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국가부체 1,000조 년 이자만 20조

참도 2013. 10. 17. 10:57

16일 세종특별자치시  세종청사에서 처음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기획재정부는 국회의원들로부터 융단 폭격을 받았다. 

 야당은 이명박(MB)정부와 박근혜정부를 공격하는 수단으로 이 문제를 집중 거론했고,

여당은 국가부채 증가가 국정과제 이행의 발목을 잡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에 따라 국가부채 증가를 질타했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선을 다해 철저히 관리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되풀이했다.

 국감을 통해 이제부터는 국가부채를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충분히 강조됐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국가부채는 무서운 속도로 불어나고 있다. 박근혜정부 출범 첫해인 올해 사상 처음으로 1000조원을 돌파한다.

 국가부채는 중앙정부 채무+지방정부 채무+국가공기업 부채+지방공기업 부채를 합산 한 것으로,

보증채무를 제외한 직접 부채만을 집계한다. 이 기준에 따르면 올해 말 국가부채는 1053조원으로 국내총생산(GDP)의 80%에 달할 전망이다. 2007년 571조2000억원이던 국가부채가 MB정부를 거치면서 481조8000억원이나 불어난 결과다.

 천문학적인 규모의 국가부채가 두 배 가깝게 불어나는 데 걸린 시간은 불과 6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국가채무와 국가부채의 개념이 구분되면서 숨어 있던 빚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국가채무는 국가가 직접 갚아야 하는 빚이다.

 부족한 세입을 확충하기 위해 최근 발행량이 급증하고 있는 국채가 대표적이다. 이로 인한 이자만 올해 20조원이 넘는다.

 공공기관은 출자 또는 출연을 통해 정부가 소유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부채를 갚지 못하면 최종적으로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

국제적으로는 앞으로는 공공기관의 채무는 정부 책임이라는 점을 명백히 하고 있다.

 지난해 국제통화기금(IMF)에서 '공공부문 부채 작성지침'을 발표함에 따라 우리나라도 이에 맞춰

내년 3월부터 국가부채의 범위를 사실상 크게 확대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사실상 국가부채를 의미하는 공공부문 부채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1500조원에 달한다.

 국가채무 443조1000억원에 정부가 지급해야 할 군인·공무원 연금 지급액을 포함하면 중앙정부 부채가 902조4000억원으로 늘어난다.

 

 여기에 중앙 공공기관 부채 493조4000억원, 지방정부 부채 18조원, 지방 공공기관 52조4000억원을

모두 합하면 150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여기에는 국민·사학연금이 갖고 있는 충당부채는 당장 현실화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포함하지 않았다.

 우리나라 국가부채가 왜 이렇게 많이 늘어났을까. 중앙정부와 공공기관의 빚덩이 살림 탓이 핵심 원인으로 꼽힌다.

올해 정부가 밝히고 있는 국가채무 가운데 가장 큰 폭의 증가액을 보인 것은 공공기관 부채다.

 2007년 249조3000억원에서 2배 이상 증가해 올해 말 520조3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공공기관의 부채가 국가채무를 앞지른 것은 2010년부터다.

 이한구 새누리당 의원은 이 부분을 강조하고 있다.

 현재 국가부채가 늘어난 것은 직전 정부에서 공공기관의 방만한 경영을 통제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의원은 "공공기관은 총체적 위기에 빠졌다"며 "MB정부 출범 이후 부채는 늘어나고, 수익은 떨어져만 가는데,

 기관장은 '돈잔치'에만 혈안이 돼 있다"고 성토했다. 그의 말대로 MB정부에서도 공공기관의 경영은 방만하게 이뤄졌다.

 그 결과 2010년부터 공공기관 부채가 국가채무를 넘어서면서 국가부채가 눈덩이로 불어났다.

 특히 295개 전체 공공기관 가운데 자산 기준 2조원 이상 대형 공공기관 41개 곳은 총체적 실패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MB정부에서 4대강 사업을 비롯한 대규모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에 나서면서 공공기관 부채가 급증하기 시작했다.

 정치권과 국민 눈치를 보면서 전기·가스·교통 같은 공공 요금을 원가에도 못 미치게 운용해온 것도 부채를 키워 왔다.

이에 따라 최근 5년(2008~2012년)간 SOC·에너지 주요 10개 기관에서 140조원의 부채가 새로 발생했다.

이는 전체 공공기관 부채 증가 규모의 69%를 차지한다.

 MB정부에서는 국가부채도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정부 출범 직전 299조2000억원이던 국가채무는 올해 연말 480조3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올해 말 기준 국가채무 가운데 세입보다 쓰는 돈이 많아 국채 발행을 통해 조달한 적자성 채무는 245조2000억원에 달한다.

 이렇게 적자성 채무가 불어나는 데는 정부의 고질적인 장밋빛 경제 전망이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이날 정성호 민주통합당 의원은 "주요 경기기관들이 내년 성장률을 낮추는데 기재부만 최고치(3.9%)를 제시했다"면서

"현오석 부총리는 직을 걸고 이 문제를 책임지라"며 기재부의 '뻥튀기' 성장률 전망을 비판했다.

 정부가 해마다 실제보다 부풀린 세입 전망을 앞세우는 바람에 부족한 세입을 적자국채로 메워온 지도 오래다.

 지난해에도 정부는 올해 성장률 4%를 전제로 예산 총수입을 372조6000억원으로 잡았다.

 그러나 성장률이 2%대로 주저앉으면서 지난 4월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통해 12조원 규모의 세입확충을 했는데도

또다시 7조~8조원의 세입결손이 예상되고 있다. 올해 재정적자는 최대 3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공공기관 부채가 급증하는 것도 속을 들여다보면 '경제 체력'보다 과장된 정부 예산증가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정부가 세입예산이 부족하면 공공기관이 빚을 내도록 해 정부 사업을 추진하기 때문이다.

 4대강 공사를 주관한 수자원공사의 부채비율이 2007년 16%에서 지난해 말 123%로 늘어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해 말 167조8000억원으로 공공기관 부채 규모 1위인 LH의 부채비율이 466%까지 치솟은 것도 정권이 바뀔 때마다

쏟아부은 도로·주택과 같은 정부 건설 사업의 결과다.

 그러면 '부채공화국'이 돼 가고 있는 것은 누구 책임일까.

 무능한 정부와 포퓰리즘(인기 영합주의)에 젖어 있는 정치권의 합작품이라는 지적이 많다.

정부는 5년마다 정권이 새로 들어설 때마다 대통령의 공약을 집행하고 정치권의 눈치만 보면서 부채를 키워 왔다.

 재원 조달 방안을 마련해야 새로운 지출 사업을 허용하는 페이고(Paygo) 원칙 도입이 제안됐지만 한 야당 의원이

국회 권한을 제한한다며 반대하면서 논의가 더 진전되지 못했다.

자신의 지역구에 도로와 다리를 놓아 달라는 쪽지 예산을 들이대면서 국가부채 증가에 한몫해 온 의원들다운 행태다.

 기재부도 마땅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자 이한구 새누리당 의원은 "답답하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공기업은 MB정부 때 엉망진창이 되면서 적자가 나는데도 성과급을 나눠먹고 있다"며

 "정부의 국감 업무보고에는 성장 잠재력에 대한 내용도 빠져 있는데 정부는 무슨 재간으로 복지재원을 마련하겠느냐"고 한숨을 몰아쉬었다.

 

이용섭 민주당 의원은 "국가부채는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수준"이라며 "재정이 파탄나지 않도록

공공기관은 강도 높은 자구노력을 통해 부채를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국가부채는 내년에도 늘어날 전망이다. 숨어 있는 부채도 속속 표면으로 떠오른다.

 3월 말 발표되는 공공부문 부채에는 지난해 시장형 공기업이라는 이유로 부채 포함 대상에서

제외됐던 206개 공공기관의 부채가 추가로 포함될 전망이다.

정부가 그동안 일반정부 부채 통계에 포함하지 않았던 LH·한국수자원공사·한국은행·금융감독원·산업은행·기업은행 등

 금융·비금융 공공기관이 대상이다. 이에 따라 공공부문에 포함되는 공공기관은 모두 439개로 늘어난다.

 현진권 한국재정학회장은 "정부가 복지정책을 과감하게 수정하지 않으면

2030년에는 국가부채 비율이 급증해 그리스 꼴이 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세종=김동호 기자 < donghojoongang.co.kr >

김동호 기자dongh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