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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근 노근리

참도 2010. 4. 19. 18:47

문성근 "정부때문에 다양한 영화 나올 수 없어" (인터뷰)

마이데일리 | 백솔미 | 입력 2010.04.19 13:16 | 누가 봤을까? 50대 남성, 광주

 

[마이데일리 = 백솔미 기자] 배우 문성근(57)은 영화 '작은 연못'(감독 이상우)을 찍을 수 있어 더 없이 행복해했다. 배우, 스태프들의 무료 출연, CG업체의 무한한 지원으로 8년만에 드디어 세상 밖으로 나왔다. 문성근은 '노근리 사건'을 특종 보도한 AP기자의 전화를 맨 처음 받았다. 이후 문성근은 이 사건을 영화계에 널리 알렸다. '노근리 사건'과의 인연은 문성근을 '작은 연못'의 중심에 서 있게 했다.

'작은 연못'은 영화 촬영이 마무리된 지 4년만, 영화 제작이 결정된 지 8년만에 공개됐다. 142명의 배우들과 229명의 제작진이 무료로 참여했고 CG업체의 무한한 지원으로 50억원에 달하는 제작비를 11억원으로 줄이는 기적을 일궈냈다.

문성근은 "'작은 연못'이 완성된 것은 기적과도 같은 일이다. 앞으로도 이런 영화는 다시는 나오지 못 할 것이다"며 놀라워했다. "어느 누가 또 무료로 출연하겠다고 나설 것이며 자신들의 피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영화를 위해 무료로 지원해줄 업체가 있겠느냐"며 말했다.

1950년 한국전쟁 당시 미군의 무차별 공격에 사살당한 노근리 주민들의 실제 사건을 처음으로 스크린에 옮긴 '작은 연못'은 문성근, 송강호, 故 박광정, 김뢰하, 전혜진, 문소리 등 배우들이 대거 참여해 화제를 모았다. 영화에서 다소 속물적인 지식인 문 씨역을 맡은 문성근은 "더 없이 쉽게 연기했다. 연기하면서 인물의 캐릭터를 고민하지 않은 영화는 이번이 처음이었다"며 "그 당시 순박한 농부의 마음만 갖고 있으면 됐다"고 설명했다.

또 쌍굴세트 촬영을 앞두고 실제 사건이 벌어졌던 노근리 철교를 다녀왔던 문성근은 총자국이 그대로 남아있음에 착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철교 밑에 내가 서 있다는 사실이 너무 암담했다. 당시 공포에 떨었을 사람들을 생각하니 말이 안나왔다"고 고통스러워했다.

문성근은 영화인으로서 영화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유별났다. "우리 나라 영화 산업은 국내 영화가 50%를 점유하고 있기때문에 외국보다 산업구조가 강했다. 하지만 정부의 정책으로 인해 구조가 점차 약화돼고 있다"고 말했다. 정치에 조금이라도 불리한 내용의 영화가 꿈틀대면 애초에 그 싹을 뽑아버린다는 것이다.

"거물급 투자자들은 실패를 원치 않기 때문에 대박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 영화에는 투자하지 않는다. 특히 사회비판적 영화라면 더욱더 투자자를 구하기 어렵고 정부 지원도 받기 어렵다"고 힘들어했다. 이어 "투자자를 구하지 못해 제작이 어려워질 수록 영화인들이 직접 투자를 하고 '작은 연못'처럼 배우들이 노게런티로 출연하는 등 몸으로 때우는 현상이 지속될 것이다. 분명 대본이 좋아도 빛을 발하지 못하고 사장될 작품이 수두룩해질 것이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도 할 만한 영화라면 물불 가리지 않고 붙어서 응원할 것이라며 '작은 연못'에 보였던 열의를 표했다.

'노근리 사건'이 영화로 만들어지기 전에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한 번 짚고 넘어갔을면 어땠을까. "분명 성사되지 않았을 것이다. '금정굴 사건'을 제안해본적이 있지만 퇴짜맞았다"고 딱 잘라 말했다. 조용히 잠자고 있는 사건들의 진실을 파헤쳐 역사와 정치적 부분을 자극하는 내용들은 영화든 방송이든 쉽게 다루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문성근은 말한다. 투자자와 정부가 원하는 영화만을 만든다면 획일화된 영화 시장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다고. 다양한 장르를 관객들에게 선사하는 것은 배우가 해야할 일이다. 다수의 사람들이 봐주지 않고 외면한다해서 만들지 않는다면 소수의 관객들은 영화를 볼 수 있는 기회와 선택의 기회를 빼앗긴다. 문성근은 "정부가 자신들에게 불리한 내용은 싫어한다. 그래서 다양한 영화가 나올 수 없다"고 못 박았다.

[문성근.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pres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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