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부 5년동안 감세로 세수 66조원 감소 추산
투자·소비확대 선순환보다 재분배 구조만 악화
여당까지 ‘추가감세 철회’ 요구…결국 한발 후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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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의 기류 변화는 결국 입법권을 가진 국회를 설득하지 못하면 현실적으로 감세를 시행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소득세·법인세 최고구간 추가감세는 애초 2010년 시행 예정이었지만, ‘부자 감세’ 논란이 일면서 2009년 연말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2년간 시행이 전격 유보된 것이다. 청와대로선 여당조차 감세 철회를 사실상의 당론으로 정한 상황에서 무턱대고 감세를 밀어붙였다간
자칫 명분과 실리를 다 잃는 처지에 놓일 수도 있다. 청와대는 감세 ‘시기와 양’을 모두 조정할 수 있다는 카드를 내놨다.
감세 시기를 다시 한번 늦추는 쪽으로 가닥을 잡는다면 결과적으로 현 정부 임기 안에는 추가 감세를 시행하는 게 불가능 해
감세의 ‘양’을 조정하는 방안으로는, 감세율을 낮추는 대신에 고용과 연계된 투자의 감면·감세를 늘리는 방안 등이 거론되는데,
‘부자 감세’ 논란을 해소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최근의 ‘감세 철회’ 여론을 재점화한 건 대통령 자신이다.
대규모 감세로 세수를 줄여놓고 재정 건전성을 강화하라고 다그치니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비판과 함께 감세부터 철회하는 게 순서라는.
이명박 정부의 감세 정책은 2008년 말부터 이미 상당 부분 시행됐다. 남은 것은 8800만원 초과 소득자에 대한 소득세율 인하(35%→33%)와
과세표준 2억원 초과 기업에 대한 법인세율 인하(22%→20%) 두 가지다.
‘부자 감세’ 이후 나라 곳간은 크게 멍들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대규모 재정 투자가 맞물리면서
출범 이후 4년째 재정수지는 적자 상태다. 현 정부 5년 동안 감세로 줄어드는 세수는 모두 66조5000억원으로 추산(국회 예산정책처)된다.
내년부터 추가로 법인세와 소득세율을 내리면 해마다 3조7000억원의 세수가 더 줄어들게 된다.
추가 감세만 하지 않아도 ‘반값 등록금’ 등 새로운 복지 수요를 감당할 재정 여력을 어느 정도 확보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까닭이다.
국가 채무도 급증했다. 지난 2008년 309조원이던 국가채무는 393조원으로 2년 새 90조원 가까이 불어났다.
우리 정부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 가장 큰 폭으로 법인세율을 내렸다.
3년간 오이시디 평균 법인세율 인하폭은 0.3%포인트인데, 우리는 3.2%포인트나 내렸다. 주요국들이 금융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재정 지출을 크게 늘리면서 법인세 감세엔 적극 나서지 않은 것은 경기부양 효과가 크지 않고 세수 축소로 재정 여력만 줄인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재정적자와 국가채무를 감수하면서까지 공격적인 감세를 했지만 그 성적표는 너무도 초라하다.
감세를 통해 투자와 고용이 늘고 다시 민간의 생산과 소비가 확대되는 선순환은 나타나지 않았다.
오히려 실업률은 높아지고 소득 재분배 구조는 악화됐다.
2000년대 초 미국 부시 행정부의 대규모 감세에 대해 미 의회는 뒤늦게 “경기 부양에 부적합한 방식”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총수요는 감세 1달러당 0.74달러어치가 늘어 투입보다 산출이 적었고, 고용도 정부 예측치의 38% 증가에 그쳤으며,
막대한 재정적자의 57%는 감세에서 비롯됐다는 보고서를 내놨다.
“우리는 선진국들보다 재정 규모가 크지 않아 감세로 인한 재정 운영의 제약이 더 크다”고 진단했다.
정부의 균형재정 정책은 ‘지출 구조조정’에 맞춰져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감세를 유지하면서 재정적자와 국가부채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 또한 번지수가 잘못됐다고 지적한다. 세입 감소가 주된 이유인데 지출 축소에서 해답을 찾으려는 한다는 것이다.
나아가 이런 재정축소 기조로는 가파른 고령화·양극화로 늘어나는 ‘의무적 복지지출’ 수요조차 감당하기 힘들다는 지적도 나온다.
홍종학 경원대 교수는 “분모(정부예산)가 늘어나는 속도보다 분자(복지지출)가 느는 속도가 워낙 빠르다”며 “이런 상황에서 지출을 최소화하는 정책 기조를 유지하면 복지지출 증가율 역시 기조적으로 하락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회승 기자 hon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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