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김성규 기자]
어느덧 2013년을 마무리 할 시점이 왔다. 언제나 그러하듯 대한민국 예능계 역시 다사다난한 한 해를 보냈다.
PD들의 영향력이 거세지고 주목할 만한 신인들이 대거 탄생한 가운데 소위 '스타 MC'로 불리는 유재석, 강호동, 신동엽 등은 여전한 기세를 과시하며 방송가를 종횡무진했다. 그렇다면 과연 그들의 2013년 예능 성적표는 어떠할까. 이들은 2014년에도 '유효'할 수 있을까.
탄탄한 < 무한도전 > 토대로 안정적인 진행, 유재석 : A
▲2012년 MBC < 무한도전 > 장기 결방 사태와 < 놀러와 > 폐지로 마음고생을 했던 유재석은 2013년 안정적인 흥행세와 건실한 이미지를 꾸준히 유지하며 국민 MC의 명성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켰다. |
ⓒ 이정민 |
2013년에도 유재석의 간판 프로그램은 자타공인 < 무한도전 > 이었다. 2005년 이래, 유재석의 상징이 된 < 무한도전 > 은 올해에도 각종 추격전과 꽁트 코미디, 가요제 등의 이벤트를 쉴 틈 없이 선보이며 시청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았다. 이 속에서 유재석은 멤버들을 다독이고, 아이템 회의 및 연습을 게을리 하지 않는 등 '1인자' 다운 면모로 시청자들의 찬사를 받았다. < 무한도전 > 이 오랜 방송 기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진화에 진화를 거듭하는 이면에는 유재석의 공이 적지 않다.
KBS 2TV < 해피 투게더 > 또한 탄탄한 인기세를 과시했다. 지난해 새로운 코너인 '야간매점'을 선보이며 분위기 일신에 나선 < 해피 투게더 > 는 올해도 7~9%의 고정 시청률을 확보하면서 장수 프로그램다운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박명수와의 콤비 플레이는 여전히 환상이고, 박미선-신봉선 또한 제 역할을 다하고 있어 게스트와 상관없이 일정 수준 이상의 재미를 뽑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최근 경쟁작 SBS < 자기야-백년손님 > 에 동시간대 1위 자리를 빼앗기는 일이 잦아 긴장을 늦추지는 말아야 한다.
SBS < 런닝맨 > 의 부진은 가장 신경 쓰이는 부분이다. MBC < 진짜 사나이 > 에 동시간대 1위를 내준데다가 최근에는 KBS < 1박2일 > 시즌 3에까지 뒤쳐지며 동시간대 꼴찌의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시청률 차이는 1~3% 내외로 심각한 수준은 아니지만 유재석의 이름값에 대한 기대치에 비하면 다소 실망스러운 기록인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제작진과의 긴밀한 호흡을 통해 보다 탄탄한 게임쇼를 만드는데 주력해야 할 시점이다.
아쉬운 점이 없지는 않았지만 유재석은 < 무한도전 > 의 탄탄한 인기세를 근간으로 장수 프로그램 < 해피 투게더 > 와 주말 예능 < 런닝맨 > 을 안정적으로 진행하며 2013년을 훌륭하게 마무리 하고 있다. 특히 프로그램 개수를 늘리는데 욕심 내지 않고, 질적인 성장을 꾀했다는 점에서 그는 A 이상의 성적을 받을 만한 자격이 충분하다. 흠결 없는 '국민 MC'의 탄탄대로는 아마 내년에도 쭉 계속 될 것 같다.
프로그램 줄줄이 폐지...이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 강호동 : B
▲2013년, 강호동은 유난히 힘든 한 해를 보냈다. 그가 MC를 맡은 KBS 2TV < 달빛 프린스 > , SBS < 맨발의 친구들 > , MBC < 무릎팍 도사 > 의 폐지를 맞았기 때문이다. |
ⓒ 이정민 |
SBS < 맨발의 친구들 > 의 폐지 또한 마찬가지였다. < 맨발의 친구들 > 은 < 패밀리가 떴다 > 의 장혁재 PD의 차기작이자 강호동의 주말 예능 복귀작으로 대내외의 큰 관심을 받았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이 프로그램은 줄곧 3~7%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동시간대 꼴찌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급기야 지난 11월 종영이 결정됐다. < 1박2일 > 을 통해 일요일 저녁을 호령했던 강호동의 새 프로그램치곤 너무나 초라한 퇴장이었다.
강호동에게 가장 큰 상처를 남긴 것은 역시 MBC < 무릎팍 도사 > 의 폐지다. < 무릎팍 도사 > 는 1인 토크쇼의 새 시대를 연 기념비적 토크쇼로서 지난 5년 여간 강호동의 간판 프로그램으로 활약해왔다. 강호동이 리얼 버라이어티 뿐만 아니라 토크쇼에도 능한 MC라는 평가를 받는데 < 무릎팍 도사 > 만큼 중요한 역할을 한 프로그램도 드물다. 그런 토크쇼가 '시청률 저조'라는 이유로 막을 내렸으니, 강호동의 속이 쓰릴 수밖에 없다.
그러나 좌절할 필요는 없다. 신규 프로그램이 줄줄이 좌초되고, 간판 프로그램 하나를 잃어버리긴 했지만, 강호동의 저력은 여전히 살아있다. < 달빛 프린스 > 의 후속작으로 내세운 < 우리동네 예체능 > 은 5~8%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화요일 밤 11시대를 꽉 잡고 있고, SBS < 스타킹 > 은 11~14%를 넘나드는 성적으로 경쟁작 < 무한도전 > 못지않은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 우리동네 예체능 > 과 < 스타킹 > 의 안정적 운영 속에 이제 강호동에게 남은 과제는 시청자들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을 새로운 프로그램의 론칭이다. < 달빛 프린스 > 와 < 맨발의 친구들 > 의 아픔을 뒤로 하고 도전과 모험을 망설여서는 안 된다. 언제나 그는 위기에 강한 승부사였다. 그가 오늘날의 시련에 좌절하지 말고 다시 한 번 '국민 MC'다운 모습을 보여주기를 대중의 한 사람으로서 기대해 본다.
< 남자의 자격 > 폐지 이후 조용한 백전노장, 이경규 : C
▲이경규에게 9번째 연예대상을 안겨 준 < 남자의 자격 > 의 폐지는 이경규의 커리어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
ⓒ SBS |
특히 < 남자의 자격 > 의 폐지는 이경규의 커리어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 남자의 자격 > 은 긴 슬럼프에 빠져있던 그를 수렁에서 건져낸 생명과도 같은 프로그램이자, 그에게 7번째 연예대상을 안겨다 준 은인 같은 프로그램이기도 했다. 물론 주말 메이저 시간대에 방송되는 프로그램이란 자부심도 적지 않았다. 이만큼 중요한 프로그램이 시청률 때문에 역사 속으로 사라져 버렸으니 이경규로선 아쉬움이 아주 많이 남을 수밖에 없다.
< 무릎팍 도사 > 를 밀어내고 국내 1인 토크쇼의 맹주 자리를 차지했던 SBS < 힐링캠프 > 역시 좋은 상황은 아니다. 안방마님 한혜진의 하차 이후, 하락세가 눈에 띄게 심해지고 있고 동시간대 경쟁작인 KBS < 안녕하세요 > 와의 시청률 격차도 상당한 수준이다. 한때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등 대선 주자를 연이어 초대하며 열풍을 불러 일으켰던 때와 비교한다면 격세지감이 느껴질 정도다.
게다가 새롭게 론칭한 KBS < 풀하우스 > 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어 자칫하다간 또 다시 위기론이 불거질 위험까지 생겼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SBS < 붕어빵 > 이 잘 버티고 있고, tvN < 화성인 바이러스 > 가 이런저런 논란 속에서도 중박 이상을 치고 있다는 사실이다. 예능계의 '백전노장' 이경규는 과연 작금의 위기를 타파하고 화려하게 정상의 자리에 복귀할 수 있을까. 2014년 그가 보여줄 '신의 한 수'가 자못 궁금해진다.
방송가 사로잡은 '섹드립'의 화신, 신동엽 : A
▲KBS < 안녕하세요 > 와 < 불후의 명곡 > 이 고정 시청층을 확보하며 안정적으로 운영됐고, tvN < SNL 코리아 > 역시 화제성은 다소 줄어들었지만 섹시 콩트 코미디를 강화하며 자기 색깔을 보다 확실히 했다. 하지만 SBS < 화신 > 이 폐지됐고, MBC < 다이빙 쇼-스플래쉬 > 는 조기 종영되는 수모를 겪었다. |
ⓒ CJ E & M |
물론 시련도 없지 않았다. SBS < 화신 > 은 강호동의 < 우리동네 예체능 > 에 밀려 제대로 된 힘조차 쓰지 못한 채 사라져 버렸고, MBC < 다이빙 쇼-스플래쉬 > 는 안정성 논란 끝에 결국 조기 종영되는 수모를 겪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동엽이 좋은 평가를 받는 까닭은 실패를 자양분 삼아 인상적인 성공작을 끊임없이 배출하고, 지상파부터 종편까지 모든 방송사를 아우르며 맹활약을 펼쳤기 때문이다.
JTBC < 마녀사냥 > 은 가히 신동엽을 위한 프로그램이라 할 만하다. 신동엽은 이 프로그램에서 각종 19금 발언을 서슴지 않으면서도 선을 넘지 않는 노련함으로 프로그램에 넘치는 생명력을 불어 넣을 뿐 아니라 유재석-강호동과는 확실히 차별화 된 자신만의 색깔을 확보하는데 성공했다. '리얼 버라이어티'가 득세하는 현재의 예능계에서 주류에 편입하지 않으면서도 괄목할만한 성과를 내는 이는 신동엽이 유일무이하다.
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올해 그는 전통적 콤비인 이영자와 함께 KBS 연예대상의 유력한 후보로 점쳐지고 있다. 과연 신동엽이 이영자를 제치고 2년 연속 KBS 연예대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누릴 수 있을 것인가. 확실한 사실 한 가지는 대상을 받든 못 받든 그가 독보적 자기 영역을 자랑하는 MC라는 것, 바로 그것일 것이다.
< 썰전 > 으로 부활...아슬아슬한 줄타기, 김구라 : A+
▲잠시 공백기를 가졌던 김구라는 지난해 tvN < 현장토크쇼 택시 > 로 방송활동을 다시 시작한 후, 올해 6월 MBC < 라디오 스타 > 로도 복귀하며, JTBC < 썰전 > , tvN < 퍼픽트 싱어 VS > 등에서 활약하고 있다. |
ⓒ 이정민 |
지난해 9월 tvN < 현장토크쇼 택시 > 로 방송에 복귀한 김구라 부활의 전초전은 올해 생긴 JTBC < 썰전 > 이었다. 정치와 연예라는 상반된 주제를 날카로운 시선으로 비평하는 이 프로그램 속에서 김구라는 세련미 넘치는 진행과 묵직한 존재감을 바탕으로 확실한 무게 중심을 잡아가고 있다. 적어도 정치를 소재로 하는 프로그램에서 김구라만큼 노회하면서도 지적이게 프로그램을 운영할 MC는 존재치 않을 것이다. 단언컨대, < 썰전 > 은 김구라가 없었다면 만들어 질 수 없었던 프로그램이었다.
MBC < 라디오 스타 > 에 복귀한 것은 화룡점정이었다. KBS < 이야기 쇼 두드림 > 과 SBS < 화신 > 으로 공중파 복귀전을 치룬 그는 비로소 출세작인 < 라디오 스타 > 에 컴백함으로써 완벽한 복귀 신고식을 마칠 수 있었다. 그의 투입 이 후, < 라디오 스타 > 가 생동감 넘치는 토크쇼로 변모하고 있다는 점만 봐도 < 라디오 스타 > 와 김구라가 얼마나 찰떡궁합인 관계인지 단번에 알 수 있다.
여기에 < 퍼펙트 싱어 VS > 의 선전, MBC < 세바퀴 > 복귀까지 김구라의 승승장구는 계속되는 중이다. 다만, 조심해야 할 점도 있다. 그의 강한 캐릭터가 시청자들의 거부감을 자아내고 있고, 다소 오만하고 건방진 듯한 방송 태도는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구라가 현재 절정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다수의 시청자들이 그에게 불쾌감을 느끼고 있다면 이는 심각히 받아들여야 하는 위험신호다. 그의 각성이 필요하다.
김구라의 2013년은 누가 뭐래도 A+의 성적표를 자랑했다. 그러나 구설수에 오르내리는 현 상황이 반복된다면 내년에도 올해 같은 성적을 장담하긴 힘들다. 스타 MC로 장수하고 싶다면 장점은 강화하고 결점은 보완하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아야 한다. 김구라가 부디 이 불변의 진리를 무겁게 생각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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