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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맛집

참도 2010. 5. 3. 15:54

 

만원 한 장의 행복 … 재래시장 맛투어 ② 대구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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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도 음식은 맵고 짜기만 하다.

특히나 대구음식은 맛이 없기로 소문이 났다….”


‘맛의 불모지’ 라는 수식어를 꼬리표처럼 달고 다니는 대구. 아니다, 절대 그렇지 않다. 적어도 대구의 별미를 한번쯤 맛본 사람이라면 안다. 특히나 오랜 세월 대구 사람들의 지친 몸을 쉬게 하고 주린 배를 달래주던 시장의 별미들은 그 맛도 맛이지만 음식에 담긴 이야기 또한 특별하다. 가난했던 시절 눈으로라도 배부르라고 크기를 부풀려 만들었다는 납작만두, 저렴하면서도 푸짐한 닭똥집 한 접시에 소주 한잔 걸치며 젊음과 인생을 논했던 똥집골목, 시장사람들의 신산한 삶을 그대로 빼다 닮은 칼국수 골목, 단돈 3000원에 푸짐한 정을 나누는 보리밥 뷔페…. 대구의 시장에는 골목의 그 이름처럼 맛있고 재미나는 ‘삶의 이야기’ 가 가득하다.

<평화시장>쫄깃쫄깃하게 튀겨지는 추억의 맛 ‘똥집골목’

대구 동구 신암동 평화시장은 그야말로 완연한 봄이다. 장미, 프리지아, 금어초, 튤립 등 형형색색의 꽃화분들이 시장 손님들을 유혹하고, 초록 모자를 쓴 빨간 딸기는 지나는 이들의 발걸음 멎게 할만큼 향기롭다. 반찬가게 앞, 봄나물들로 버무려놓은 반찬들이 줄 지어 선 모양은 마치 봄날 활짝 피어난 꽃과 같다. 구석구석 봄내음이 묻어나오는 시장의 풍경들이다.  
 



         꽃처럼 피어난 반찬가게의 반찬들

   시장상인과 손님이 소통하는 대화의 장

 

 
                             봄날의 시장은 화려하게 피어나는 봄꽃들처럼 생기가 넘친다

 


아기자기한 풍경이 매력적인 평화시장의 명물은 단연 ‘똥집골목’ 이다. 명색이 대구 사람이면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로 유명한 ‘똥집골목’ 은 이름 그대로 닭똥집을 요리해서 판매하는 음식 골목이다. 대구가 전국에서 닭똥집을 가장 많이 소비하는 도시로 유명해진 것도 이 똥집골목 때문이다. 실로 현재 40여 곳 가까이의 식당들이 성업 중이니 시장 안 골목 전체가 ‘똥집천국’ 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터.

닭똥집 골목의 시장은 1972년 삼아통닭집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닭만 팔다보니 닭똥집이 많이 남아서 어떻게 할까 늘 고민스러웠던 사장. 어느날 우연히 닭똥집을 튀겨서 서비스로 내어놓기 시작했는데, 의외로 손님들의 호응이 좋았던 것이다. 서비스로 시작한 닭똥집 요리가 값싸고 맛있기로 알음알음 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그 후 닭똥집, 튀김닭, 양념닭, 찜닭, 닭발 등 닭튀김 요리가 본격적으로 나오면서 술을 곁들이는 대구 스타일의 닭똥집 골목까지 등장하게 된 것.
 



  대구의 명물인 똥집골목, 삼아통닭에서 골목의 역사는 시작된다
  
              양념통닭처럼 달달하면서고 쫀득쫀득한 똥집의 맛


최근에는 밀가루에 버무리지 않고 그냥 튀기는 누드똥집, 간장과 마늘로 소스를 만들어 버무린 간장마늘 똥집까지 젊은 손님들의 입맛에도 맞는 메뉴들도 속속 개발되었다. 처음 생겨날 당시 닭똥집은 한 접시에 1000원 정도였다. 이 똥집 골목이 IMF 상황에서도 큰 타격을 받지 않았던 이유는 바로 가격에서 찾을 수 있다. 서민들의 주머니를 부담스럽지 않게 하는 저렴한 가격으로 닭똥집요리를 판매했기 때문이겠다.

“여기 양념 반, 튀김 반이요!”


똥집골목에 가면 많이 듣게 되는 소리다. 단돈 6000원에 달콤하면서도 매콤한 양념똥집을, 바삭튀겨 고소한 튀김 똥집까지 전부 맛볼 수 있으니 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똥집 특유의 누린내도 없이 오히려 쫄깃쫄깃하고 고소한 맛이 입안 가득 번진다. 어디 여기서 끝인가. 저렴한 가격에 계산대 앞에서 또 한번 행복해진다.
 

<서문시장>좁디좁은 시장 뒷골목서 건져 올린 ‘칼국수’





          영남권 최대의 장이며, 섬유관련제품이 전국적으로 유명한 서문시장의 풍경


평양, 강경과 함께 전국 3대 시장에 꼽힐 만큼 유명했던 서문시장은 현재도 영남권 최대장이며, 주거래 품목인 주단, 포목 등 섬유 관련 제품이 전국적으로 유명하다.  서문시장의 별미는 칼국수다. 시장 규모가 큰 만큼 구석구석 칼국수를 파는 곳들이 셀 수 없이 많다. 그 중에서도 서남빌딩 아래 좁다란 골목을 따라 형성된 칼국수 골목은 서문시장의 또 다른 얼굴이다. 원래 이 골목은 가방을 팔던 상가기능을 하던 곳이었지만 너무 외져 식당으로 바뀌게 된 것. 골목 안에는 왕근이 칼국수, 고향, 진미, 할매, 정아, 서문 등10여개 이상의 식당들이 즐비해 있다.




  옛 시골골목의 정취를 그대로 간직한 칼국수골목

       안동건진국수 스타일의 서문시장 칼국수
 
                                                                      고소하면서도 시원한 국물맛이 일품인 칼국수

 

서문시장의 전성기였던 60, 70년대에는 점심시간이면 많게는 5백 그릇을 팔 정도로 대성황이었다고 한다. 물론 지금은 그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옛 맛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이 찾아오고 있다. 허고 많은 칼국수 중에 왜하필 서문시장의 칼국수가 유명한 걸까. 이유는 바로 ‘건진국수’ 라는 점이다. 그래서인지 이 곳의 주문방법은 다른 곳과 차이가 난다.

 “건지는 것 줄까, 뜨신 것 줄까? 아니면 건져서, 뜨시게?


칼국수는 집장으로 만든 장과 충무산 멸치, 다시마 등으로 국물을 만들고 면발은 중력분에 콩가루와 메밀을 반죽해 숙성시켜 2번 이상 데쳐 시원한 물맛을 낸다. 그밖에 볶은 한우 양지머리와 애호박볶음, 콩, 김가루를 국수 위에 올린 ‘안동 건진국수’ 스타일이다. 칼국수 골목 말고도 맛있기로 소문난 국수집이 많다. 서문시장 입구 삼베모시 파는 길목에 문을 열고 주차하는 곳을 식당으로 사용해 칼국수를 파는 주차장칼국수도 명물이다.

 



대구 근대음식의 스타, ‘납작만두’ 의 숨겨진 비밀




 

                      서문시장의 또다른 별미는 눈으로라도 배 부르라고 크게 부풀려만들었다는 납작만두다
 

서문시장의 별미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시장 중간 중간 노점이 많지만, 그중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곳이 있는데, 바로 미성당이다. 미성당의 인기 비결은 바로 납작만두. 모양을 보아하니 이름마냥 납작하다. 눈으로라도 배 부르라고 크기 부풀려 만들었다는 대구 사람들의 ‘지혜’ 란다. 납작만두는 얇은 만두피에 당면, 부추 등의 소를 조금만 넣어 반달모양으로 빚어 한번 삶는다. 이것을 다시 구워낸 것이다. 그냥 먹으면 심심한 맛인데 고춧가루와 식초, 설탕을 섞은 간장을 위에 뿌려먹으면 톡 쏘는 듯하면서도 고소한 맛을 느낄 수 있다. 시장에 있는 미성당 말고 대구 남산 4동에서 2대째 47년 전통을 이어오고 있는 '미성당' 본점을 직접 찾아가보는 것도 좋겠다.


<칠성시장>대통령도 반했다는 맛, 3000냥의 보리밥 뷔페


 

               대구사람들의 깊은 정을 느낄 수 있는 보리밥 뷔페. 3000원으로 행복한 포만감을 만끽할 수 있다

싱싱한 과일과 채소를 싼 값에 살 수 있는 시장인 북구 칠성동의 칠성시장. 특히나 칠성시장은 경매와 도매를 전문으로 하는 사과 시장이 있어 질 좋은 대구 사과를 싼 값에 구입할 수 있어 좋다. 그 뿐인가. 기다랗게 이어진 어물전에는 고등어, 갈치, 가오리 등 동해안에서 갓 잡아 올린 생선들도 그득하다.

칠성시장의 별미는 낮과 밤으로 나뉜다. 먼저 칠성시장의 낮을 장식해주는 별미는 바로 보리밥 뷔페다. 시장 북편 야채, 양념을 파는 상가건물로 들어서면 보리밥집이 여럿 보인다. 그 중에서도 역대 대통령들이 칠성시장을 찾을 때면 제일 먼저 방문하는 곳이 바로 ‘영천 보리밥 뷔페’ 다. 가격은 단돈 3000원이다.


 


               주인 아주머니의 넉넉한 웃음처럼 인정 넘치는 보리밥 뷔페의 풍경


“이렇게 해서 남는 게 있냐고? 뭐, 남아야 장사하나. 그냥 양껏 편안하게 드시고 가면 좋은 거지.”


30년간 칠성시장에서 보리밥 뷔페를 운영해왔다는 정용자 아주머니의 말처럼 대구 사람들의 훈훈한 정을 느낄 수 있는 곳이 바로  칠성시장이다. 자리에 앉자 아주머니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보리밥을 큰 양푼 그릇에 가득 퍼준다. 봄철 대표 나물인 냉이, 미나리, 달래, 부추 등을 무쳐낸 향긋한 나물무침에 절로 침이 고인다. 묵은 시래기 무침에, 새송이버섯 볶음 등 모두 25가지의 반찬들이 가득 펼쳐져 있는데 각자 입맛대로 반찬들을 골라 쓱슥 비비면 맛있는 ‘보리비빔밥’ 완성이다. ‘무얼 올려먹으면 맛있을까?’ 행복한 고민의 연속이다. 많이 먹는다고 결코 눈치 주지도 않는다. 국은 매일매일 바뀐다. 오늘이 동태국이었으면 내일은 미역국 이런 식으로 내놓기 때문에 매일 찾더라도 질리지 않는다.

칠성시장의 낮은 보리밥이 지배했다면, 밤은 장어들이 주인공이다. 저녁 6시가 되면 사람들의 발길이 끊겼던 시장 도로변에 경북, 마산, 충무, 성원 등 수산도매점들이 너도나도 민물장어 포장마차를 열기 시작한 것이 장어골목의 요람이다.  지금은 꽃시장 사거리에서 시장 진입로 150m정도가 빼곡히 포장 천막의 불빛으로 가득 차 있다. 낮에는 도매장사, 밤에는 해산물요리와 술을 파는 이례적인 야시장인 셈이다.



<안지랑 시장> 연탄불에 구워낸 고소한 인심 ‘막창, 양념곱창구이’


 

                                 연탄불에 구워 질기지 않고 고소한 맛이 나는 양념 곱창


막창과 곱창을 빼놓고선 대구의 별미를 말할 수 없다. 안지랑 오거리에서 앞산 대덕식당으로 통하는 길 중간에 형성된 안지랑 시장은 시장으로서의 화려한 명성을 뒤로 하고 최근 양념곱창집이 들어차면서 새롭게 태어났다. 1979년경 안지랑 시장 건너편 길에 충북식당을 연 김순옥 여사가 고추양념에 버무린 돼지 내장요리를 선보이면서 차츰 양념곱창이란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고, 그 후 입소문이 나면서 하나둘 가게들이 들어서게 된 것. 골목에는 연탄으로 직화하는 소막창, 돼지막창, 곱창집들이 풍겨내는 고소한 냄새가 코를 찌른다. 곱창, 막창은 찍어먹는 소스가 관건이다. 된장소스는 된장에 콩가루, 고춧가루를 섞어 쪽파를 송송 썰어 넣는 것이 기본이다. 달달한 맛이 나는 게 대구 막창과 함께 생겨난 소스라 할 수 있다. 연탄불에 굽는 것도 또 하나의 양념. 때문에 질기지 않고 고소한 맛이 난다. 안지랑시장 외에도 내당동, 서부정류장, 두산동, 원대동복개천, 복현오거리 등이 대구의 유명 막창특구다.


<식후경(食後景), 대구 여행 즐기기>


   

                     근대문화유산골목 걷기         ◆ 팔공산자연공원(동화사 지구)            ◆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


<여행 팁>

◎ 평화시장 똥집골목 맛집 및 교통편 보기
* 맛집 : 대원(053-955-7458), 삼아(053-952-3650), 운수좋은날(053-959-2759), 아가씨와 건달들(053-955-5044)등이 있다.

* 교통편 : 동대구역 앞 파티마 병원에서 시내방향으로 궁전 라벤다(예식장) 맞은 편 골목

* 맛집 : 칼국수 골목안에 왕근이 칼국수, 진미, 합천할매, 삼미 등 칼국수 집들 모두 맛이 비슷하다.

* 교통편 : 대구 서문시장역 하차 

◎ 칠성시장 맛집 및 교통편 보기

 * 맛집 : 칠성시장 보리밥 골목 내에 있는 영천 보리밥뷔페가 맛있다.

 * 교통편 : 칠성시장 역 하차

◎ 안지랑 시장 곱창골목 맛집 및 교통편 보기

* 맛집 : 시장 전체가 곱창골목이다. 그 중에서 다래궁(053-656-3346), 또또 (053-622-1531), 똘똘불고기(053-626-8695)등이 맛집이다.


                                  - 글 ․ 사진 : 한국관광공사 U-투어정보팀 손은덕 취재기자(tossong@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