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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상주이야기 - 양촌리의 채씨 열녀각 (시인 박찬선)

참도 2010. 11. 1. 19:31
 

상주 이야기를 쓰면서 현장답사 때에는 늘 잔잔한 흥분을 감추지 못한다. 보존은 잘되고 있는지, 아니면 허물어졌거나 아주 없어지지나 않았는지 마음이 콩닥거린다. 더구나 아지랑이 아른거리는 봄철에는 더욱 심하게 느껴진다.

 삼월도 중순 토요일 오후의 따스한 햇살은 차창을 열도록 했다. 봄바람이 한결 부드러웠다. 상주 김천간 25번 국도. 용흥사 입구를 지나 왼쪽으로 굽어들면 갑장산의 산자락 아래에 아늑하게 자리 잡은 마을이 나온다. 상주시 양촌리 일명 터골이다.

 마을 입구의 길옆에는 이른 봄에 앞서 피는 산수유 노오란 꽃이 포근하게 맞아 주었다. 노랑 물감을 뿌려 놓은 듯한 봄의 꽃도 좋으려니와 열매와 단풍이 일품인 산수유, 이것이 마을 사람들의 인정과 따뜻한 마음의 표출인 듯 하여 더욱 정감이 갔다.

 채씨 열녀각은 마을 앞에 가지런히 자리 잡고 있었다. 그리고 심여 미터 안쪽에 효자 강원의 유허 비각이 단정하게 봄 햇살을 받고 있었다.

한 마을에 효자와 열려가 나서 이렇게 비와 각으로 징표가 뚜렷하게 남아있다니 예사롭지가 않았다. 더구나 두 분 모두 재령 강씨 문중 이라는 점에서 우러러 보였다. 한 문중의 훈육이 소홀치 않고 충· 효· 열의 덕목은 알뜰히 심었음을 알겠다.

 이렇게 남녀가 효· 열에 오른 마을로 청리면 청상리가 있다. 유유발 효자각과 광주김씨 열녀각이 지척에 벌여있다. 그리고 공성면 효곡리의 최만재 효자문과 송량 일가의 정려문도 가까이 한 마을에 자리 잡고 있다. 또한 충· 효가 함께한 마을이 있으니 공검면 지평1리 이다. 김축 부자의 충효각과 인구문의 효자각이 마을 길옆에 나란히 벌여 있다.

 어디 이 뿐이겠는가 충· 효를 최고의 덕목으로 삼았던 우리의 전통 유교사회에서는 어느 고을 어느 마을을 가던 한두 분의 효자와 열녀는 있었다. 효· 열행은 하고도 이름을 내지 않으려는 숨은 뜻이 많았다고 본다면 드러난 분보다 감춰진 분이 많았음을 짐작할 수 있겠다.

 각설하고 채씨 열녀각은 1860년(철종 11년) 재령강씨문중에서 마을 앞에 건립하였다가 1957년 현재의 자리로 옮겨지었다.

 강치목(康致穆 재령인)의 처 채씨는 열여덟 살에 시집을 왔다. 어린 나이었지만 시부모 섬기는 일에서부터 집안의 크고 작은 일에 이르기까지 원만하게 일처리를 잘 했다. 평소 몸이 허약한 남편을 위해서는 건강을 위한 음식, 복약, 의복, 침구 등 온갖 일을 자상하게 살펴드렸다. 하지만 남편은 병이 중하여 자리에 눕게 되었다. 채씨는 잠시도 남편의 곁을 떠나지 않고 병간호를 했으나 남편은 세상을 떠났다. 채씨는 부랴부랴 염습할 수의를 손수지어서 정중하게 장례를 치루었다. 그리고 삼우제를 마친 뒤 빈소에서 목을 메어 자결하였다. 열녀는 두 지아비를 모시지 않으며 반드시 남편을 따른다는 강한 윤리적 인식이 작용했을 것이다.

이 열행이 나라에 알려져서 정려가 내리고 재령강씨 문중에서 이 각을 세웠다.

 맛배지붕의 정려각 옆에 서 있는 땅버들의 가지가 벌써 물이 오르는지 연두 빛을 띄고 있었다. 채씨의 맵고 곧은 정신이 베어난 것일까 양촌들을 가로질러오는 바람결에도 열부채씨의 말소리가 낭랑하게 들리는 듯 했다.

 각 안쪽 벽에는 열부채씨정려각중건기가 나무판에 다닥다닥 음각이 되어 있는데 성산(省山)류쥬목(柳疇睦)이 짓고 강문영이 글씨를 썼다.

 논둑을 건너가 강효자유허비각을 보았다. 여느 효자비와 각보다도 격식을 갖춘 아담한 건조물임을 직감할 수 있었다. 어린 나이에 가난 속에서 일궈낸 강원의 효행이 눈에 아른거려 절로 숙연해질 수밖에 없었다. 병상에 계신 어머니를 위해 좋아하시는 음식을 마련해 드리고 대소변을 받아내며 손가락을 잘라서 피를 마시게 한 빼어난 자식의 도리와 시묘살이 등이 예사롭지 않게 가슴을 저며 왔다.

 전지를 마친 배나무와 사과나무 과원의 언저리에 유허비는 많은 말을 속삭여 주었다.

 마을 안으로 트인 길로 정려각과 효자각을 관리하고 계신 강근백씨(康根百 54, 상주시 양촌2리 725)댁을 찾았다. 밭일을 하시다가 쉬는 사이 불시에 찾아든 객을 환대해 주셨다. 자랑스러운 선조를 모신 후손의 친절과 겸손이 오후의 빛살 속에 피어나고 있었다.

출처 : 소곤소곤전래동화festival
글쓴이 : 옛이야기꾼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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