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검찰 측근들이 국정 요직을 꿰차고 있다.
법무부와 검찰은 물론 고위공직자 인사, 정보, 대통령실 운영 등
국정의 주요 기능을 검찰 출신이 접수하는 모양새다.
헌법의 기본 정신인 견제와 균형 원리가 무너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위원회는 7일 윤석열 정부 첫 금융감독원장으로
이복현 전 서울북부지검 형사2부장검사(50·사법연수원 32기)를 임명 제청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이 곧바로 임명해 이 원장은 이날 취임했다.
검찰 출신이 원장에 발탁된 건 1999년 금감원 설립 이래 처음이다.
이 신임 원장은 대표적인 ‘윤석열 사단’ 인사로 꼽힌다.
평검사 때인 2006년부터 대검 중수부에서 윤 대통령,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손발을 맞췄다.
2013년에는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수사팀에서 수사팀장이던 윤 대통령과 일했다.
이 원장은 지난 4월 더불어민주당이 검찰의 수사권을 제한하는 검찰청법 개정 등을
추진하자 현직 검사 중에서는 처음으로 반발성 사표를 던졌다.
이 원장 인선은 윤석열 정부의 ‘검수완판’(검사와 수사관의 완전한 판) 인사와 맥을 같이 한다.
윤 대통령은 지금까지 내각의 차관급 이상 임명직 7자리에 검사 출신을 임명했다.
검사·검찰 수사관 출신 인사 6명은 대통령실에서 인사·총무·공직기강·법률 등의 업무를 맡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내정자
능력이 인선 기준이라는 대통령실의 설명에도 대통령과의 ‘인연’과 ‘친분’이 영향을 미친 것
한동훈 법무부 장관(49·27기)과 함께 ‘윤석열 사단’ 투톱으로 꼽히는
조상준 전 검사장(52·26기)은 국정원 기조실장을 맡았다.
검찰 출신으로 윤 대통령의 검찰총장 시절 직무정지 사건의 변호를 맡은
이완규 전 변호사(61·23기)는 법제처장에 임명됐다.
여기에 이 원장 인선까지 발표되자 ‘끼리끼리 인사’의 문제점이 한층 심화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견제와 균형으로 권력을 나누기보다는 검찰 출신 인사들에게 권력이 집중되고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한동훈 장관은 취임 직후 검찰 주요 보직에 ‘윤석열 사단’ 검사를 대거 배치한 터다.
‘대통령-법무부 장관’으로 이어지는 검찰 직할 체제가 마련됐다는 말이 나왔다.
경찰을 통할하는 행정안전부 장관은 판사 출신으로 윤 대통령의 충암고
·서울대 후배인 이상민 변호사(57·18기)가 맡았다. ‘
경제 검찰’로 불리는 공정거래위원장에는 검찰 출신인 강수진 변호사(51·24기)가 유력하다.
강 변호사는 수원지검 성남지청 근무시절 윤 대통령,
이노공 법무부 차관과 ‘카풀 통근’을 했다고 한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당초 권력기관을 검찰, 경찰, 금감원 등
여러 곳으로 나눠놓은 것은 헌법의 기본원리인 견제와 균형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며
]
“그런 기관들을 동일한 배경을 가진 인사들이 장악할 경우 권력이 집중되고,
검찰이라는 하나의 시각으로만 국정운영이 이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검찰을 사회의 최고 엘리트 집단으로 보는 윤 대통령의 검찰주의가 스스로 인재풀을 좁혔다는 지적도 있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검찰에서 다양한 부서의 고위 공직자들을 수사한 경험이
검사 이외의 인사들은 부패할 수 있다는 결론으로 귀결된 것이 아닌가 싶다”면서
“국정운영은 폭이 굉장히 넓기 때문에 다양한 경험과 관점이 필요한데 검찰
인사들로만 채워져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기 어려울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