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건국 이래 12명을 대통령 자리에 올렸다. 이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과 전직 박근혜,
노태우, 전두환 대통령을 제외한 8명의 경우 민간에서 기념 공익법인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관련법에 따라 각 법인이 추진하는 기념사업에는 국고가 지원된다.
또 합법적으로 기부금을 모을 수 있다.
세금과 시민들의 쌈짓돈을 받았다면 당연히 투명하게 운영해야 할 의무가 있다.
시사저널은 국내 유일 공익법인 감시재단 한국가이드스타와 함께 2019~21년 3년간
역대 대통령 기념법인의 국세청 회계 공시자료를 분석했다.
우선 2021년 공시(2020년 회계연도) 기준 기부금이나 보조금 수익이 많은 법인에 주목했다.
'윤보선대통령기념사업회'와 '이승만건국대통령기념사업회'도 불성실 공시 지적을 받았지만,
기부금·보조금 수익이 미미해 제외했다.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위치한 박정희대통령기념관ⓒ시사저널 이종현
전남 목포시에 위치한 김대중 노벨평화상 기념관 개관식ⓒ연합뉴스
①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기부금 전액 건물 관리에만 써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은 박정희 전 대통령을 기리는 대표적인 공익법인이다.
1999년 사단법인 '박정희대통령기념사업회'(초대회장 신현확 전 국무총리)로 출범했고,
2013년 지금의 이름으로 바뀌었다.
지난해 총 수익금은 8억4530만원으로 모든 대통령 기념법인 중 노무현재단에 이어
두 번째로 규모가 크다. 기부금 수익(2억3420만원)도 둘째로 많다.
기념재단은 기부금 수익 전액을 '석산마스터기업'과 '플랜비'란 외부 업체에
각각 2억2420만원, 1000만원씩 지급했다.
석산마스터기업은 경비·청소·시설물관리 전문기업이다.
플랜비는 주차관제·CCTV를 담당하고 있다. 지출 목적은 모두 '건물 관리'였다.
해당 건물은 2012년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개관한 박정희대통령기념관을 뜻한다.
기념관 관리에 기부금을 전부 쓰는 게 정관상 문제가 될 건 없다.
기념재단의 목적사업 중 하나가 '기념관 보존·운영·관리'이기 때문이다.
올해부터 관련법에 따라 국내 모든 공익법인은 규모와 상관없이 목적사업의 세부 내역을 공개해야 한다.
기념재단의 목적사업에는 기념관 관리 외에도 '대통령 생가 보존 및 연계 기념사업
' '학술세미나 개최 및 출판물 제작·판매' '박정희 정신 교육' 등이 있다.
무엇보다 기념관은 코로나19로 지난해 150여 일 동안 휴관했다.
기념재단은 2020년 전에는 기부금 수익 전액을 '공사비' 목적으로 서울지방조달청에 지출했다.
2019년에는 그 액수가 2억4620만원, 2018년에는 1억7290만원이었다.
기념재단 관계자는 "기념관 인테리어와 리모델링 때문에 조달청을 통해
외주 업체와 계약을 맺고 전액을 지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외주 업체가 가변적인 기부금 수익을 어떻게 예측하고 그 금액만 받기로 했는지 물음표가 달린다.
대통령 기념법인 4곳의 회계 공시서류. (왼쪽부터)사업수행비가 '0'인 김대중기념사업회,
기부금 전액을 '건물관리'에 쓴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기부금을 '불특정 다수'에 지급한 김대중노벨평화상기념관,
목적사업 실적이 텅 비어 있는 이명박대통령기념재단ⓒ시사저널 이종현
② 김대중이희호기념사업회…목적사업에 기부금 17% 지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이름이 들어있는 공익법인은 총 4개다.
사단법인으로는 '김대중평화센터'와 '김대중이희호기념사업회'가 있고,
'김대중기념사업회'와 '김대중노벨평화상기념관'은 재단법인이다.
이 중 김대중이희호기념사업회는 역대 대통령 기념법인 중 가장 최근인 지난해 4월 설립됐다.
김 전 대통령의 3남 김홍걸 의원(무소속)이 이사장을 맡았다.
김대중이희호기념사업회는 설립되자마자 비교적 빠른 기간에 기부금을 모았다.
작년 4월부터 12월까지 9개월 동안 올린 기부금 수익은 8310만원이다.
설립된 지 11년째인 김대중기념사업회의 작년 기부금(4720만원)보다 많다.
김대중이희호기념사업회는 기부금 가운데 목적사업 수행비로 3180만원을 썼다고 공시했다.
하지만 실제 본연의 목적사업에 썼다고 볼 수 있는 부분은
작년 8월 '김대중 대통령 서기 11주기 사진전'에 들어간 1420만원이 전부다.
김대중기념사업회는 '동교동계 좌장' 권노갑 전 민주평화당 상임고문이 주축이 돼 2011년 만들어졌다.
이희호 여사가 2019년 별세할 때 "동교동 사저 매각금의 3분의 1을 김대중기념사업회를 위해 쓰라"
고 유언을 남겨 유산 분쟁의 씨앗이 되기도 했다.
김대중기념사업회는 지난해 기부금 수익 4720만원 전액을 법인 관리비로만 썼다.
이에 기념사업회 관계자는 "코로나19 때문에 자체적으로 행사를 열지 못했다"면서
"유관기관과 협력해 진행한 행사에 무상으로 도움을 준 적은 있다"고 해명했다.
③ 김대중노벨평화상기념관…'불특정 다수'에 기부금 지출
김대중노벨평화상기념관은 2013년부터 전남 목포에서 같은 이름의 기념관을 관리하고 있다.
김대중(DJ) 정부 때 경제부총리를 지낸 전윤철 전 감사원장이 초대 이사장을 맡았다.
평화상기념관의 지난해 총 수익금은 9억3390만원.
이 중 목포시와 전남도로부터 받은 보조금 8억6730만원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보조금만 놓고 보면 전체 대통령 기념법인 중 압도적 1위다.
다른 기념법인의 보조금을 모두 합한 액수(2억690만원)보다 4배 이상 많다.
반면 기부금 수익은 1720만원으로 비교적 적었다.
평화상기념관은 기부금 중 1060만원을 '김대중 대통령 관련
기념사업' 목적으로 2170명에게 지출했다고 공시했다.
그런데 지급처를 '불특정 다수'라고 적어놓았다.
그 전에도 마찬가지였다. 2019년에는 3470만원을 '불특정 4만6089명'에게 지급했고
, 2018년에는 1060만원을 '불특정 2170명'에게 썼다.
불특정 다수의 정체에 관해 평화상기념관 관계자는
"특별 전시회 기간 동안 기념관을 방문한 관람객 수와
리더십 아카데미 수강생 수를 합한 숫자"라고 설명했다.
ⓒ시사저널 이종현·연합뉴스·청와대사진기자단
④ 이명박대통령기념재단…목적사업 수행비 '0'
이명박대통령기념재단은 2014년 9월 설립됐다.
이명박(MB) 전 대통령이 퇴임한 지 1년 반 만이다.
역대 대통령 기념법인 중 가장 빨리 설립돼 "너무 성급한 것 아니냐"는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초대 이사장은 이재후 김앤장 대표변호사다.
이명박대통령기념재단은 소규모 공익법인으로 분류돼 그동안 회계자료 공시 의무가 없었다.
하지만 관련법이 강화돼 올해 처음 회계자료를 공시했다.
여기에 따르면, 기념재단은 작년에 보조금을 지원받지 않고 기부금만으로 9050만원의 수익을 올렸다.
전체 수익금의 99.9%로, 사실상 기부금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목적사업에 쓴 돈은 '0'이다.
대신 수익금의 89.1%인 8070만원이 법인 관리비로 빠져나갔다.
재단 홈페이지에는 관리비의 구체적 지출 내역이 나와 있었다.
가장 큰 비중은 인건비(5640만원)가 차지했다.
월세 등 임차료(750만원)와 수수료(380만원), 복리후생비(370만원) 등이 그 뒤를 이었다.
기부금 중 대부분을 재단 유지에만 쓰고 있는 셈이다.
정관에 적혀있는 기념재단의 목적사업은 '대통령의 철학과 업적을 기리며
그 정신을 이어받아 대한민국의 지속 가능한 발전과 지구촌 공동체의 동반성장에 이바지함'이다.
하지만 재단 홈페이지에서 목적사업을 수행하고 있다는 흔적은 발견할 수 없다.
홈페이지의 최근 게시물은 지난 4월1일 올라온 '김백준의 허위진술'이다.
이는 이 전 대통령의 뇌물 혐의에 관해 불리한 증언을 한
김백준 전 총무기획관의 진술이 허위임을 주장하는 글이다.
그 외에도 홈페이지에는 이 전 대통령의 무죄를 지지하는 글이 다수 게재돼 있다.
관계자는 "재정 여건이 좋지 않아 목적사업을 수행할 여력이 없는 게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이어 "그래도 보도자료를 통해 MB의 업적을 알리는 등 나름대로 기념사업을 수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기부금 출처에 관해서는 "불특정 시민으로부터 받는 돈은 전혀 없고,
MB 정부 때 일하던 분들이 십시일반으로 보태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 역대 대통령이 세운 법인은 잘 운영되고 있을까
민간이 대통령을 위해 세운 법인도 있지만, 대통령이 사회를 위해 세운 법인도 있다.
재단법인 정수장학회는 박정희 정권하에 설립됐다.
그 전신은 1958년 출범한 부일장학회다.
설립자인 부산 기업인 김지태씨는 박정희 정권에 의해 부정축재자로 몰려
부일장학회, 부산일보, 문화방송(MBC) 등 소유 재산을 정부에 넘겼다.
이후 부일장학회는 5·16장학회로 바뀌었다가
박정희 전 대통령 사후인 1982년 지금의 이름을 갖게 됐다.
박정희의 '정'자와 부인 육영수의 '수'자를 땄다.
정수장학회는 출범할 때부터 소유권을 둘러싸고 의혹에 휩싸였다.
김지태씨가 재산을 '헌납'했는지, 아니면 '강탈'당했는지 불확실했기 때문이다.
지금도 의혹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정수장학회 설립 때 재산을 댄 '설립 시 출연자'는 국세청 공시자료에 공란으로 남아있다.
]그 밖에 2019~21년 3년 연속 법인 관리비가 '0'으로 기재돼 있다.
재단을 운영하는 데 돈이 전혀 들지 않았다는 건 이례적이라는 지적이다.
정수장학회 관계자는 "목적사업비에 관리비를 포함해 계산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대중평화센터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만든 비영리단체다.
남북 화해·협력과 세계 평화 지원을 위해 설립됐다.
전신은 1994년 출범한 '아시아태평양평화재단'이다.
현재 김 전 대통령의 차남 김홍업씨가 이사장을 맡고 있다.
김대중평화센터는 지난해 기부금 1억2260만원을 모았다.
보조금 수익도 1억7130만원으로 상당한 수준이다.
김대중평화센터는 홈페이지에 기부금 실적 명세서를 올려뒀다.
여기에 따르면, '이희호 여사 추모제' '영호남 상생장학금' '
김대중내란음모조작사건 학술회의' 등 목적사업에 기부금보다 많은 1억5500만원을 썼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사재를 털어 청계재단을 만들었다.
자신의 부동산 등 331억원 상당의 자산이 설립자금으로 들어갔다.
기부금은 따로 받지 않고 부동산 임대료로 재원을 마련하고 있다.
주된 목적사업은 장학사업이다.
하지만 장학금 규모를 계속 줄이고 있어 비판을 면치 못하고 있다.
2018년 청계재단은 수익금 13억4350만원 중 장학금으로 3억2140만원(23.9%)을 지급했다.
2020년에는 수익금이 17억1530만원으로 늘어났는데 장학금은 2억2990만원(13.4%)으로 감소했다.
장학사업 첫해인 2010년 지급한 장학금이 6억1910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절반 넘게 쪼그라들었다.
반면 공익법인 특성상 세금 혜택은 꼬박꼬박 받고 있다
'역사 관련'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심수관 후손 424년 선영참배 (0) | 2022.06.30 |
---|---|
독립운동 이석영 이회영 형재들 (0) | 2021.07.27 |
별똥별 마을 적중면 초계분지 (0) | 2021.03.03 |
무궁화 꽃 국화 (0) | 2020.07.28 |
약산 김원봉 혈육 학살 탄압 (0) | 2020.07.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