玄회장(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경영권 강화 시도, 현대家서 제동
조선비즈 | 호경업 기자 | 입력 2011.03.26 03:07 | 누가 봤을까? 50대 남성, 울산
9시에 시작하는 주주총회를 30여분 앞두고 200여개 좌석은 빈자리 없이 다 찼다.
감사보고와 사외이사 임명건 등은 일사천리로 통과됐다.
마지막 순서는 우선주 발행한도 정관 일부 변경 안건.
사회자는 "우선주 발행을 현행 2000만주에서 8000만주로 늘리는 안을 상정한다"고 선언했다.
현대중공업 대리인이 곧바로 "왜 이 시점에서 우선주 발행을 늘리려는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반대합니다." 현대백화점 대리인도 거들었다. "주주 가치 훼손입니다."
주주총회장이 술렁거렸다. 현대그룹측 개인주주들은 "왜 반대하는지,
무슨 의도가 숨어 있는지 말해 달라"며 격앙된 목소리로 물었다.
사회자는 "의견이 분분하니 투표를 시작한다"고 선언했다. 표 대결이 시작된 것이다.
정관 변경안은 현정은 회장이 이끄는 현대그룹측이 현대상선 경영권을 장악하는 문제와 직결돼 있다.
현재 현대상선의 현정은 회장측 지분은 우호지분을 합해 42.25%.
현대중공업 등 범현대가(현대건설 지분을 포함할 경우)는 38.87%다.
3% 남짓한 지분 차이로 현 회장측이 경영권을 확보하고 있는 셈이다.
더구나 현대상선은 현대그룹 내에서 80%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며 사실상의 지주회사 역할을 한다.
정관변경안에 따르면 의결권이 있는 우선주를 발행할 수도 있다.
현대그룹측이 제삼자 배정방식으로 우호세력에 우선주를 발행하면 범현대가가 도저히 넘볼 수 없는 지분을 확보하는 것이다.
안건 통과를 위해서는 참석 의결권 수의 3분의 2 이상인 66.66%가 찬성해야 했다.
이날 참석한 의결권 수는 1억2063만4706주. 주총 진행 요원들이 '찬성'과 '반대' 투표용지를 회수해 개표를 진행했다. 15분간 진행된 개표가 끝나고 사회자가 선언했다.
"찬성은 7835만59주, 의결권 수 중 64.95%로 안건이 부결됐습니다."
단 1.71%포인트 차이로 부결됐다. 범현대가가 던진 반대·무효·기권은 35.05%(4228만4647주)였다.
현대그룹측은 주총 이후 투표분석 결과,
지분 23.78%를 보유한 주요주주인 현대중공업(현대삼호중공업 포함)을 비롯해 현대백화점(1.89%)
·현대산업개발(1.31%)·KCC(4.00%)·현대해상화재보험(0.14%)이 일제히 반대·기권표를 던졌다고 밝혔다.
현대그룹측은 "찬성 위임장을 제출했던 현대산업개발이 주총 하루 전인 24일 갑자기 위임장을 회수하며
반대편으로 돌아섰을 정도로 범현대가가 조직적으로 움직였다"고 주장했다.
이날 주총이 끝나고 현대그룹 계열사인 현대엘리베이터는 올 9월까지 현대상선 주식 130만4347주(0.85%)를 추가 매수, 총 보유주식을 22.62%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