고, 통일의 초석이 든든히 놓인 것입니다. 

그러던 것이 2년 전 들어선 이명박 정권에서 의해서 완전히 달라져 버렸습니다. 그동안의 남북관계를 퍼주기였다고 단정하면서 이젠 아무 조건 없는 퍼주기는 않는다 하더니, 핵을 포기하기 전까지는 원조를 할 수 없다면서 태도를 돌변해버렸습니다. 그러면서 남북관계는 급랭하기 시작하더니, 결국은 천안함과 같은 사건이 터졌습니다.

천안함에 대해서 여러 의혹들을 말합니다만, 그것이 북의 소행이든 아니든 문제는 지난 10년간의 ‘우리 민족끼리’를 외치던 남북관계가 틀어져버렸기에 오늘의 이런 사태까지 오게 된 것은 분명합니다. 그 책임에서 이명박 정부는 절대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축구로 다시 하나 되는 남북을 꿈꾸며 

그래서입니다. 6·15 남북공동선언 10돌을 맞은 이 시점에서 열리는 지구촌의 축제인 월드컵에서 남과 북이 스포츠를 통해 다시 한번 같은 민족임을 확인하게 되기를 바라는 것은 말입니다. 북과 남이 모두 선전해서 멋진 승리를 거두면서 함께 16강으로, 8강으로 진출할 수 있기를 바라게 되는 것 말입니다. 

▲ 과거 남과 북의 친선 경기에서 어김없이 등장했던 한반도기

아니 이미 선수들은 같은 마음인 것 같습니다. 이미 지난 그리스와의 평가전을 치루고 난 북한팀의 정대세 선수는 그리스의 약점을 전해주면서 한국팀의 선전을 바란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습니다. 우리팀 선수들 또한 북한의 선전을 바라는 것은 마찬가지일 것이라 생각이 들고, 선수를 넘어 우리 국민들의 바람 또한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그러니 오늘 새벽 밤잠을 설치면서 이 경기를 지켜보는 이유이겠지요. 특히 피파랭킹 1위인 브라질을 상대로 출전국 중 가장 등수가 낮은 105위 북한 선두들이 보여준 투혼은 실로 대단한 것이었습니다. 특히 출전 선수중의 최고참인 지윤남이 세계 최강 브라질을 상대로 골까지 성공시킬 때는 짜릿한 흥분의 도가니가 펼쳐지기도 했습니다.

▲ 북한이 0대 2로 뒤지던 후반 44분, 노장 지윤남이 최강 브라질을 상대로 만회골을 터트리며 환호하고 있다 사진 ⓒ 로이터뉴시스

비록 2대 1로 북한이 지기는 했습니다만, 44년 만에 본선 무대에 선 꼴지 북한팀이 세계 1위 팀을 상대로 골까지 넣으며 선전한 것은 사실 진 경기가 아니었습니다. 이날 위성중계의 해설을 맡은 해설자 차범근의 말마따나 “북한팀, 정말 잘 싸웠습니다” 아니 오늘 경기를 관람한 많은 이들의 북한팀의 투혼에 박수를 보냈을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남과 북이 이처럼 최선을 다해서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함께 16강으로 진출할 수 있기를 희망해봅니다. 그래서 축구로 하나 된 남과 북을 열망하며, 축구를 통한 남과 북의 백성들이 먼저 통일을 외칠 수 있기를 간절히 희망해봅니다. 

정대세와 북한팀, 그들의 선전을 기원합니다.

※ 이 글은 "105위 꼴지의 선전.....최고참 지윤남의 골 빛났다 - 6.15 10돌에 본 북한-브라질 경기"
제목으로 <오마이뉴스>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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