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산 김원봉이 당리당략에 이용되는 현실을 통탄한다
-독립운동 정신을 기리는 사람들의 입장
문재인 대통령이 현충일 추념사에서 약산 김원봉을 언급한 것이 논란이 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추념사에서 임시정부가 “일본이 항복하기까지 5년 동안 중국 충칭에서 좌우합작을 이루어 광복군을 창설했다”며
“광복군에는 무정부주의 세력, 한국청년전지공작대, 약산 김원봉 선생이 이끌던 조선의용대가 편입되어
마침내 민족의 독립운동 역량이 집결하였다”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발언 내용은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 추진됐던 ‘국정 역사교과서’조차 기술하고 있는 역사적 사실이다.
또 대통령의 발언은 여러 독립운동세력이 이념과 관계없이 단일대오를 구축한 사실을 상기시켜,
우리 사회 통합의 당위를 강조한 것으로 우리는 이해한다.
그러나 정치권 일부와 보수 언론은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북의 전쟁 공로자에게 헌사를 보낸 대통령”,
“감히 가해자인 김원봉을 떠받들었다”, “보훈대상에 친북좌파인물을 넣어 ‘역사 다시쓰기’에 나서려는 것 아니냐”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구태의연한 색깔론 프레임이 다시 등장한 것이다.
하지만 지금이 어떤 때인가? 남북정상회담으로 평화의 한반도를 향한 도정이 이미 시작되었다.
우리는 남과 북이 상호존중과 배려를 통해 남북관계 발전을 위한 조치들을 현명하게 풀어낼 것을 희망한다.
물론, 한반도 평화체제 정착은 칠십 년 넘게 쌓인 적대관계를 해소하는 매우 어려운 과제다.
하루아침에 해결되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이기에, 남과 북이 서로 더욱 전향적인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고 우리는 생각한다.
이때 기존 관행을 유지하려는 일부의 완강한 반대도 엄존한다.
이들에게 ‘색깔론’은 전가의 보도이다.
달을 가리키는데 달을 보지 않고 손가락만을 강조하는 것이다.
이런 색깔론과 종북몰이에는 지지 세력의 결집을 기대하는 ‘당리당략’이 근저에 깔려있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약산 김원봉을 현실 정치에 끌어들이는 의도가 통탄스러운 것이다.
약산 김원봉은 일제강점기, 누구보다 빛나는 항일 영웅이었다.
이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역사적 사실이다. 남과 북이 모두 역사의 그늘로 밀어낸 약산 김원봉.
그를 역사의 양지로 불러내는 것이 평화의 한반도를 향한 도정에서 반드시 풀어야 할 과제라고, 우리는 믿는다.
더구나 2019년은 3.1운동 백주년, 대한민국 임시정부수립 백주년이 되는 역사적인 해이다.
광복 후, 임시정부의 군무부장으로 고국으로 돌아왔던 약산 김원봉.
이런 그를 철지난 이념논쟁으로 외람되게 인구에 회자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보다 성숙한 논의를 통해 약산 김원봉을 우리 독립운동사와 대한민국 역사 속으로 불러오기를, 우리는 충심으로 희망한다.
2019년 6월 12일
김도현 (전 문화체육부 차관)
김삼웅 (전 독립기념관장)
김수옥 (우사 김규식연구회장)
김원웅 (광복회장)
김자동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사업회장)
김정륙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사업회 부회장)
서중석 (성균관대 명예교수)
이만열 (숙대 명예교수·전 국사편찬위원장)
이부영 (몽양 여운형선생 기념사업회 이사장)
이우재 (매헌 윤봉길월진회장)
이종찬 (재)우당장학회 이사장
이 철 (희망래일 이사장·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사업회 이사)
이해동 (반헌법행위자열전편찬위원회 공동대표)
임재경 (조선민족대동단기념사업회장)
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장)
차영조 (효창원7위선열기념사업회)
채현국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사업회 고문)
함세웅 (안중근의사기념사업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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