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결...문제잇

싱글대디

참도 2010. 9. 28. 10:55

옆집은 엄마가 없대" 32만가구 가슴 '피멍'

한국일보 | 입력 2010.09.28 02:35 | 누가 봤을까? 40대 여성, 경상

 
[남몰래 우는 싱글대디] < 상 > 급증하는 부자가정
자식키우기 숱한 난관에 주위 편견의 시선까지
싱글맘에 가려 사회적 배려는 전무 힘겨운 나날

이모(46)씨는 2년 전 아내와 헤어진 직후 10년 넘게 정든 직장을 그만뒀다. 밤샘작업과 출장이 잦은 토목설계 일을 하면서 초등학교 3학년 아들을 돌볼 엄두가 안 났기 때문이다. 아쉬운 대로 파트타임으로 일할 수 있는 건축관련 영업 일을 하면서 아이의 미래를 위한 결정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했다.

현재 그는 평생직업을 찾고 있다. 아들이 혼자 밥을 챙겨먹을 나이가 된 데다 경제적으로도 쪼들린 탓이다. 토목설계로 잔뼈가 굵었으니 잘만 하면 자리를 구하리라 여겼다. 그러나 한 면접관의 한마디가 마지막 남은 이씨의 자존심을 무너뜨렸다. "가정도 못 다스리는 사람이 회사생활을 어떻게 하겠다고…."

그는 "아무 말도 못했다. 인생에서 가장 아픈 말이었고 홀아비라는 편견이 그리 무서운지 몰랐다. 왜 우리 같은 싱글대디를 죄인 취급하느냐"고 푸념했다. 이씨는 경제상황은 더욱 나빠졌고, 자신감도 점점 떨어진다고 고백했다.

'나 홀로' 자녀 키우기는 부자(父子)가정이나 모자(母子)가정 모두에게 어렵지만 스트레스의 강도는 싱글맘보다 싱글대디가 훨씬 세다. 집안일에 익숙하지 않을뿐더러 아이를 씻기는 등의 소소한 일부터 아이의 성장에 따른 지도까지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엄마처럼 살가운 교감도 서투른 터라 아이가 사춘기에 접어들면 막막함은 배가된다. 일반 가정의 아버지처럼 경제력을 갖추면서 어머니 노릇도 해야 하는 싱글대디는 두 역할 모두 잘 해내지 못한 패배감에 좌절한다.

11년 전 이혼한 싱글대디 오모씨는 함께 사는 외아들 생각에 가슴이 아리다. 올해 고교2학년이 됐어야 할 아들은 1년째 등교를 거부한 채 방에 박혀 컴퓨터게임만 하고 있다. 이혼 당시 7세였던 아들은 중학교 1학년이 되면서 문제를 드러냈다. 정신과에서 입원치료를 받고 한동안 학교에 다녔지만 결국 고등학교 진학을 포기했다. 학교생활 부적응이 원인이었다.

오씨가 속 깊은 대화를 나눠보려 해도 아들은 "지금이 좋으니 내버려두라"고 입을 닫기 일쑤다. 그는 "엄마의 빈 자리를 제대로 채워주지 못한 것 같다. 아들 마음의 상처를 헤아리지 못해 이렇게 된 것 같아 자책감이 든다"고 했다.

아이가 많거나 장애아가 있는 싱글대디는 주변 도움 없이 단 하루도 일상을 누릴 수 없다. 15, 12세 두 아들을 둔 황모(44)씨는 정신지체를 앓는 둘째를 위해 가사도우미 비용만으로 매달 140만원을 쓴다. "마음 같아선 아이를 위해 직장을 그만두거나 재택근무로 바꾸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월급쟁이라 버는 건 한계가 있어 빚만 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경제적 형편이 상대적으로 나은 싱글대디도 괴롭긴 마찬가지다. 2000년 부인과 사별 후 아들 셋(16, 13, 9세)을 키우는 서울의 한 중소유통업체 사장 김모(46)씨는 마음 편히 가족 외식을 하는 날이 없다. "저 집은 엄마도 없나"라는 수군거림과 이상한 눈초리가 아이들에게 닿을까 봐서다. "사업차 사람을 만나도 가족얘기가 나오면 말문이 막혀요. 어느 날은 막내가 울면서 '엄마 없는 애'라고 놀림 당했다고 하는데, 피가 거꾸로 솟는 줄 알았어요."

경제적 어려움과 힘에 부치는 자녀양육, 주변의 곱지 않은 시선 등이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싱글대디의 자화상이다. 싱글대디 가정은 31만 가구(통계청 조사ㆍ2009년 기준)를 넘어섰는데, 싱글맘 가정보다 두 배나 빠른 증가추세다. 그러나 사회적 배려는 전무하다 할 정도다.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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