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약초

벌이 살아지고 인공수분 인건비 부담

참도 2011. 1. 5. 15:04

중앙일보 유지호]

"벌이 사라지니 돈도 날아가네요."

 4일 오후 전남 나주시 금천면 석전리 배 과수원(4만9586㎡). 배나무 1300여 그루를 키우는 김진호(38)씨는 올해 인공수분을 할 걱정에 벌써 근심이 가득하다. 기후·환경의 변화로 배나무 수정의 매개체인 벌이 사라지면서 그는 몇 년 전부터 인공수분을 했다. 배꽃의 수정 시기인 4월 10일에 맞춰 꽃가루를 채취한다. 5만㎡를 위해선 꽃가루 3㎏가량이 필요하다. 성인 여성 5명이 10여 일간 일해 얻을 수 있는 꽃가루는 2㎏. 부족한 양은 국내산(㎏당 70만∼80만원)이나 중국산(1㎏ 30만원) 꽃가루를 혼합해 쓴다.

 여기에 1300여 그루를 일일이 인공수분하려면 하루 30여 명의 인력이 필요하다. 벌이 배꽃 사이를 날아다니며 꽃가루를 묻혀주는 것처럼 면봉이나 물총·분무기를 사용해 꽃가루가 암꽃에 닿을 수 있도록 3∼4차례 반복해야 한다. 일당은 한 명당 4만5000∼5만원. 인건비에다 기타 비용까지 합하면 500만원이 훌쩍 넘는다. 벌이 있었다면 쓰지 않아도 되는 돈이다. 김씨는 "벌이 수분을 할 땐 배가 잘 열렸는데 지금은 모양과 크기는 좋아졌지만 생산량이 40%에 그친다"고 말했다.

 

벌이 사라지면서 농촌의 근심도 커지고 있다. 인공수분을 하는 과수·채소 재배 면적이 늘면서 경제적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꿀벌이 줄어드는 건 세계적인 현상이다. 냉해와 폭염 등 극심한 기상 변동 탓이 크다. 한국에선 특히 토종벌 괴질로 불리는 '낭충봉아부패병(囊蟲蜂兒腐敗病)'이 확산하면서 피해가 더 크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지난해 4월부터 10월까지 전국 1만7501농가에서 생산하는 41만2887군(벌집을 세는 단위, 1군에 벌 3만∼4만 마리)의 토봉 중 1만1944농가 31만6734군(76.7%)이 피해를 본 것으로 집계했다. 토종벌 농가 모임인 한국토봉협회는 전체 3만여 농가 43만 군 중 40만 군이 폐사해 2800억원의 피해가 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자연수분을 고집하는 농민들도 많다. 전남 담양군 담양읍에서 딸기를 재배하는 김용환(59)씨는 자연수분을 하기 위해 시설하우스 안에 벌통을 들여놨다. [프리랜서 오종찬]

 

벌이 없어지면서 쉽게 썩거나 기형인 작물이 나오는 경우가 잦아진다. 김명식 전남도농업기술원 원예특작기술담당은 "지난해 10월께 감 재배 농민들로부터 '수확을 앞둔 감이 자꾸 떨어진다'는 문의가 와 조사를 해보니 씨가 없는 게 대부분이었다"고 말했다. 씨가 없다는 건 수분이 제대로 안 돼 상품성이 없다는 뜻이다. 이렇게 농민들의 피해가 커지자 부담은 소비자도 지게 된다. 소비자가 사먹는 과일·채소 가격엔 이 같은 인공수분 비용이 반영된다. 지난해 말엔 벌이 대량 폐사하면서 3만5000원 하던 곶감 한 접의 가격이 7만원으로 오르기도 했다. 사과·감 가격은 전년에 비해 두 배가량 뛰기도 했다. 벌의 활동 여부가 과일과 채소 가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얘기다. 생태계 전체에 교란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토종벌 대부분이 사라졌으니 후유증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계한 전남대 산림자원학부(산림생태학 전공) 교수는 "2월 말 매화·벚꽃을 시작으로 유실수가 차례차례 수분돼야 하는데 열매가 안 맺힐 수 있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꿀이 많이 나는 유채나 아까시나무 등을 많이 심어 벌이 활동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주=유지호 기자 < hwaonejoongang.co.kr >

◆인공수분=과수나 원예식물의 열매를 잘 맺게 하기 위하여 인공적으로 수술 꽃가루를 암술 머리에 묻히는 일. 현재 지구상에 존재하는 식물 중 40%는 곤충에 의해 꽃가루가 운반돼 수분이 이뤄지는 충매화(蟲媒花)다. 그중 80%는 벌이 수분을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벌이 사라지면서 사람이 면봉이나 분무기 등을 이용해 직접 수분 작업을 하는 게 인공수분이다.

▶기자 블로그 http://blog.joinsmsn.com/center/v2010/power_reporter.a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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