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인물

중국 노점상

참도 2015. 10. 5. 10:38

[중국話] 고액 연봉 버리고 노점 창업…왜?

입력 2015.10.05 (00:03) | 수정 2015.10.05 (00:11)중국話
[중국話] 고액 연봉 버리고 노점 창업…왜?
‘량피(凉皮)’는 중국 산시성(陕西省)의 성도 시안(西安)의 여름 별미다. 우리나라 비빔면과 비슷하게 생겼지만, 면발이 넓고 두껍다. 새콤하고 시원한 맛으로 특히 여름철에 찾는 이들이 많다. 중국에서는 길거리 간식으로 널리 알려졌다. 최근 중국 시안(西安) 자오퉁대(交通大學) 앞에서 이 ‘량피’를 파는 젊은 노점상이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샤오좡스숑(小庄师兄)’이라는 이 노점은 녹슨 삼륜 자전거에 탁자 1개와 의자 4개가 전부인 중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노점이다. 그런데 특별할 게 없는 이 노점이 유명해진 것은 젊은 주인 ‘좡둥(莊棟)’ 때문이다.
좡둥은 원래 시안 자오퉁대 대학원을 졸업한 석사 출신 엘리트다. 게다가 노점을 차리기 전 최근까지 세계 500대 외국계 기업을 다녔다. 연봉 20여만 위안(3천8백만 원)의 고액 연봉을 받았다. 중국의 대졸 신입 사원 평균 월급이 4,793 위안(약 90만 원)임을 고려하면 꽤 높은 수준이다. 게다가 출장을 가면 항상 비행기를 이용하고 숙소는 5성급 호텔에서 묵었다. 중국 대학생이라면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직장이다. 하지만 27살의 좡둥(莊棟)은 창업을 위해 지난 5월 이 외국계 글로벌 회사를 사직했다. 그리고 자신이 졸업한 모교인 시안 자오퉁대 남문 맞은 편 ‘진쉬이루(金水路)'에서 자신이 만든 량피를 팔고 있다.

■ 5위안 ‘량피'에 꿈을 담아 새벽 5시에 출근

량피 노점


좡둥은 매일 새벽 5시쯤 집을 나서 버스에 20kg의 량피 식재료를 싣고 대학 부근 노점까지 온다. 그리고 오전 내내 음식을 준비해서 점심시간인 낮 12시부터 량피를 팔기 시작한다. 한 그릇에 5위안(약 천 원)을 받지만 좡둥은 정성을 담는다. 손님이 많아지면 인근 노점에 부탁해 탁자와 의자를 빌려오기도 한다. 두 살 터울의 친동생인 좡난(莊楠)도 형의 노점을 돕고 있다. 한 사람이 량피를 조리하면 한 사람은 배달과 설거지를 맡는 식이다. 장사는 저녁 10시까지 하려고 하지만 이어지는 저녁 손님 때문에 집에 돌아가는 시간은 다음날 새벽이 돼서야 가능하다. 좡둥은 몸이 지쳐 피곤할 때가 많지만, 모두가 선망하는 외국계 회사에 사표를 던지고 나온 만큼 각오가 남다르다. 그 덕분에 요즘 하루 천 위안(약 19만 원) 가까이 매출을 올리고 있다.

■ 노점 주인 ‘좡동’ 시안 자오퉁대 석사 출신

노점 주인 좡동


이 노점을 찾는 손님 대부분은 사실 시안(西安) 자오퉁대(交通大学) 대학생들이다. 말하자면 좡둥의 동문 후배들이다. 학교 다닐 때 후배들이 좡둥을 ‘샤오좡 선배’라고 불러서 량피 노점 간판도 아예 ‘샤오좡스숑(小庄师兄)’이라고 달았다. 좡둥(莊棟)은 시안(西安) 자오퉁대에서 본과와 대학원을 모두 다녔다. 동생 좡난(莊楠)은 시안(西安) 공대 기계과를 졸업했다. 좡둥은 지난 2012년 재료 공학 전공의 대학원 석사 학위를 받았다. 대학원 시절 원자력 응용 방면의 재료 연구를 했다. 하지만 대학원을 졸업한 뒤 그가 구한 직장은 화학 업종의 세계 500대 글로벌 기업이다.

■ 외국계 회사 상사 “정말 아쉽게 생각한다”

좡둥은 최근 시안 자오퉁대 대학원 학생회 웨이신(微信)에 세계 500대 글로벌 기업에서 근무한 자신의 경험담을 올렸다. 좡둥(莊棟)은 대학 4학년 때 영어 실력이 상급에 속하는 영어 6급 시험을 통과하면서 유학을 준비했다. 하지만 바오지(宝鸡)시 농촌에서 키위를 재배하며 어렵게 사는 부모님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서 해외로 나가는 것을 포기했다. 대신 직장을 구하기로 했다. 천명 가까이 몰려든 입사 경쟁에서 여러 차례 영어 면접시험을 거친 뒤 상하이(上海)에 있는 외국 기업에 당당히 입사했다. 중국 대학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직장은 우리나라 공사와 같은 국영기업체나 외국기업이다. 일단 임금이 높고 근무 여건이 비교적 좋기 때문이다.
이후 좡둥은 사표를 내기 전까지 이 회사의 생산 부문 담당 팀장까지 맡았고 연봉이 20여만 위안에 달했다. 또한 세계적 기업인만큼 근무 여건도 좋았다. 출장 땐 비행기를 이용하고, 숙박은 항상 5성급 호텔을 이용했으며, 때때로 미국과 유럽, 일본 등에 출장을 갔다. 사표를 내기 전 회사 임원은 좡둥을 중요한 자리에 발탁하려고까지 했다. 실제로 이 회사 상사였던 차이(蔡) 씨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여러 차례 만류에도 불구하고 그가 창업을 위한 꿈을 포기하지 않고 계획을 구체화했다며 그의 앞길을 그르치게 하고 싶지 않아 더는 막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개인적으로 정말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얘기했다.

■ 잘나가는 외국계 회사를 그만둔 이유?

좡둥


좡둥은 지금까지 퇴사를 후회한 적이 없다. 그는 만약 자신이 외국계 기업에 계속 남았다면 승진도 하고 임금도 올랐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상하이(上海)의 높은 집값은 자신의 미래를 더욱 암울하게 했을 것이라고 자신한다. 설령 자신이 연봉 30만 위안을 받는다 해도 상하이에서 집을 사려면 굉장히 힘든 나날을 보내야 한다고 말한다. 돈을 아끼려면 시 외곽에 방을 얻어야 하고 생활비도 줄여야 한다. 그렇다고 시골에서 농사를 짓는 부모님에게 손을 벌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다행히 지금은 부모님이 비교적 젊고 자신도 아직 가정을 꾸리지 않아 그렇게 큰 스트레스가 없어 좡둥은 지금이 창업의 적기로 보았다. 좡둥의 창업은 이미 오래전부터 그려온 꿈이다. 대학 학부 때 이미 창업 계획을 위한 마스터플랜을 세웠다. 대략 대기업에서 3년간 일을 배우고 중소기업에서 3년 정도 일한 뒤 창업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특히 자신이 생각했던 아이디어를 다른 사람이 실행에 옮기면서 좋은 성과를 내는 것을 본 뒤 더 이상 기회를 놓치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좡둥은 30만(약 5천 7백만 원) 위안을 밑천으로 량피 파는 노점을 창업했다. 친척 중에 량피 장사에 종사한 사람이 있었기 때문에 일을 배우기도 수월했다. 덕분에 그는 이미 자신만의 량피 조리법을 터득했다. 동생은 세계적인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에서 근무한 적이 있다. 이런 일로 량피 사업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여자 친구를 제외한 그의 부모님이나, 이전 직장 상사, 동창들 모두 도무지 그의 창업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태도다. 왜 좋은 회사를 그만두고 나와 장래가 불투명한 량피 노점을 하느냐는 식이다. 다만 그의 여자 친구인 샤오주(小朱)만이 든든한 후원자가 되어주고 있다. 그녀는 기업에 근무하면 영원히 남의 일을 하는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한다. 또 까딱하다 잘못하면 앞길을 망칠 수도 있다. 창업만이 안정감을 준다며 그녀는 남자 친구의 결정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좡둥은 점포를 내면 노점은 다시 하지 않을 것이라며 점포도 창업 계획 중 일부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는 아직 영업 비밀이라면서도 량피에 인터넷을 결합하는 온라인 외식 브랜드 기업을 만들 생각을 하고 있다. 이전에도 시안 자오퉁대 졸업생이 창업한 인터넷 외식 브랜드 업체가 대박을 터트리기도 했다.

■ 좡동 창업, 패기인가 무모함인가 논란

좡둥


남들이 선망하는 번듯한 직장을 버리고 노점을 연 좡둥의 창업 스토리가 알려지면서 네티즌 사이에서 뜨거운 논쟁거리가 됐다. 현재는 좡둥을 지지하는 사람이 더 많은 편이다. 좡둥을 지지하는 한 시민은 "이전에도 베이징 대학 졸업생이 돼지고기를 팔았다, 왜 시안 자오퉁대 졸업생이 량피를 못 파느냐"며 이왕 그렇게 좋은 회사를 포기했다면 그는 분명 이미 치밀하게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한다. 또 다른 시민은 중국은 좡둥같은 젊은이들이 필요하다며 이런 패기 있고 추진력이 있는 젊은이야말로 훌륭한 인재라는 격찬도 했다. 또한, 시대의 조류가 인터넷 세상으로 바뀐 만큼 전통에 머물지 않고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젊은 총각의 생각에 공감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하지만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한 시민은 그의 월급은 자신보다 더 많다며 자신은 잘 지내고 있는데 그는 왜 그렇게 못하는지 이유를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또 다른 반대자는 사람들이 인터넷 아이디어가 좋다고 하는데 자신은 그렇게 보지 않는다며 많은 사람이 성공한 사람만 보지만 사실 그 뒤에는 숱하게 많은 실패자들을 보지 않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하기도 했다. 어떤 이는 젊은이가 분발하려는 의지는 좋지만, 창업은 분명 위험한 일인 만큼 서두르지 말고 더 많은 경험을 쌓은 후에 창업을 하면 좋겠다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 중국 사상 최악 대졸 취업난…창업이 살길?

중국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청년 취업난이 극심하다. 중국의 경기둔화로 기업들이 채용규모를 줄이는 반면 올해 중국 대학졸업생이 지난해보다 22만 명 늘어난 749만 명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중국 언론들은 올해를 취업생에게 ‘사상 최악의 해’라고 꼽고 있다. 취업한다 해도 월급이 우리 돈 백만 원도 안 되는 직장에 실망하는 젊은이들이 많다. 이들 젊은이가 창업에 나서고 있다. 중국 언론은 지난해 3.2%에 불과하던 대학생 창업이 올해 6.3%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고 보도하고 있다. 그중에 27.4%는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창업을 한다고 했고, 20.8%는 자신의 흥미 있는 분야에 창업을, 19.3%는 돈을 벌기 위해 창업을 한다고 답했다. 나머지 5.4%만이 적당한 직장을 구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좡둥처럼 직장을 다니다 창업의 길로 들어서는 사람까지 합하면 적지 않은 사람이 창업에 나서고 있다. 좡둥의 실험이 나중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벌써부터 궁금하다. 하지만 분명한 건 그는 도전했기 때문에 설령 실패하더라도 후회는 남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