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이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148개 국가를 대상으로 조사한 2013년 국가경쟁력 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WB), UN, 세계보건기구(WHO) 등에서 수집한 자료를 토대로 한국의 KAIST와 한국개발연구원(KDI)에 설문조사를 의뢰해 작성된 평가다.
국가경쟁력 6단계 추락, 최하위권 분야 '수두룩'
한국의 성적은 좋지 않았다. 매년 하향 곡선을 그리다가 2012년 19위를 기록하며 10위권에 재진입했지만 다시 6단계나 떨어지며 25위를 기록했다.
해외시장 규모, 광대역 인터넷 가입률, 고등교육 진학률, 이동통신 인터넷 이용률 등에서는 최상위권에 진입했지만 바닥을 친 분야도 다수 있었다. 정책결정 투명성(137위), 노사협력(132위), 이사회 유효성(130위), 소수주주 보호(124위) 등은 148개 조사대상 국가 중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분야별 순위에서도 추락세가 뚜렷했다. 기본요인이 18위에서 20위, 효율성 증진부분이 20위에서 23위, 기업혁신 및 성숙도 또한 17위에서 20위로 각각 하락했다.
WEF 평가 인정하지 않으려는 태도
추락 원인에 대한 정부의 해명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평가시기, 평가방식, 설문대상, 적용기준과 지표 등에 따라 평가기관별로 순위가 다르게 나타난다며 WEF의 평가결과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태도를 보였다.
기재부는 한 예로 이동전화 이용자 수를 꼽았다. 148개국 중 70위에 그친 이유에 대해 앞선 순위의 국가들이 인구 수 보다 심(SIM) 카드 수가 많았기 때문에 한국이 순위에서 밀린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초등교육 분야 순위가 11위(2012년)에서 18위로 하락한 이유에 대해서도 다소 엉뚱한 해명을 내놓았다. 취학률 순위에서 밀린 게 하락으로 이어졌다며 한국의 경우 2012년과 동일한 98.6%이지만 미얀마(99.6%), 튀니지(99.4%) 등이 새로 평가 대상국에 포함됐고, 아일랜드의 취학률이 급상승(95.1%->99.7%)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순위가 낮아진 것에 불과하다고 둘러댔다.
정부의 변명, 북핵 위기 때문에...전 정부 때문에...
정부는 또 설문조사에 문제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조사시점인 올 4~5월은 북한의 3차 핵실험과 개성공단 근로자 철수 등 한반도 위기가 고조됐던 시점이어서 이것이 순위에 영향을 주었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하지만 다수의 전문가들은 정부의 이 같은 주장에 이견을 제시한다. 북핵 리스크와 전혀 무관한 분야(시장독점, 반독점정책 효율성, 기업경영 윤리, 법체계 효율성, 비정상 지급 및 뇌물 등)에서도 순위가 현저하게 낮아진 점을 들어 정부의 주장에 설득력이 결여돼 있다고 지적했다.
경쟁력 하락의 원인이 현 정부에 있는 게 아니라 전 정부에게 있다는 투의 논리를 펴며 방어적 자세를 취하기도 했다. 기재부는 순위 하락의 원인 중 하나로 “8분기 연속 0%대 저성장 기조를 보인 게 조사대상 기업인의 심리에 부정적 영향을 주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해 우회적으로 '전 정부 책임론'을 들먹였다.
미국 CIA의 ‘월드 팩트북’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한국의 2012년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연 2.0%로 세계 198개 국가 중 117위를 기록해 2010년(57위)에 비해 60단계나 순위가 추락했다.
결과가 나쁠 때는 남 탓?
WEF 평가에 문제가 있다는 기재부의 입장표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다른 기관에서 내놓은 결과를 봐도 한국의 경쟁력 하락세가 감지되기 때문이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의 조사에서는 작년과 같은 22위를, 해리티지 재단 평가에서는 작년(31위)보다 3단계 낮아진 34위를 기록했다.
이런데도 경쟁력 하락의 원인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되짚어 보려는 노력보다 변명과 핑계를 앞세운 것이다. 결과가 나쁠 때는 남 탓을 하는 버릇이 여전하다.
결과가 좋을 때는 정부가 잘해서 그런 거라며 자화자찬을 늘어놓고 대국민 홍보에 열을 올리기 일쑤다. 작년 9월 이명박 정부는 WEF 순위가 5단계나 상승했다며 클라우스 슈바브 WEF 회장의 서한을 공개했다. 서한의 내용은 “한국이 WEF 세계경쟁력 지수 평가에서 20위권 내에 재진입한 것을 축하한다”는 것이었다.
결과 좋으면 자화자찬, 홍보에 열 올려
이 서한은 보수매체를 중심으로 대서특필됐다. 당시 언론들은 “WEF가 순위 상승과 관련해 공식 축하편지를 보낸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정부를 추켜세웠고, 재정부는 “우리나라의 국가경쟁력 제고와 이를 통한 국가 위상 강화를 재확인하는 사례”라고 자화자찬했다.
▲작년 9월 WEF의 '경쟁력 순위상승 축하편지'를 대대적으로 보도한 언론들
허투루 둘러대는 핑계와 변명에 속아 넘어갈 국민이 아니다. 작은 결과를 침소봉대해 자화자찬하는 정부를 곱게 봐줄 국민도 아니다. 언제까지 국민은 정부로부터 어린아이 취급을 받아야 하는 건가.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권력자인 국민에게 일꾼인 정부가 허위보고를 하거나 허튼 소리를 하는 건 권력자를 무시하는 범죄행위나 다름없다. 국민에게 정확한 보고서를 올릴 책임이 정부에게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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