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 비통 외면한 채, 세월호 인양 비용 줄이기만 급급
송창섭·송응철 기자 입력 2017.03.28. 13:00 댓글 9개
세월호가 침몰 1073일 만인 3월23일 수면에 모습을 드러내자,
우리 국민 누구나 머릿속에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을 것이다.
‘단 이틀밖에 안 걸릴 것을 왜 이렇게 오래 끌었을까.’
당초 1년 내 인양 작업을 마무리하겠다던 정부 계획은 2년이 지나고 3년이 다 돼서야 마무리됐다.
그 사이 세월호와 관련해서는 ‘인양할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 ‘말 못할 뭔가를 숨기는 것 아니냐’ 등
온갖 추측이 난무했다. 특히 세월호 인양과 관련해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재직 시절 작성한
기록은 논란을 부추기기에 충분했다.
참사가 일어난 지 6개월여 뒤인 2014년 10월27일 기록된 것으로 돼 있는 노트에는 ‘세월호 인양-시신인양 X, 정부책임, 부담’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그리고 메모 왼쪽 상단엔 김기춘 전 청와대비서실장을 의미하는 ‘長(장)’이라는 글자가 표기돼 있다.
기술점수 1위 네덜란드 업체, 입찰 무효
이런 가운데 인양 작업에 중국 기업인 ‘상하이샐비지’가 주도적으로 참여한 것을 두고도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논점은 ‘왜 우리 기업이 인양 작업을 주도하지 못했느냐’와 ‘왜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린 끝에 인양했느냐’로 나뉜다.
“처음 업체를 선택할 때 국내 기술자 90%가 상하이샐비지가 제시한 방식으로는 안 된다고 반대했다. 하지만 정부가 상하이샐비지를 고집했고, 1년4개월 만에 방법이 실패라는 것을 깨달았다. 다른 곳보다 상하이샐비지가 제시한 가격이 저렴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싸게 한 것이 아니다. 실패 후 재시도 등 실제 비용은 다른 곳에서 제시한 가격과 비슷하게 들었다. 시간만 낭비했다. 지난해 말까지 인양 작업은 끝났어야 했다.” 진교중 전 해군해양구조대 대장은 3월23일 tbs교통방송 《김어준의 뉴스공장》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하며, “정부가 인양에 투입되는 자금을 아끼려다 시간만 낭비했다”고 주장했다. 물론 일각에서는 “그래도 상하이샐비지가 일부 손해를 감수한 탓에 비용이 상대적으로 적게 들었다”는 의견도 있으나, 진 전 대장의 주장은 마냥 흘려듣기 어려운 구석이 많다.
해양수산부(해수부)가 세월호 선체 인양을 위한 국제입찰을 진행한 것은 2015년 7월. 당시 입찰에는 27개 국내·외 업체가 7개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했다. 종합평점(100점)은 기술점수(90점)와 가격점수(10점)로 나눠졌다. 심사는 공개되지 않은 15인의 복면평가위원단이 맡았다. 최종 심사 결과, 중국 국영 구난(救難)기업인 상하이샐비지가 주도하고 국내 해저케이블업체 오션C&I가 참여하는 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상하이샐비지 컨소시엄은 기술평가 78.920점과 가격평가 9.3977점(851억원) 등 종합평점 88.3177점을 획득했다. 보해오션 컨소시엄의 67.2523점(59.217점-8.353점)과 한국해외기술공사 컨소시엄의 64.069점(54.069점-10점) 등 국내 업체 세 곳은 기술점수 하한선인 76.5점을 넘어서지 못했다는 이유로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
일단 국내 기업의 부적격 판정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오히려 일부에서는 세월호와 같은 대형 선박 인양작업은 국내 업체가 맡기에는 다소 버거울 거라는 지적도 있다. 이상갑 한국해양대 조선해양시스템공학과 교수는 “국내 업체들은 세월호 인양에 자신을 보였지만, 규모나 실적을 보면 실제로 인양이 가능할지는 회의적”이라며 “국내 업체들이 기술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받은 것도 이런 이유 때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조상래 울산대 조선해양공학부 교수도 “국내에는 세월호 규모의 선박을 인양할 수 있는 업체가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기술평가에서 최고점(80.908점)을 받은 네덜란드의 스미트 컨소시엄이 입찰무효 처리된 것은 비판의 대상이 됐다. 이 업체는 입찰보증금을 내지 않아 입찰이 무효 처리됐다. 문제는 ‘비용’이다. 스미트 컨소시엄은 해수부가 2015년 4월 발표한 예상 인양 비용에 맞춰 1485억원의 제안가격을 준비했다. 그러나 해수부는 이후 사업비를 1000억원으로 제한했다. 이에 스미트 컨소시엄은 제안가격을 줄이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고 입찰을 포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뿐만이 아니다. 저가의 사업비 때문에 입찰을 포기한 메이저 업체들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가 비용을 낮추는 데만 골몰하다 최선의 인양 방식을 놓쳤다는 지적이 나온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무엇보다 상하이샐비지의 우선대상자 선정에 의문의 시선이 많다. 입찰에 참여한 업체 가운데 기술·경력 면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하는 업체임에도 기술점수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실제 상하이샐비지는 미국과 네덜란드 등의 업체에 이은 3~4위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인양 업계 관계자는 “현재 해양구난 업계는 미국·네덜란드·일본 등이 선도하고 있다”며 “그럼에도 중국 업체인 상하이샐비지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것은 2002년 1만3675톤에 달하는 화물선 인양에 성공한 바 있는 경력과 낮은 제안가격을 써낸 것이 평가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인양 과정에서의 선체 훼손 논란 커질 듯
진교중 전 대장의 말처럼 상하이샐비지가 세월호 인양 방법으로 제안한 ‘플로팅도크(Floating Dock)’는 국내 인양 전문가들 사이에서 공감을 얻지 못했다. 선체 내부에 압축공기를 넣어 선체를 약간 들어올린 뒤 아래쪽에 철제 리프팅 빔을 설치하고 쇠줄을 연결해 해상크레인으로 끌어올려 목적지로 보내는 방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플로팅도크는 특별히 높은 기술력을 필요로 하지 않는 일반적인 방식이지만, 대형 선체를 통째로 끌어올리는 것은 그동안 세계 어디서도 시도된 적이 없다”며 “업계에선 성공이 어려울 것이라는 견해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갖은 논란을 뒤로하고 상하이샐비지는 인양작업에 착수했다. 그러나 지난해 7월로 목표한 세월호 인양 완료 시점은 계속 지연됐다. 선체 잔존유(殘存油) 제거, 리프팅 빔 설치, 부력(浮力) 확보 작업 등이 예상치 않게 길어진 데 따른 것이다. 이처럼 상하이샐비지가 인양에 어려움을 겪자, 기술력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결국 상하이샐비지는 지난해 11월 기존 ‘플로팅도크’ 방식을 포기하고, ‘탠덤리프팅(Tandem lifting)’ 방식으로 바꿨다. 크레인 대신 선체 아래 설치된 리프팅 빔을 끌어올려 반(半)잠수식 선박에 얹는 방법이다.
새로운 방식을 도입한 이후에도 문제는 끊이지 않았다. 인양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선체가 상당히 훼손됐기 때문이다. 선체에 130여 개에 달하는 구멍을 내는가 하면, ‘선수 들기’ 과정에서 와이어가 갑판을 파고들면서 갑판 일부가 파손되기도 했다. 이는 해수부가 내세운 세월호 인양의 기본조건인 ‘선체의 온전한 인양’에 크게 위배된 것이다. 그리고 인양 방식을 바꾼 지 4개월여 만인 3월23일 상하이샐비지는 세월호를 수면 위로 올리는 데 성공했다. 당초 예정된 시기보다 7개월이나 지난 시점이었다. 이상갑 교수는 “결과적으로 성공을 해서 다행이지만, 더욱 높은 기술력을 가진 메이저 업체에 인양을 맡겼더라면 시기를 더 앞당길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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