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억 빚 남긴채 사라진 오포, 공유경제의 비극
오로라 기자 입력 2020.07.30. 03:01 댓글 528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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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업계 "수익모델 없는데 투자금만 믿고 사업 확장, 예견된 몰락"
"문은 자물쇠로 굳게 잠겨 있고, 창업자 겸 CEO(최고경영자)인 다이웨이(戴威)의 행방도 불분명하다."
28일 중국 IT 매체 콰이커지 등은 "베이징 하이뎬구에 있는 오포 사무실을 찾아가보니
텅텅 빈 상태였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한때 '세계 최대 공유 자전거 업체'로 명성을 떨쳤던 중국 오포(ofo)가
하룻밤 사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오포가 자전거 제조 업체와 고객에게 돌려주지 못한 돈은 20억위안
(약 3408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I
T업계에서는 오포의 처참한 말로를 두고 "제대로 된 수익 모델 없이 아이디어와 투자금만 믿고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해온 공유경제의 현실이자 예견된 비극"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래픽=양인성
◇공유경제 '수퍼스타'의 몰락
오포는 노란색 공유 자전거 '샤오황처(小黃車)'로 창업 2년 만에 기업
가치 40억달러(약 4조7700억원)를 달성한 공유경제 업계의 '수퍼스타'였다.
2015년 6월 베이징대학 재학생인 다이웨이가 동료 학생 2명과 함께 교내에서 자전거 공유 사업을 펼치며 시작했다.
창업 4개월 만에 하루 평균 주문량이 4000건을 넘었고,
투자하겠다는 '러브콜'이 쇄도했다.
대학 내에서 시작한 작은 벤처는 2년 만에 알리바바·디디추싱 등에서
150억위안(약 2조5554억원)을 투자받았다.
주체할 수 없는 투자금을 무기로 오포는 중국을 넘어 세계 21국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운용하는 자전거는 2300만대를 넘어섰고, 사용자는 2억명을 돌파했다.
승승장구하던 오포는 2018년부터 휘청거리기 시작했다.
오포는 당시 중국에서 등장한 모바이크 등 공유 자전거 경쟁자를
따돌리기 위해 할인 이벤트를 쏟아냈다.
기존에도 오포 자전거 이용료는 1시간당 1위안(약 170원)으로 저렴했는데,
거의 무료에 가깝게 자전거를 사용하게 한 것이다.
막대한 투자금을 믿고 자전거가 조금만 고장 나도 수리를 하는 대신 폐기했다.
이런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 운영 탓에
2개월 만에 투자금 6억달러(약 7158억원)를 탕진한 것도 유명한 일화다.
오포가 수익을 내지 못한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투자자들은 잇따라 발을 빼기 시작했다.
자금이 궁해진 오포는 자전거 이용자가 처음 가입할 때 내는 보증금에도 손을 댔다.
이용자가 회원 탈퇴 때 반환해야 하는 돈이었다.
오포는 결국 2018년 말 보유 현금이 바닥났다.
오포는 지금도 15억위안이 넘는 고객 보증금과 5억위안 규모의 자전거
제작 대금을 주지 못해 수십 건의 소송에 휘말린 상태다.
다이웨이 CEO는 지난해 말까지 "어떻게든 사업을 다시 일으켜 돈을 돌려 드리겠다"고 공언했다.
음식 배달, 온라인 쇼핑, 가상 화폐 등 사업에 진출한다는 소문도 나왔다.
하지만 신뢰를 잃은 다이웨이 CEO는 새로운 투자 유치에 번번이 실패했고,
결국 '야반도주'에 가까운 방식으로 사실상 폐업하게 된 것이다.
◇공유경제, 흑자 보는 곳 없다
오포의 추락에 대해 중국 현지에서는 "최근 4~5년간 공유경제 붐으로 우후죽순 나타난
스타트업들은 자신의 사업이 정말 수익성이 있는지 냉정하게 돌아봐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공유경제의 원래 취지는 기존에 있던 자원을 남에게 빌려주면서 돈을 버는 형식의 사업이다.
하지만 공유 자전거를 비롯한 공유 전동킥보드·공유 사무실·공유 주방 등 산업은
모두 공유할 자원인 킥보드·사무실·주방 등을 새롭게 만들어내고,
이를 싼값에 대여하는 식의 사업 모델을 갖추고 있다.
오포의 경우 자전거 한 대를 제작하는 비용이 160위안(약 2만7200원)인데, 이용료는 시간당 1위안이다.
사용하는 사람이 많고, 사업 규모가 커질수록 비용은 늘어나지만,
수익은 그만큼 증가하지 못하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에 휘청하는 공유경제
예상치 못했던 코로나 팬데믹(대유행)은 공유경제에 큰 악재로 작용한다.
승차 공유 업체 우버는 코로나 이후 지난 5월까지 총 6700여 명의 직원을 감원했다.
코로나에 따른 사회적 거리 두기 등으로 차량 공유 서비스를 사용하는 사람이 급격하게 줄어든 탓이다.
1분기 우버는 29억4000만달러(약 3조5092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우버의 경쟁사인 리프트 역시 지난 1분기 3억9810만달러의 적자를 냈고,
에어비앤비·위워크·라임·버드 등 대표적인 글로벌 공유업체도 잇따라 해외 사무실을 철수하고,
대규모 감원에 나선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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