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정세및 문화

미국 의회 트럼프 지지자 점령

참도 2021. 1. 7. 11:15

유리창 깨고 내부 진입..총격에 1명 사망·중앙홀은 최루가스 '아수라장'
상원 회의장 진입해 의장석 점거..미 민주주의 붕괴 순간 전세계 생중계

의회의사당에 몰려든 트럼프 지지자들 [AP=연합뉴스]

(워싱턴=연합뉴스) 백나리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6일(현지시간) 워싱턴DC

연방 의회의사당에 난입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진입을 막기 위해 쳐놓은 바리케이드도 소용없었다.

의사당 내부에 총성이 울렸고 중앙홀에는 최루가스가 가득 찼다.

 

외벽을 타고 의사당 건물에 오르는 이들은 물론 유리창을 깨고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이들도 포착되면서 미국 민주주의와 공권력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현장이 전 세계에 생중계됐다.

이날 오전부터 트럼프 지지자들의 시위가 워싱턴DC 곳곳에서 시작됐으나 초반 분위기가 험악하지는 않았다.

의회의사당 난입한 트럼프 지지자들 [A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백악관 인근 공원에서 열린 지지시위에서 연설하면서 '승복 불가'

입장을 재천명하기는 했지만 비교적 차분하게 집회가 진행됐다.

 

그러나 지지자들이 상·하원 합동회의 개시 시간인 오후 1시에 맞춰 의회로 행진하면서

상황이 급격히 달라지기 시작했다.

회의 개시 즈음 수백 명이 주변의 바리케이드를 넘어 의사당으로 진입했다.

 

대부분이 백인 남성이었고 경찰의 제지도 소용없었다고 미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이들은 잔디밭을 가로질러 의사당 건물로 내달렸다. 갑작스러운 난입에 경찰 병력이 허둥대는

사이 일부가 의사당 건물 안으로 진입했다.

 

시위대가 의사당 외벽을 타고 오르는 장면은 물론 유리창을 깨 내부로 난입하는 모습이

TV로 고스란히 중계됐다. 시위대는 진입을 시도하며 국가(國歌)를 불렀고 결국 내부에 들어간

시위대가 문을 열어 시위대의 추가 난입을 도왔다.

상원의장석에 앉은 시위대 [AFP=연합뉴스]

 

바이든 당선인의 승리 확정을 위한 회의를 진행 중이던 상·하원은 전격 휴회했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등 의사당에 집결해 있던 의회 요인(要人)들이

경호인력의 안내 하에 급히 대피했다.

 

자칫하면 시위대와의 충돌로 인명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긴박한 순간이었다.

내부로 진입한 시위대가 제어되지 않으면서 의회 경찰 하나가 총을 쐈고

한 여성이 쓰러졌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총성에 놀란 시위대는 우왕좌왕했으나 이내 '살인자들!'이라고 외치며 격분했다고 WP는 덧붙였다.

이 여성은 병원으로 후송됐으나 결국 사망했다.

일부 시위대는 상원 회의장까지 들어가 상원의장석까지 점거했다.

 

일부는 "우리가 (대선에서) 이겼다"고 고함을 지르기도 했다고 외신은 전했다.

하원 회의장 앞에서는 시위대가 밖에서 밀고 들어가려 하자 안에서 경호인력이 기물로

문을 막고 권총을 겨누며 대치하는 장면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하원 회의장 진입하려는 시위대에 권총 겨눈 미 의회 경찰 [AP=연합뉴스]

 

각종 중요 행사가 열리는 의사당 중앙의 로툰다홀에는 경찰이 진압을 위해 동원한 최루가스 연기로 자욱했다.

경찰 여럿도 시위대와의 대치 과정에서 부상하기도 했다.

펠로시 하원의장의 사무실에 들어가 책상 위에 발을 올린 시위대도 있었다.

 

노예제 옹호의 상징인 남부연합기를 든 시위대도 눈에 띄었다.

내부로 들어가지 않은 시위대도 의사당 건물 바깥 계단에 진을 치고 성조기 및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깃발을 흔들며 세력을 과시했다.

 

난입사태는 4시간이나 지속됐다.

미국 민주주의의 상징이나 다름없는 연방 의회의사당에서 볼 수 있을 것이라 상상하지

못한 장면이 몇시간이나 이어진 것이다.

 

오후 5시30분께 당국이 의사당 건물 내의 시위대를 몰아냈다.

그러나 시위대는 완전히 해산하지는 않은 채 의사당 주변에서 시위를 이어갔다.

워싱턴DC 당국이 폭력사태 방지를 위해 오후 6시부터 통금령을 내렸으나 이들은 깃발을 들고

 

서성이며 재진입 방지를 위해 배치된 주방위군 및 경찰과 대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평화를 유지하라'는 트윗만 올릴 뿐 해산을 촉구하지 않았다.

그러다 오후 4시17분 트위터에 올린 영상 메시지로 "지금 귀가하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폭력에 대해 엄단하겠다는 입장 표명은 없었다.

오히려 대선이 사기였다고 재차 주장하면서 "여러분이 어떻게 느끼는지 안다"고 말하는 등

시위대를 두둔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 의사당 난입 사태를 묵인 및 방조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난입 사태를 보도하는 미국 언론의 충격도 컸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인 언론인 니콜라스 크리스토프는 "미 역사의 소름 끼치고 부끄러운 순간"이라며

"전세계 여러 나라에서 쿠데타 시도를 취재해왔는데 지금 나는 결국 미국의 쿠데타를 취재하고 있다"는 트윗을 올렸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사무실 들어가 책상에 발 올린 트럼프 지지자 [AF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