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끌려간 도예 명장의 후손…424년만에 선조 묘 참배
송고시간2022-06-30 14:09
15대 심수관 내달 김포서 고유제…대통령 취임식서 선조 존재 파악
[청송심씨 일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김포=연합뉴스) 윤태현 기자 = 1598년 정유재란 때 전라도에서 의병 활동을 하다가 일본으로 끌려간
심당길(沈當吉)의 후손이 424년 만에 한국에 있는 선조의 묘소를 찾아 참배한다.
30일 청송심씨 일가에 따르면 일본에 있는 심씨 일가 후손 심수관(59·본명 오사코 가즈데루
[大迫一輝])씨는 내달 9일 경기도 김포시 양촌읍과 대곶면에 있는 선조들의 묘소를 참배할 예정이다.
그는 일본 도자기 명가 '심수관(沈壽官)가'의 제15대 심수관이다.
심수관가는 조선시대 때 일본으로 끌려가 정착한 심당길과 그 후손들이 일군
가고시마(鹿兒島)현의 도자기 명가다.
후손들은 전대의 이름을 그대로 따르는 습명(襲名) 관습에 따라 본명 대신
심수관이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있다.
심수관가의 초대 선조 심당길(본명 심찬)은 조선 양반가의 자제로,
1598년 정유재란 때 전라도에서 의병 활동을 하다가 도공들과 함께 일본으로 끌려갔다.
이어 일본 서부에 있는 가고시마현 미야마(美山)에 정착했으며 함께 정착한
도공들을 이끌며 유명 도자기인 '사쓰마야키(薩摩燒)'를 탄생시켰다.
심수관가는 1873년 제12대 심수관 때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만국박람회에서 일본 대표로
여러 도예작품을 출품하고 인정받으면서 일본 내에서 유명해졌으며,
한일 문화의 가교 역할도 해 왔다.
특히 제14대 심수관(오사코 게이키치[大迫惠吉])은 한일 문화교류에 힘을 쏟아
1989년 한국 정부로부터 명예총영사라는 직함을 얻었고,
1999년 은관문화훈장을 받았다.
2008년에는 남원 명예시민이 되기도 했다.
그의 아들인 가즈데루씨는 1999년 제15대 심수관이 된 뒤
아버지의 뜻에 따라 심수관가를 이끌며 한일 문화교류에 힘쓰고 있다.
심씨는 옛 선조들을 찾지 못해 늘 아쉬움이 컸는데 지난 5월 8일 정부의 초청으로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에서 청송심씨 일가를 만나면서 심당길 이전 선조들의 존재를 알게 됐다.
이어 오는 7월 9일 문화재청 초청 방한 땐 김포에 있는 선조들의 묘소를 참배하겠다고 약속했다.
김포에는 심당길의 아버지 심우인, 할아버지 심수,
증조할아버지 심달원의 묘가 있다.
이들의 묘는 청송심씨 도사공파·곡산공파·수찬공파가 관리하고 있다.
심씨는 방한 당일 선조 묘소에서 참배하고 그간 찾아오지 못했던 사정을
고하는 고유제를 올릴 예정이다.
청송심씨 일가는 참배 당일 심씨에게 '만 개의 가지가 있어도 뿌리는 하나'라는 뜻인
'만지일근'(萬枝一根)을 적은 목판을 선물로 줄 계획이다.
청송심씨 일가 관계자는 "심수관씨의 한국 선조 묘소 참배는 피치 못하게 일본으로 끌려간
청송심씨 일가의 후손이 424년 만에 귀향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며
"이번 행사가 한일 교류를 강화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청송심씨 일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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