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대는 사업마다 '잭팟' 터뜨린 SK
명순영 입력 2020.10.08. 09:18 댓글 126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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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이 손대는 사업마다 ‘잭팟’을 터뜨리고 있다.
코로나19 위기를 기회로 바꾼 재계 모범 사례로 평가받는다.
코로나19로 바이오 산업이 주목받으며 신약개발 자회사 SK바이오팜은 상장 대박을 터뜨렸다.
전기차 시장 확대와 함께 배터리 기업 SK이노베이션 주가는 급등했다.
기업이 앞다퉈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속도를 내자 반도체 전문 기업 SK하이닉스도 순항 중이다.
그야말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이끌 바이오·배터리·반도체 3박자를 고루 갖춘 셈이다.
SK그룹 성공 스토리 주역으로 지주사 SK㈜가 꼽힌다.
SK㈜는 수동적인 역할에 그치지 않고 적극적으로 투자처를 발굴하며 그룹 신성장동력을 발굴해왔다.
아울러 최근 글로벌 물류회사 ESR 투자로 3년 만에 4800억원 수익을 내는 등
‘투자 고수’로서의 면모를 한껏 발휘하고 있다.
경영위기서 빛난 최태원 ‘딥 체인지’ 포스트 코로나 이끌 성장동력 탄탄
‘SK바이오팜 상장 대박’
‘K-배터리로 유럽 점령’
‘물류회사 투자로 2.5배 수익’
‘미국에 AI 전문기업 설립’.
최근 SK그룹은 하루가 멀다 하고 ‘굿뉴스’를 쏟아낸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위기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코로나19 덕분에(?) SK그룹의 탄탄한 포트폴리오와 숨겨진 잠재력이 나타났다는 평가까지 듣는다.
승승장구하는 SK그룹 단면은 숫자로 나타난다.
SK그룹은 지난 2분기 순이익에서 삼성그룹을 제치고 10개 그룹 중 1위를 기록했다.
상장사 기준으로 따진 수치기는 하지만,
‘대한민국 원톱’으로 여겨졌던 삼성그룹을 제치고 최고의 성적을 낸 셈이다.
장기적인 성장세도 놀랍다.
2011년 말 SK그룹이 SK하이닉스 인수하기 직전 그룹 시가총액은 50조원이었다.
당시 현대차그룹 시총은 129조원,
LG그룹은 68조원이었다.
SK그룹은 4대 그룹 중에서 막내였다.
SK하이닉스 편입 후 2013년 말 처음 LG그룹 시총을 넘어선
SK그룹은 2017년 말 시총 100조원을 돌파했다.
이때 현대차그룹 시총을 넘어서며 명실상부 삼성그룹에 이어 국내 2위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반도체·배터리·바이오 삼각편대
▷알짜 비상장사 줄줄이 IPO 대기 중
SK그룹이 높게 평가받는 것은 ‘바이오’와 ‘4차 산업혁명’이라는
메가트렌드에 꼭 맞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갖췄다는 점에서다.
올해 ‘SK’ 브랜드를 전 국민에게 각인시킨 사건은
단연 지난 7월 SK바이오팜 상장이었다.
SK바이오팜은 국내에서 손꼽히는 실력파 바이오 기업이다.
국내 바이오 기업 중 유일하게 FDA 승인 혁신 신약 2개를 보유했다.
과거 국내 제약사가 기술수출한 신약 물질이 미국 FDA 벽을 넘은 적은 있었다.
하지만 후보물질 발굴부터 임상시험, FDA 신청과 승인까지
파트너십 체결 없이 독자적으로 해낸 것은 SK바이오팜이 처음이다.
돌풍을 일으킨 또 다른 계열사는 SK이노베이션이다.
SK이노베이션은 국내 최초 정유·화학사인 대한석유공사가 모태인 에너지 기업.
코로나19 국면에 주목받은 이유는 2차전지 덕분이다.
테슬라 광풍과 함께 전기차 시장이 차세대 먹거리로 떠오르자
SK이노베이션 가치가 새롭게 조명받았다.
그룹 핵심인 SK하이닉스도 순항하고 있다.
코로나19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속도를 높이며 반도체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이 밖에 SK머티리얼즈나
SK실트론 등도 현재보다 미래가치가 더 높은 기업으로 꼽힌다.
SK머티리얼즈는 반도체 제조 공정에 사용하는 특수 가스를 제조·판매한다.
2016년 2월 OCI에서 SK로 넘어온 뒤 성장에 날개를 달았다.
글로벌 반도체용 실리콘 웨이퍼 시장을 주도하는 SK실트론 역시 주목받는다.
지난해 미국 듀폰사로부터 전기 자동차에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소재인
차세대 전력 반도체용 SiC(실리콘카바이드) 웨이퍼 사업을 인수하며 더욱 힘을 얻었다.
증권가에서는 벌써부터 SK실트론이 4조원 넘는 몸값으로 상장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감추지 않는다.
▶조대식 의장 굵직굵직한 투자 결정
▷지주사가 먹거리 찾아 동분서주 ‘대박’
SK그룹 도약 비결로 탄탄한 리더십을 꼽을 수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미래를 보는 눈’과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이 이끄는 그룹 최고결정기구의 과감한 투자 결정,
이를 뒷받침하는 지주사 SK㈜의 실행력 등 삼박자가 맞아떨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태원 회장은 1998년 취임 이후 줄곧 ‘딥 체인지’라는 화두를 내세웠다.
부친인 최종현 SK그룹 선대 회장의 경영전략을 이어받은 행보다.
최종현 회장은 “10년 뒤에는 무엇을 해야 할지 늘 생각해야 한다”는 말을 지론으로 삼았다.
사업이 잘되고 있을 때나 위기에 빠져 있을 때나 언제든 현재에 매몰되지 않고 그룹의 미래를 그렸다.
이런 철학 아래 1980년 유공(현재 SK이노베이션),
1994년 한국이동통신(현재 SK텔레콤)을 인수했다.
최태원 회장은 최종현 선대 회장과 마찬가지로 미래 청사진을 그리는 작업에 소홀하지 않았다.
근본적인 변화를 추구하는 과정 속에서 SK하이닉스를 인수해 반도체 시장에 진출했다.
SK바이오팜 대박도 그냥 얻어진 성과가 아니다.
지난 1993년 바이오가 미래 먹거리가 될 수 있다는 신념 아래
제약(Pharmaceutical)의 영어 단어 첫 음절을 딴 ‘P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후 30년 가까이 신약 개발에 투자한 결과가 SK바이오팜이다.
특히 2007년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이후,
신약 개발 조직을 지주사 직속으로 두고 수천억원대 투자를 이어갔다.
SK그룹 바이오 사업 성과는 SK바이오팜에서 그치지 않을 듯 보인다.
백신사업을 분사해 만든 SK바이오사이언스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가 높이 치켜세운 회사다.
이 밖에 원료의약품 회사인 SK바이오텍,
바이오의약품 개발에 주력하는 SK케미칼 등에서도 좋은 성과가 예상된다.
오너가 미래를 보는 안목이 뛰어나다고 해도 이사회가 빠르게 의사결정하지 않거나,
좋은 기업을 찾지 못하면 무용지물이다.
미래 성장 포트폴리오에 맞춰 투자처를 발굴하고 계열사를 유기적으로 엮어야 한다는 말이다.
이런 판단을 내리는 핵심 인물이 조대식 의장이다.
수펙스추구협의회는 그룹 구심점이자 최고 협의·조정기구다.
조대식 의장은 재무 전문가로 삼성물산 상사 부문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지낸 뒤 2007년 SK그룹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그룹의 투자를 진두지휘하며 SK그룹 포트폴리오를 탄탄하게 짜뒀다.
그는 2013년 지주회사 SK 대표이사 사장에 오른 뒤 현재까지
사내이사직을 유지하며 장동현 SK㈜ 사장과 호흡을 맞추고 있다.
또한 SK텔레콤, SK네트웍스, SK실트론 이사회에 이름을 올리며 중요한 투자 결정에 참여한다.
특히 지주사 SK㈜가 보여준 투자 본능은 놀라운 수준이다.
대표적인 성공사례가 글로벌 물류기업 투자다.
SK㈜는 최근 아마존, 알리바바 등을 고객사로 보유한 ESR 지분을 사들여 대박을 냈다.
보유 지분 11% 중 4.6%를 매각해 투자 원금을 이미 회수했다.
남은 지분가치까지 계산하면 4900억원을 투자해 3년 만에 2.5배 수익을 낸 것이다.
SK㈜는 이미 100% 자회사인 SK바이오팜 상장으로 큰 이익을 냈다.
또한 상반기 지분 90%를 보유한 에너지 기업 SK E&S 중간배당으로 4500억원 실탄을 챙겼다.
증권가에서는 SK㈜의 비상장 자회사인 SK E&S와 SK팜테코 등이 상장하면 ‘
제2의 바이오팜’처럼 대박을 낼 것이라 들떠 있다.
특히 SK㈜가 100% 지분을 보유한 SK팜테코는
CMO(원료의약품 위탁생산) 사업이 유망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차기 상장 후보로 거론된다.
김동양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SK㈜는 자회사 SK바이오팜의 성공적 상장으로 투자형 지주사의 선순환 본궤도에 진입했다”고 평가했다.
다른 계열사 투자 행보도 적극적이다.
SK텔레콤의 나녹스 투자가 대표적이다.
나녹스는 디지털 엑스레이를 개발하는 이스라엘 의료벤처.
SK텔레콤이 2대 주주인 나녹스는 나스닥 상장에 성공하며 화제를 모았다.
최근 한 공매도 리포트가 ‘기술 거품’ 의혹을 제기했으나,
SK텔레콤은 “사실이 아니다”라는 입장과 함께
“반도체, 5G, 인공지능(AI) 기술과 연계해 발전시키겠다”는 뜻을 밝혔다.
최근 SK㈜가 미국에 인공지능 연구개발 전문기업을 설립한 것도 반도체와
4차 산업혁명 트렌드를 엮기 위한 전략적인 조치로 풀이된다.
향후 최태원 회장이 집중하는 화두는 ESG(환경·사회적 책임·기업 지배구조)다.
그는 SK그룹 전 임직원에게 ‘2020년의 한가운데에서’라는 제목의 이메일을 보냈다.
ESG를 핵심 철학으로 삼고 비즈니스를 끌고 가야 한다는 게 요지다.
재계는 최 회장이 ESG에서 또 하나의 성공 모델을 만들어낼지 주목하고 있다.
[명순영·김경민·강승태·반진욱 기자 / 그래픽 : 신기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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