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7시간 기록물 은폐 황교안 책임 반드시 물어야" 강성원 기자 입력 2017.08.13. 10:07
[인터뷰]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세월호 TF 변호사들
“권한대행 기록물 지정은 기본권 침해, 무효”
최근 청와대 캐비닛에서 지난 정부에서 작성한 대통령기록관 미이관 문건들이 다수 발견되면서 황교안 전 대통령 권한대행의 대통령기록물 지정 행위 전반에 대한 문제가 터져 나오고 있다.
대통령 권한대행이 기록물 보호 기간을 지정하는 것 자체가 법률적 근거가 없다는 지적과 함께 지정 요건에 해당하지 않은 기록물까지 길게는 30년까지 국민이 볼 수 없게 한 것은 지난 정부의 국정농단을 은폐하기 위한 수단으로 대통령지정기록물 제도를 악용했다는 비판이다.
이처럼 황 전 권한대행이 무리하게 대통령기록물 지정 행위를 강행함으로써 세월호 참사 피해자 유가족들이 30년간 대통령의 7시간 행적 관련 기록물 등을 볼 수 없게 된 상황에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세월호 태스크포스(TF) 변호사들이 문제 해결을 위해 뭉쳤다.
민변 세월호 TF는 지난달 31일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을 대리해 황 전 권한대행이 한 대통령기록물 지정 행위의 위헌성을 다투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황 전 대행의 대통령기록물 지정 행위는 아무런 법률상 근거도 없으며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진상규명을 방해했다는 주장이다.
이정일 민변 세월호 TF 단장은 지난 7일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세월호 참사 관련 대통령(박근혜)의 7시간 자료 등을 대통령지정기록물로 지정하면 적어도 15년 이상은 어떤 누구도 볼 수 없어 세월호 진실 규명에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황 전 대행의 지정 행위를 무효화해 유족들이 자료를 볼 수 있게 하고 진상규명에 도움이 되고자 헌법소원을 진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단장은 “대통령지정기록물 제도를 법으로 규율하는 이유는 대통령의 국정 운영 투명성을 확보하고 정치·외교적으로 민감해 논란거리가 될 수 있는 내용을 일정 기간 비공개함으로써 국정 운영의 원활성을 보장하기 위함”이라며 “하지만 황 전 대행의 지정 행위는 국정 농단의 은폐 수단으로서 이뤄졌고 세월호 유가족이 실체적 진실을 알지 못하게 원천봉쇄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민변 세월호 TF 변호사들은 황 전 대행이 대통령기록물 지정 권한 문제가 불거진 이유에 대해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대통령기록물법에 입법 공백이 생겼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 단장에 따르면 미국 닉슨 대통령은 탄핵되는 과정에서 형사처벌 문제가 불거질 수 있어 도청한 기록물 은폐를 시도했다. 이 때문에 미국 의회는 특별법을 만들어서 독립기관이 기록물을 몰수해서 심의했고 그 공개 여부를 결정하게 했다.
오현정 세월호 TF 변호사는 “대통령기록물법 관련해선 미국은 대통령기록물을 관리하는 기관이 매우 독립적·전문적이고 권한이 강한데 우리나라는 대통령 산하 정부 조직에 불과해 보완이 필요하다”며 “그래서 기록 관련 전문가들이 대통령이 탄핵된 상황에서 입법의 공백이 있어 일단 기록물 지정을 유보해야 한다고 지적했는데 대통령기록관에서 권한대행이 지정할 수 있다고 유권해석을 해줘서 정치적 결정이라는 비판을 많이 받았다”고 꼬집었다.
오 변호사는 “대통령기록물법을 보면 대통령기록물을 어떤 경우 지정할 수 있다고 구체적으로 정해놓은 요건이 있는데 세월호 참사 당일 청와대가 어떻게 대응했는지에 관한 문건은 이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는다”며 “황 전 대행의 지정 권한 문제도 있지만 지정할 만한 기록물이 맞는지 따져봐야 한다. 지정 요건에 해당 않는 문서까지 못 보게 한 것이 핵심적 문제”라고 말했다.
지체된 정의… “빠른 진상규명이 유가족 치유 앞당기는 길”
오 변호사는 또 황 전 대행이 법적 근거 없이 대통령기록물을 지정함으로써 국민의 알권리 뿐만 아니라 세월호 사건의 진실을 알아야 하는 유가족의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인 ‘신원권’을 침해한 것도 중요한 문제라고 꼽았다.
서채완 세월호 TF 변호사는 “누군가 가족을 잃었고 그것이 공권력과 연관 있는 경우 진실과 진상규명 활동이 빨리 이뤄지는 게 치유와 회복의 상태에 이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며 “세월호 참사 유가족의 신원권과 진실을 알 권리는 시간이 흐를수록 더 침해되는 측면이 있다. 다 끝났다고 생각하지 말고 지금도 힘든 치유 과정을 겪고 있는 유가족의 입장에서 좀 더 함께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근혜정부 청와대는 대통령기록물을 지정하기 전에도 이미 ‘진실을 알 권리’ 박탈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도 크다. 당시 청와대는 최순실 등 국정농단 사태가 터진 후 뒤 수십 대의 문서 파쇄기를 구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달 14일 청와대 캐비닛 문건이 발견된 후 박근혜 정부 청와대 관계자는 채널A와 인터뷰에서 ‘나머지 문건들도 모두 파쇄했는데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해 대통령기록물 무단 폐기 의혹을 증폭하기도 했다.
서 변호사는 “대통령기록물 파쇄 자체는 기록물법 위반이기도 하지만 대통령의 국법상 행위는 문서로 한다는 헌법의 문서주의 원칙을 위배한 것이기도 하다”며 “그동안 이런 헌법상 의무가 관철되지 않아 문서로 남기지 않고 파쇄하는 것을 방지하고자 대통령기록물법을 만든 건데 이 상황에서 문서를 파쇄하는 것은 기록물 지정 행위 본연의 취지와도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박근혜 청와대 파쇄기 구입, 기록물 무단 파기 의혹도 조사해야”
이정일 단장은 “대통령이나 청와대가 만든 대통령기록물을 만약 폐기했다면 국정농단 자료가 대다수일 테고 세월호 관련 자료도 있을 수 있는데 문서 폐기 절차를 준수하지 않았다면 고발할 수 있다”며 “청와대가 검찰에 넘긴 문건 중에서도 법원이 내밀하게 검토 후 범죄 혐의를 조사할 수 있는 내용이 있다면 고등법원의 영장을 받아 지정기록물이더라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민변 세월호 TF 변호사들은 이번 헌법소원심판 청구는 이후 발족할 2기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조사를 위한 기초 자료 확보를 위해서도 중요한 작업이라고 했다.
이 단장은 “1기 특조위 조사의 한계는 당해 조사 대상 기관들이 자료를 전혀 내놓지 않아서인데 정권이 바뀌었어도 대통령만 바뀌었을 뿐 업무 담당자들 지금도 어떤 형태로든 관련돼 있다”며 “예전엔 그냥 무시했다면 이제는 법률 규정을 달아 비밀 내용이어서 제공 못 한다고 할 거다. 새 정부에 강력한 의지가 있지 않으면 쉽게 의혹을 해소하고 진실을 제대로 밝히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 변호사는 “민변 세월호 TF 2기가 출범하게 된 것도 지난 정부에서 특조위가 여러 난관에 봉착했고 가족들의 답답함과 절박함에도 조사가 이뤄지기 어려운 조건에서 많은 방해를 받았기 때문”이라며 “2기 특조위는 예산 배정과 활동 기한 등 너무나 말도 안 되는 공격을 방어하는 데 기력을 소진하지 않고 우리의 할 일이 없을 정도로 진실규명 활동에 충실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세월호 윤일병'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윤석열 국정원 댓글부대 수사 (0) | 2017.08.30 |
---|---|
우병우재판 판사 수사지휘 (0) | 2017.08.30 |
세월호 헬기 구조 집착말라 의문 (0) | 2017.04.19 |
국정원 민간인 댓글팀 운영 (0) | 2017.04.17 |
우병우 부실수사 왜? (0) | 2017.04.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