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은 공사 시작 전부터 사업의 타당성 부족과 절차상 잘못에 대한 지적이 각계에서 잇따랐다.
1만명이 넘는 시민이 4대강살리기범국민운동본부(범국본)를 중심으로 소송을 제기해 법원에 도움을 구했다.
그러나 1·2심 법원은 모두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고, 사업을 일단 중지해야 한다는 가처분 소송도 기각했다.
법원이 4대강 사업에 대해 '절차적 합법성'을 부여하고 '공공복리에 부합한다'고 결정하면서 4대강 사업은 속도를 냈다.
그러나 감사원이 '4대강 사업은 총체적 실패'로 결론지으면서 법원은 '부실을 방조했다'는 책임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법조계에서는 4대강 사업이 완공된 지 1년이 다 된 지금까지 최종 판단을 내리지 않고 있는 대법원이라도
'4대강은 잘못된 사업'이라는 판결문을 남겨 잘못된 정책의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 재판부, 정부측 주장 그대로 수용
4대강 관련 소송은 4곳에서 진행됐다. 한강은 서울행정법원, 낙동강은 부산지법, 금강은 대전지법, 영산강은 전주지법이 맡았다.
시민소송인단은 4대강 공사를 취소해달라는 취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공사 추진 과정에서 절차를 무시하고 졸속으로 처리했다는 것과 사업목적으로 내세운
홍수 예방과 수질 개선 등이 타당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가장 먼저 판결을 내린 곳은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김홍도 부장판사)였다.
재판부는 정부 측 주장을 거의 그대로 수용했다.
예비타당성 조사를 실시하지 않아 국가재정법 위반이라는 주장에 재판부는 "재해 예방 지원 목적으로
시급한 추진이 필요한 사업은 제외 대상"이라고 판단했다.
또 환경영향평가가 부실했다는 지적에도 "일부 부실하지만 그렇다고 하지 않은 정도는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시민소송인단 측 김남주 변호사는 "재판 자체가 총체적 부실이었다"며
"굉장히 전문적인 문제였기 때문에 재판부가 사실관계와 타당성을 심층적으로 파고들어가야 했는데
재판부는 전문가들을 불러놓고도 직권심문조차 거의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환경영향평가가 제대로 됐는지를 따져봐달라고 소송을 낸 것인데 재판부는 환경영향평가서가 있으니 됐다는 식이었다"며
"매우 소극적인 사건 진행으로 일관했다"고 말했다.
당시 독일 운하와 4대강 사업을 비교하기 위해서 하천전문가인 한스 베른하르트 교수(칼스루헤 공대)가 한국을 방문했으나
재판부는 증인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시민소송인단이 제기한 문제점은 감사원의 최근 중간발표 결과를 통해 상당 부분 사실로 드러났다.
그러나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 이 판결의 법적 논리는 이어진 낙동강, 금강, 영산강 판결에서도 거의 그대로 인용됐다.
■ 공사 진척 됐다며 부실 우려는 외면
부산고법 행정1부는 지난해 2월 낙동강 관련 2심 판결에서 4대강 사업 과정에 위법성이 있다고 인정했다.
일부라도 위법하다는 판단을 한 것은 이 판결이 유일하다.
재판부는 "보 설치는 수자원 확보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지 재해 예방 사업이라고 볼 수 없기 때문에
예비타당성 조사를 거치지 않은 것은 국가재정법 위반"이라고 했다.
그러나 판결이 미친 영향은 결과적으로 같았다. 재판부가 '사정판결(事情判決)'을 했기 때문이다.
사정판결은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이면서도 다른 사정을 이유로 들어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을 말한다.
재판부는 "대규모 국책사업인 이 사업은 대부분의 공정이 90% 이상 완료돼 이를 원상회복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라며 "뒤늦게 이를 취소한다면 기존에 형성된 법률관계에 엄청난 혼란이 발생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시 이 재판의 담당 부장판사는 현 김신 대법관이다.
범국본 소송인단 대표인 임통일 변호사는 "사정판결은 정치적인 판결"이라고 비판하며
"법원은 내용 그 자체로 위법한지를 판단해주고 그에 따른 문제는 국회에서 해결해야 하는 것인데
법원이 최후의 보루로서의 역할을 회피한 비겁한 판결"이라고 말했다.
대법원은 아직 4대강 관련 선고일을 정하지 않았다.
임 변호사는 "이미 공사가 완공되긴 했지만 대법원에서라도 잘못된 사업이라는 것을 판결문으로 남겨줘야
잘못된 정책의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지역 법원에 근무하는 한 부장판사는
"4대강 관련 판결에 비판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는 것은 이해하지만,
정치가 제 역할을 못해서 정치의 영역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를 자꾸 사법부에 떠넘기는 것도 문제라고 본다"고 말했다.
< 장은교 기자 indi@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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