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윤일병

세월호 헬기 구조 집착말라 의문

참도 2017. 4. 19. 13:32

세월호 좌현 잠길 때 헬기들 "임무에 집착 말라"문형구 기자 입력 2017.04.19. 11:01 수정 2017.04.19. 11:20 댓글 1517

[세월호 참사 3주기 ③] 헬기 지휘한 초계기 교신록 입수… 헬기 6대가 왜 35명만 구조했나 했더니

[미디어오늘 문형구 기자]

2014년 4월16일 9시27분부터 약 한시간의 골든타임, 당시 헬기들이 선내진입 없이 소극적 구조활동만 했던 것이 헬기들을 현장 지휘했던 초계기의 지시에 의한 것으로 밝혀졌다.

미디어오늘은 이들 해경초계기와 헬기간 교신록을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했다. 이 교신록에 의해 당시 헬기들의 활동을 지휘했던 게 B703호기였고, 헬기들이 선내 진입을 하지 않고 오직 자력탈출한 승객을 4명~5명 단위로 실어나르는 일을 했던 것은 이 B703호기의 지휘에 따른 것임이 새로이 드러났다. [관련기사 : 해경초계기와 헬기간 교신록을 공개합니다]

이 교신록을 보면 세월호가 9시58분 좌현 5층까지 물에 잠기며 급속히 기울어지던 시각에, 703호는 “잠시 후 본청1번님께서 출발하셔가지고 현장에 오실 예정이니까 너무 임무에 집착하지 말고 안전에 유의하라”고 명령한다. 여기서 1번님”이란 김석균 당시 해양경찰청장을 가리킨다.  

2분 뒤인 10시 정각에도 같은 지시가 반복된다. “지금 저 공군에서도 헬기가 들어와 있으니까 너무 무리해서 임무하려고 하지 말고 (혼선) 어느 정도 인원을 실었으면 빨리 서거차도 쪽으로 이동하고 빠지라”는 것이다.

무리하지 말라는 말은 10시3분까지 반복됐다. 세월호는 이 시간대에 이미 가파르게 기울어지기 시작하면서 불과 10여분 뒤 배 바닥이 선실보다 더 높아지게 된다. 

▲ 10시 7분(좌측 사진)과 그로부터 10분이 경과한 10시17분경의 세월호의 모습. 각각 해경 123정과 전남201호의 촬영 영상.

이같은 지시의 반복적인 패턴을 볼 때, 이는 B703 지휘관의 단순한 말 실수나 경황이 없는 가운데 나온 명령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그리고는 20분뒤인 10시26분, B703호는 “항공에서 할 수 있는 조치 없을 것 같다”, 이어 10시30분엔 “배가 90% 이상 침몰돼 구조 할 수 없다(10시30분)고 헬기들에게 전달한다. “임무에 집착말라” “무리하지 말라”는 내용에서 불과 20분만에 구조를 더 이상 할 수 없다고 명령이 달라진 것이다.

이번에 공개된 녹취록의 시간대는 당일 아침 9시28분경부터로 매우 제한적이다. 또한 이미 해경이 제출한 여러 녹취록들이 의도적으로 편집된 사실이 확인됐듯이, 음원을 공개하지 않는 이상 입수된 녹취록의 ‘편집’ ‘조작’ 가능성도 여전하다. 그러나 해경에 불리한 내용이 의도적으로 위조-삽입됐을 가능성은 낮기 때문에, 공개된 음원만으로도 확인가능한 사실은 있다. 그것은 승객들을 구조할 수 있는 ‘골든타임’에, 헬기들을 지휘한 해경초계기가 ‘최대한 많은 승객의 구조’를 목적으로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공개된 교신록은 헬기들이 선내 진입을 하지 않은 것 역시 지휘에 따른 것임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검찰은 해경을 수사하면서 해경초계기가 사실상 공중 OSC(현장지휘관)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잡아내지 못했고, B703호 관계자들은 기소는 물론이고 조사조차 받지 않았다. 초계기와 헬기들 간의 교신록 역시 제출되지 않았다.  

당시 현장에 있던 경비함정보다 선내 진입이 훨씬 용이했던 헬기들이 선내 진입을 실시하지 않은 것은, 이 사건이 대형참사로 이어진 결정적인 원인으로 전문가들에 의해 지적되고 있다.

세월호 승객들을 구조할 수 있었던 2014년 4월16일 오전 10시반까지, 현장엔 해경의 경비함정과 함께 최소 6대의 헬기가 도착해있었다. 즉 해경 소속 511, 512, 513호 헬기 그리고 해군헬기, 공군헬기, 소방헬기 등이다. 헬기는 123정 보다 먼저 현장에 도착했다. 해경헬기의 경우 511호기가 9시27분, 513호기가 9시32분, 그리고 512호기가 9시45분에 각각 현장에 당도했다.

대부분의 승객이 선체 안에 있었던 상황에서, 이제 이들 헬기가 항공구조사를 선내에 진입시켜 퇴선을 유도하는 일만 남아있었다. 그런데 이들 헬기들은 어찌된 일인지 선내 진입을 하지 않고 배 밖으로 나오는 승객만 바스켓에 네 명, 혹은 다섯 명 정도를 실은 뒤 서거차도로 나르는 일만 반복했다. 그래서 이들 헬기들이 구조한 인원은 한 시간 동안 총 35명에 불과했다. 더우기 해군, 공군, 소방헬기는 해경초계기의 지시에 따라 별다른 임무 없이 공중에 대기했다.

이번 교신록 공개를 통해, 해경초계기가 왜 이런 이해할 수 없는 지휘통제를 했는가는 진상규명의 중요한 과제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해상초계기인 B703호는 군이 2013년부터 성능개량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최첨단 기종으로 자체 영상장비와 열상장비, 소노부이(음향탐지장치) 등을 갖추고 있다. 703호기는 이날 9시26분경 구조세력 중 최초로 세월호 사고 현장에 도착했고, 구조 임무가 아니라 항공관제에만 집중했다. 즉 당시 세월호의 선체 상태와 구조 현장 상황을 가장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또한 교신록의 음원파일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다. 그동안 해경은 “VHF 123.1MHz(항공 비상주파수) 및 SSB 2183.4kHz(선박 비상주파수) 교신내용을 따로 녹음하는 장비 및 기록하는 일지류가 없다”고 주장해왔는데, 이번 자료 공개를 통해 우선 VHF 123.1MHz 교신이 녹음되어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 B703과 헬기간 교신록 2페이지.
▲ 공중에 떠 있는 초계기 B703의 모습. 9시33분 해경 123정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