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팝업 스토어로 잠시 서울의 백화점을 찾았던 대전의 전통 빵집 '성심당'은 일주일간 무려 1만7000여 명이 방문하며 큰 이슈를 불러일으켰다. 대전역 안은 성심당 빵을 사려는 사람들이 꼬리를 물고, 타 지역에서 승승장구하던 대형 프랜차이즈 빵집조차 성심당 주변에는 얼씬도 못하는 상황. 날이 갈수록 뜨거워지는 성심당의 인기에는 우리가 알지 못했던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이 숨어 있었다.
성심당이 처음 유명세를 타게 된 것은 하루 동안 팔고 남은 빵을 모두 어려운 사람들에게 나눠주면서부터다. 초기에는 찐빵 300개를 만들면 그중 100개는 전쟁 때문에 버려진 고아나 노숙인들에게 무료로 나눠줬다. 이렇게 매일같이 기부가 이어지면서 대전 사람들에게 성심당은 '착한 빵집'으로 인식되기 시작됐고, 기부를 통해 자연스럽게 당일 만든 빵을 모두 소진하면서 '성심당엔 오래된 빵이 없다'는 신뢰도 얻게 됐다.
함경도 출신의 실향민이자 성심당 창업주인 고(故) 임길순 씨는 1·4후퇴 때 흥남부두에서 출발하는 마지막 배에 몸을 실었다. 그렇게 배를 타고 경남 거제까지 내려오며 그는 '살아서 돌아가면 반드시 가난한 사람들을 도우며 살겠다'고 결심했다. 전쟁이 끝나고, 일자리를 구하러 무작정 올라탄 서울행 기차는 우연인지 필연인지 갑작스런 고장으로 대전역에서 멈춰버렸다. 이것이 인연이 되어 1956년부터 대전역 앞에서 찐빵을 팔기 시작한 것이 '성심당'의 시작이다.
현재 전국의 제과·제빵점은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가 석권하고 있다. 하지만 대전 지역은 예외다. 성심당은 매일 꾸준히 2000~3000만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으며, 국내 제과업체 최초로 미슐랭 가이드에 등재되며 대전을 대표하는 문화 아이콘으로 우뚝 섰다. 최근에는 케이크만 전문으로 하는 '성심당 케이크 부띠끄'를 오픈해 그 위용을 과시하고 있다.
지난 2013년 12월 25일에 성심당에서 팔린 '튀김 소보로'는 1만3000여 개. 이는 '튀김 소보로'의 역대 최고 판매기록으로 전국 프랜차이즈가 아닌 지역 빵집에서 하루 만에 1만 개가 훌쩍 넘는 빵이 판매된 어마어마한 기록이다. 크리스마스 특수가 아니어도 튀김 소보로는 하루 평균 4000~5000개가 팔린다. 한국 사람들이 좋아하는 소보로빵, 단팥빵, 도넛의 세 가지 맛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것은 물론, 입안 가득 퍼지는 바삭한 식감과 달콤한 통팥 앙금이 인기의 비결이다.
은행동의 터줏대감으로 자리하고 있는 성심당에게 대전시가 대전역사로 들어와 달라는 러브콜을 보내왔다. 이렇게 43년 만에 대전역으로 다시 돌아온 성심당은 주말이면 기본 대기 시간이 30~40분을 웃돌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처음에는 출퇴근을 하는 직장인들을 고려해 담백한 수프와 모닝빵을 판매하려 했지만, 아침 7시부터 튀김 소보로를 달라는 손님들의 성화에 못 이겨 모닝빵은 개시도 못했다고 한다. 빵 사려고 줄을 서다 기차를 놓치는 웃지 못할 상황도 빈번하게 일어난다고 한다.
진행 이미혜 기자 | 사진 윤용식(프리랜서) | 촬영협조 성심당(042-256-4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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