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등

안희정 노무현

참도 2010. 5. 23. 12:26

안: 그래 가지고… (보좌진 들어오고 시간이 없단 사인을 한다) 아, 근데 이제 시간이 다 된 거 같은데(폭소)

총: 크하하… 근데 이제 겨우 반 했는데.

안: 에? 진짜 반 했어요?

총: 반이죠. 출마한다고 왔는데 아직 출마 이야기는 꺼내지도 못했잖아. (폭소) 이거 한 번 더해야겠네. 오늘은 일단 삼십 분만 더 주시고.

보좌관 : 아니 그럴 수가… 벌써 밖에 와 계시는데. 교수님하고, 컨설팅 회사에서.

총: 그럼 한 번 더 올게요. 2부를 한 번 더 하죠. (웃음)

안: 하하… 예….

총: 그럼 이 1부를 한 십 분만 더 주세요.

안: 아… (보좌관과 눈 마주치며) 그래요.

총: 아직 출마도 안 했기 때문에 (폭소)

안: 그때 집에서 TV를 보다가 1차 구속영장이 기각되고 나서 집에 있을 때였는데, 그 TV를 보다가 깜짝 놀랐어요. 대한민국 대통령이, 그때가 2003년도니까 7년 전이면, 제 나이가 마흔. 젊은 참모한테 대통령이 동업자라고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그것도 지금 비리 혐의를 받고 있는 사람한테. 이게 대통령한테 엄청난 공격거리가 될 거고.

그래서 그 며칠 뒤에 한 번 볼 기회가 있어서, 일요일 날 밥 한 번 먹자고 해서 가서 왜 그렇게 말씀을 하셨냐고… 그렇게 얘기 안 하셔도 전 괜찮고, 제 걱정 안 해주셔도 된다고 하니까.

“자네 걱정하는 게 아니라 자네 가족들 때문에 그랬네”

하시더라고요. 자네 부모님이나 자네 가족들이 얼마나 힘들까 싶어서 그렇게 말하고 싶었다고. 그 일이 대통령이나 저나 뭐 대통령 편하자고 꼬리 자르기 하는 게 아니라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주류가 보기엔 못 먹을 권력을 먹고 나서 그들에게 완전 당하고 있는 거였거든요. (웃음)

우린 그 면류관을 들고서 절대로 링 밖으로 떠날 수가 없는 팔자였어요. 다른 사람들은 다 세레모니 하고 집에 다 상패 가지고 돌아가지만, 우리는 그 면류관을 쓴 채로 링에서 맞아 죽거나 싸울 수밖에 없는 팔자가, 대한민국에서 노무현과 우리들의 도전이었어요. 그렇기 때문에, 제가 어디에 있든 간에 그러한 시대의식을 같이 했기 때문에, 제 마음이 고통스럽더라도 참아낼 수 있는 힘이 있었죠.

총: 가족들은 노무현 대통령 욕 안 했나요?

안: 음….

총: 인간이라면 욕을 해야 마땅한 거 같은 데요 저는.

안: 그게….

총: 둘 사이의 교감이야, 두 분 사이의 일이고.

안: 근데 우리 부모님이나 가족들이 용케 대통령을 원망하는 마음을 갖지 않았어요. 왜냐하면, 대통령이 편안하게 잘 나갔으면 모르겠는데 대통령 임기 내내 하루가 편한 날이 없었잖아요. 만약 안희정은 고생하는데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 잘 나가. 그러면 원망이 있었을지 몰라요. 그런데 대통령은 내가 감옥에 가는 거 이상으로 끊임없이 공격을 당하고 시달리고 있는데 누굴 원망하고 할 수가 있겠어요. 임기 5년 내내 그랬잖아요. 그래서 다행히 우리 가족 누구도 대통령을 원망하는 마음이 없었어요.

총: 초선의원을 대통령까지 만들었단 말이죠. 만드는 데 아주 중요한 역할을 했단 말이죠. 그랬는데 정작 본인은 감옥 가고. 지금이야 다시 의리라는 키워드라도 있죠. 그 5년간 본인은 묶여 있었고 잊혀 있었고 아무런 일도 할 수가 없었고. 무려 5년간이나. 스포트라이트는 예를 들면 유시민 전 장관이 받고, 이런 게 어떻게 억울하지가 않습니까? 인간이.

안: 왜 그런 마음이 없었겠어요. 그런 마음이 있었죠. 그런 마음이 있었는데 용케 그 피리 소리에 현혹되지 않고 잘 버텨왔어요. 돛대에 내 몸을 어떻게 묶었는지 잘 모르겠으나, 하여튼. 물론 노랫소리가 들리죠. 누가 잘 나가고 누가 잘 되고 누가 뭐하고. 그런 얘기 들리지만, 그것을 극복했던 첫 번째는 문재인 실장이나 이광재나 유시민 씨를 제가 좋아합니다. 좋아하니까 그 사람들이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잘 되는 걸 나도 기뻐하려고 노력을 했구요.

여기까진 준비된 답변이다. 평생 훈련된 정치 언어로 정제된 답변. 아마 비슷한 질문에 비슷한 답변을 해왔을 게다. 그리고 본인도 그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자신을 설득하기 위한 논리를 스스로 그렇게 정리해두고 있었을 게다. 하지만, 인간이 명분과 논리만으로 모든 난관을 이겨낼 순 없는 거다.

난 정치인 안희정이 아니라, 인간 안희정의 답을 듣고 싶었다. 그래서 묻고 또 물었다.

총: 아니 청와대에서 그 흔한 무슨 직을 맡은 것도 아니고 감옥 갔다가 국회의원도 못 나가게 하고 장관은커녕 그 어떤 자리도 없었잖아요. 그거는 명예조차 없는 거거든. 허탈하기도 하고 백수니까 경제적으로도 어렵고.

안: 노무현 대통령이 정몽준한테 패자가 되었을 때, 패자가 어떻게 역사에 기여하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고 했잖아요. 저도 마찬가지로 큰 배역을 하고 있다고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저도 억울한 마음이 들 때가 있었고 화가 날 때도 있었고 시기 질투할 때도 있었지만, 지금 내 배역은 이 배역이다. 이 배역도 가장 적극적 배역이라고 저는 생각을 했어요. 그렇게 저 자신의 논리를 만들어서 끊임없이… 그랬죠.

그러니까 저는 제가 그 정도 재목은 된다고 생각을 합니다(웃음) 노무현 대통령한테 그런 정신을 배웠고, 아까 말씀드렸지만, 정몽준한테 패자가 되었을 때, 아, 정치가 저런 맛으로 하는 거구나, 아 저거다, 저게 진짜다. 길게 봐서 역사를 썼을 때 볼록이만 활동하는 게 아니다. 오목이도 얼마든지 역할을 한다.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곳에서만, 양지에서만 역할이 있는 게 아니라는 생각을 하려고 노력을 했죠.

그리고 대선자금 수사에서 총대 메고 혼자 감옥 갔지만, 그놈이 대통령과 맺어졌던 의리와 우정과 신념을 변치 않고 잘 버텨서, 5년이 끝나면, 그 끝나는 순간이 저는 제가 시집가는 날이라고 생각을 했어요.

총: 거꾸로, 그렇게.

안: 예. 그게 2004년도 감옥에 가서 했던 나름의 마음공부였어요.

총: 글쎄요. (폭소) 지금이야 다 지나고 나서 하는 얘기지만. 당시에는 씨바 왜 나만 좆 됐어!(폭소)

안: 하하하하하, 맞아요. 그렇게 생각할 수 있는데 그래도 그렇게 생각을 하기보다는… (한참을 생각하다) 그냥 대통령이 난 좋았어요.

그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명분과 논리로 현상을 설명하는 데 평생 익숙했던 그 자신도, 처음으로 깨달았던 게다. 그 이유를.

총: 노무현이 그렇게 좋았나 봐요?

안: 예. 대통령한테 도움이 되는 길이 있다면 뭐든지 할 생각을 했어요.

총: 그 정도로 매력적인 사람이었나요?

안: 예. 아주 좋았어요.

총: 노무현 대통령을 인간으로서 좋아하신 거 같은데… 한명숙 전 총리 인터뷰했을 때, 노무현 대통령 서거 소식 안희정한테 전화해 물었는데 근데 목소리가 생각보다 담담했다고 그랬었거든요.

안: 한명숙 총리한테 전화를 했던가? (일어나서 휴지 뽑아서 코 풀고) 잘 모르겠네. (울먹이며) 나도 문 실장한테 전화를 받고 봉하 내려가느라 정신이 없었거든요.

총: 왜 눈이 빨개지시는 겁니까? (웃음)

안: 대통령이 좋은 분이다 얘기를 하고 나니까 갑자기 그리워져서. (다시 일어나 휴지 뽑는다. 눈물 닦고. 침묵. 울먹인다.) 맞아요. 내가 그… (다시 코 풀고) (오래 침묵) 아, 이게 참… 하여튼 그분 도와서 감옥 가는 역할이라도 그분을 위하는 일이라면 저는 행복했어요.

제가 뭐 억울하다는 생각을 해볼 겨를도 없이 좋았어요. 아… (다시 한참을 울먹인다) 그날 아침에 문용옥 씨한테 전화가 왔어요. 형, 대통령이 아프셔서 병원에 갔다고. 빨리 내려오셔야겠다고. (다시 코 풀고. 한참 침묵) 다른 얘기 안 할 테니까 빨리 오라고. 아침 8시엔가… 아마 병원에서 한참 난리를 치고 전활 한 거 같애. 더 이상 가망이 없다고 생각을 했는지. (한참 침묵)

그러고 내려가면서 한 총리님과 통화했던 기억이 잘 안 나네. 하여튼 그 당시 가는 내내 믿어지지가 않았었으니까. 근데 대전쯤 지나왔을 땐가, 천안 지났을 땐가 그때 서거를 공식화했다고 (눈물…) 아, 그때부터… 언제였지 4월 30일, 31일, 그때 검찰 소환될 때, 그때 내가 버스를 막아서라도 못 가게 했어야 하는데. 그때 막았어야 했는데. (눈물…)

이 대목에서 그는 한참을 울었다. 아 씨바, 눈물 참느라 혼났다.

총: 이창동 감독이 그런 말을 하더라고요. 그때 출두해서 포토라인에 서서 사진을 막 찍고 그러다가 노 대통령이 “이제 그만 합시다…” 하고 들어갔는데. 그때 “이제 그만 합시다…” 하고 말하는 표정을 자기가 봤는데. 그때 자기는 굉장히 불안했답니다 그 말이. 그게 특별한 말이 아니었지만. 이상하게 어떤 불길한 느낌이 왔다고.

안: 그 전 날 저녁에 여럿이 몰려가서 인사드리고 할 때 대통령이, 참여정부 때 장관들 앞에서 “면목없습니다.” 하시는데, 내가 앞에 앉아 있다가 그런 말 하지 마세요. 왜, 면목이 없습니까. 대통령 권력을 가지고 박연차 뭐 봐주신 거 있습니까. 대통령 권력으로 박연차 뭘 봐준 거 없잖습니까. 퇴임하고 나서 봉하마을 도움 좀 받았습니다. 그게 대통령 권력하고 무슨 관계가 있습니까. 그거 권력형 비리 아닙니다. 오래된 후원자가 퇴임한 대통령을 위해서 도네이션 한 건데 그게 뭐가 문제입니까. 그랬더니 노무현 대통령께서 굉장히 겸연쩍어하시면서.

“그 소리를 내가 할 수 있나……”

그러니까 그 소리를 누군가 대신 해줬어야 돼. 그 소리를 누군가가 해줬어야 되는 거였는데. 그런데 그때 이광재나 안희정이나 다 팔다리가 부러져 있었거든. 나도 대전지청에서 십억을 받았느니 십오억을 받았느니 해서 조중동이 난리를 치고 있는데, 그렇게 진흙 묻은 놈이 ‘우린 권력형 비리가 아냐~’ 하고 소리를 지른들 대통령한테 누나 끼치는 거지. 완전히 주변 팔다리 다 잘라 놓고 안방에 들어와 버린 거죠. 자객이. (담배에 불붙이고 한 모금 빨더니) 맞다. 나, 출마 이야기해야 하는데. (대폭소)

총: 자, 이제 출마 이야기합시다. (대폭소) 시간이 없으니 딱 한 가지만 얘기할게요. 나 이명박한테 복수하고 싶다 씨바. 이런 사람은 많지만, 방법을 못 찾고 있어요. 민주당은 미덥지 않고 참여당은 아직이고. 마음 줄 데가 없는 거죠.

안: (연기 뿜고) 그래서 제가 충남 도지사에 출마합니다. (대폭소) 이번 지방선거에서 충남도지사 안희정의 승리는 이명박 대통령에겐 가장 가슴 아픈 패배가 될 겁니다. 16개 시도지사와 대통령이 협의하는 광경을 상상해 보십쇼. 그분을 20년 가까이 모셔왔던 참모가, 그분이 세웠던 균형발전과 정책적 가치를 모두 기치로 내세워서 국민의 선택을 받아서 승리한다는 것. 훗날 역사가 이 상황을 뭐라고 기록하겠습니까. 저는 그 역사에 기록을 남기고 싶습니다. 제가 도전하는 가장 큰 이유가 이 역사를 기록에 남기기 위해서입니다.

이 역사의 기록은 내가 그때 뭐라고 떠들고 주장했느냐가 아니라 국민들이 당시 어떤 가치판단을 내렸고 어떤 결론을 내렸느냐가 중요한 겁니다. 후임대통령이 전임대통령을 모욕주고 망신주고 끝내 죽음으로 내몰았으나 그를 위해서 끝까지 의리를 지키고 그의 가치를 위해 헌신해온 안희정이가 그 죽음의 부당함을 알리면서 그 이듬해 선거에서 승리했다. 그리고 그 승리가, 노무현 정신의 계승하는 출발점이 된다. 역사는 기록하는 자의 것이고 그 기록은 승리를 통해서 완성되는 겁니다. 그래서 도전하는 겁니다.

총: 선거 이야기 이제 시작했는데, 바로 끝나네. (폭소) 후반전은 다음에 하죠. (웃음)

안: 그렇게 하시죠. (웃음)

그렇게 출마 인터뷰하러 갔는데 결국 출마의 변은 딱 1분 듣고 끝이 났다. 그러나 그 1분으로 충분했다.

난 사실 안희정에게서 딱 한 가지만 궁금했다. 그는 왜 노무현을 떠나지 않았을까. 5년이면 짧은 세월이 아니다. 더구나 다들 나름의 방식으로 보상을 누리고 있을 때 오히려 버림받고 잊혀 진다는 건, 그 외로움과 배신감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상상하기 힘들다. 더구나 그 끝에 어떤 대가가 기다리고 있는 것도 아니다. 이런 건 명분이나 논리로 설명이 안 된다. 실은, 무작정이라고 해야 옳은 게다. 그는 왜 무작정, 노무현 곁을 지켰을까. 난 그게 궁금했다.

이제 알겠다.
그래서 그의 곁을 떠날 수가 없었구나.

이제 알겠다.
노무현이 왜 그를 위해 눈물 흘렸는지.

그리고 또 이제야 알겠다.
인간 안희정이 어떤 사람인지.

정치인 안희정이 아니라,
인간 안희정의 선전을,
진심으로 기원하는 바이다.

선거 끝나고, 다시 한 번 그를 만나야겠다.


안희정 홈페이지

딴지총수


출처 : http://www.ddanzi.com/news/1968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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