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계 투자은행(IB) 크레디트스위스(CS)가 올해 1분기 국내 인수합병(M&A) 재무자문 부문 1위를 차지했다.
법률·회계자문에서는 김앤장법률사무소와 삼일(1,625 0.00%)PwC가 각각 1위에 올랐다.
주식 및 채권발행시장(ECM·DCM)은 KB증권이 HDC현대산업개발(17,200 0.00%)
유상증자와 SK하이닉스(80,000 0.00%) 회사채 발행 등으로 양 분야 1위를 독차지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 M&A 시장이 얼어붙은 가운데
각 분야의 전통 명가들이 저력을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2일 한국경제신문과 에프앤가이드가 공동으로 2020년 1분기
기업 M&A 및 자본조달 실적을 집계한 결과 CS는 M&A 전략을 총괄적으로 세우고
거래를 주도하는 재무자문 부문에서 발표 기준(본계약 체결 시점 기준으로 집계한 경영권 거래·사업부 및
영업양수도 포함)으로 한 건, 1조3321억원의 실적을 거둬 1위를 차지했다.
CS, 조 단위 거래로 1위
CS는 2017년 이경인 대표 체제를 구축한 이후 매번 리그테이블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작년 전체 1위에 이어 올해 1분기에도 왕좌를 지켜냈다.
SK그룹의 주요 거래를 잇달아 맡고 있다.
올해 첫 딜도 지난달 4일 본계약(SPA)을 체결한 SK네트웍스(4,580 0.00%)의 직영주유소 사업부 매각 건이었다.
현대오일뱅크-코람코자산신탁 컨소시엄이 1조3321억원에 사업부를 인수했다.
1분기 유일한 조(兆) 단위 거래였다.
2위는 국민은행이 캄보디아 금융회사 프라삭을 인수하는 거래(7000억원)에서 매각 측 자문을 담당한 BNP파리바가 차지했다.
JP모간과 삼성증권(27,750 0.00%)은 SK하이닉스가 출자한 매그너스 사모투자합자회사의 매그나칩반도체
파운드리 사업부 인수(5305억원) 거래에서 각각 매각과 인수 측 자문 상대로 만나 재무자문 공동 3위에 이름을 올렸다.
반도체 등 테크팀이 전통적으로 우세하다는 평가를 받는 삼성증권은 국내 증권사 가운데 유일하게 톱5 안에 들어 눈길을 끌었다.
김앤장, ‘법률자문 명가’ 수성
김앤장법률사무소는 SK네트웍스 직영주유소 거래와 매그나칩반도체 파운드리 사업부 거래뿐만 아니라
한앤컴퍼니의 SK케미칼(80,500 0.00%) 바이오에너지 사업부문 인수(3825억원)
현대캐피탈의 독일 렌터카회사 식스트의 리스부문 자회사인 식스트리싱 인수(2009억원) 등 중소형 거래 자문도 휩쓸며
총 9건, 2조7856억원의 실적으로 작년에 이어 1위를 지켰다.
법무법인 세종 출신으로 독립한 이성훈 변호사가 이끄는 KL파트너스의 약진도 눈에 띈다.
KL파트너스는 광장(10건, 2조253억원)과
태평양(6건, 1조205억원)의 뒤를 이어
3건, 7974억원의 자문실적을 기록해 법률자문 4위에 이름을 올렸다.
회계자문 분야에서는 삼일PwC가 9건, 2조2529억원 규모의 거래를 맡아 1위 자리를 지켜냈다.
삼일은 SK네트웍스 직영주유소 E&F 프라이빗에쿼티(PE)의 IS동서 이누스 요업사업부 인수(2170억원) 등의 회계실사를 담당했다.
KB證, 현대산업개발 유상증자로 1위
ECM 부문에선 HDC현대산업개발 유상증자에 참여한 증권사들이 상위권을 싹쓸이했다.
주식시장이 급격하게 침체되면서 대규모 주식발행 거래가 드물었기 때문이다.
전체 6개 참여 증권사 중 가장 많은 인수물량(25%)을 책임진 KB증권이 1분기 ECM 대표주관 실적 1위에 올랐다.
나머지를 나눠 가진 5개 증권사(공동대표주관 및 인수회사)는 2~6위를 차지했다.
올해 1~3월 최대 ECM 거래였던 현대산업개발 유상증자 공모금액은 총 3207억원이었다.
KB증권은 유상증자 외에도 3건의 기업공개(IPO)와 1건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성과를 냈다.
ECM 2위는 신한금융투자로 상반기 최대 IPO였던 제이앤티씨(8,770 0.00%) 상장을 대표주관했다.
3위는 유진투자증권(1,785 0.00%)으로 현대산업개발 신주 인수를 맡는 동시에
공모금액 1210억원 규모 제이앤티씨 IPO에 공동대표주관사로 참여했다.
DCM, 올해 KB·NH證 간 경쟁 예상
KB증권은 채권발행시장(DCM)에서도 선두를 달리고 있다.
지난 7년간 1위 자리를 지킨 데 이어 올 1분기에도 145건, 6조3159억원어치 채권(은행채·특수채 제외) 발행을
대표로 주관해 이 부문 1위(점유율 24.14%)를 차지했다.
SK하이닉스의 1조600억원어치 회사채를 비롯해 LG화학(291,000 0.00%)(9000억원),
에쓰오일(66,000 0.00%)(6800억원), 삼성증권(5400억원) 등의 대규모 채권 발행에 대표주관사로 참여했다.
2위는 118건, 5조7830억원어치 채권 발행을 대표주관한 NH투자증권(8,640 0.00%)이 차지했다.
NH투자증권은 이 분야에서 올해도 KB증권과 치열한 선두 경쟁을 벌일 전망이다.
한국투자증권(87건, 3조7338억원),
미래에셋대우(5,090 0.00%)(62건, 2조3930억원),
SK증권(502 0.00%)(82건, 2조3424억원)이 뒤를 이었다.
2분기부터 구조조정 딜 증가할 듯
시장이 급격히 위축된 탓에 올해 1분기에는 대형 거래가 중단된 사례가 적지 않았다.
매물로 나온 기업 및 사업부의 가치를 최대한 보수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가 형성된 데다
인수 후보 쪽에서 위기 대응을 우선하면서 ‘실탄’을 아끼기로 마음을 바꾼 것도 영향을 미쳤다.
이 때문에 리그테이블도 몇 건의 대형 거래가 좌우하는 성격이 짙었다.
M&A업계에서는 올 2분기부터 구조조정 관련 거래가 대폭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기업들이 구조조정을 위해 물건을 팔 수도 있고,
그룹 차원에서 실탄을 확보하려고 돈 되는 알짜 기업을 매물로 내놓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김리안/이태호/김진성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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