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나발니는 노비촉에 중독".. 푸틴 배후 심증 굳히는 서방국가
이재연 입력 2020.09.04. 05:06 댓글 15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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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 혼수상태로 치료 중인 러시아 반체제 인사 알렉세이 나발니가
신경작용제 '노비촉'에 중독됐다는 공식 발표가 나오면서 러시아와
서방세계 간 갈등이 한층 고조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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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켈 "살인미수 희생자" 공식 발표
[서울신문]구소련 발명 독극물… 러시아식 암살법
서방, 러 규탄… 안보리 조사 요구 가능성
러 “진상규명 협력”… 한편에선 반발도
독일에서 혼수상태로 치료 중인 러시아 반체제 인사 알렉세이 나발니가
신경작용제 ‘노비촉’에 중독됐다는 공식 발표가 나오면서 러시아와
서방세계 간 갈등이 한층 고조될 것으로 전망된다.
노비촉은 냉전시대 말기 구소련이 발명한 이후 러시아에서만 제조돼 온 데다
‘독극물 수법’은 전형적인 러시아식 암살법이라는 점에서
‘푸틴이 배후’라는 심증이 굳어지고 있다.
사건 규명을 둘러싸고 대립이 심화되면 국제사회가 러시아 제재에 착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독일 정부는 2일(현지시간) “나발니가 노비촉에 중독됐다는 명백한 증거가 있다”며
자국 연방군 연구소의 검사 결과를 발표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기자회견을 열고 나발니를
‘살인미수 희생자’로 규정한 뒤 “러시아 정부만이 답할 수 있다”며 규명을 촉구했다.
또한 주독 러시아대사를 초치해 철저한 규명을 요구할 방침이다.
아울러 독일은 유럽연합(EU) 및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유엔 화학무기금지기구(OPCW)에 조사 결과를 전달하기로 했으며
이에 따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차원의 조사 요구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
서방국들은 잇달아 규탄 성명을 내며 러시아 압박에 나섰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이날 “치명적인 결과”라며 비난했고,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도 “비열하고 비겁한 행동이다.
범인들이 법의 심판을 받도록 해야 한다”고 규탄했다.
미국은 존 울리엇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이 낸 성명에서
“전적으로 비난받아 마땅하다”며
“미국은 러시아가 책임지도록 국제사회와 협력하고
악의적 활동에 대한 자금을 제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러시아 정부는 “진상 규명을 위해 독일과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지만 마리야 자하로바 외무부 대변인은 “(서방국들이) 미리
사전 연습을 한 것처럼 달려들었다”며 반발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대표적인 정적으로 꼽히는 나발니는
지난달 20일 러시아 국내선 기내에서 쓰러져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
독극물 중독이 의심돼 독일 시민단체에 의해 독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노비촉은 일본 지하철 테러 당시 사린가스, 북한 김정남 암살에 쓰인
VX 등 여타 신경작용제를 능가하는 치명적인 독성을 가졌다.
신체 노출 시 4분 안에 호흡 정지, 심장마비, 장기 손상 등을 초래한다.
러시아가 그동안 반체제 인사 암살에 방사능 물질, 총기 등과 더불어
노비촉을 단골 무기로 사용했다는 건 공공연한 사실이다.
2018년 3월 영국 솔즈베리에서 일어난 러시아 이중간첩 세르게이 스크리팔
부녀의 독살 미수 사건 때는 집 현관문 손잡이에 노비촉이 묻어 있었다.
앞서 2006년 전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요원 알렉산드르 리트비넨코는
런던 호텔에서 방사능 물질 폴로늄이 든 홍차를 마시고 사망했다.
영국 가디언은 크렘린이 노골적인 노비촉의 사용으로 ‘반푸틴’ 인사들은 물론
서방권을 향해 체제의 공고함을 과시하는 한편 ‘경고’를 띄운 것일 수도 있다고 짚었다.
2012년 재집권에 성공한 푸틴이 야당이 무력한 가운데 무소불위의 FSB를 앞세워
슬라브 민족주의 확장을 꾀하고 있지만 벨라루스 반정부 시위 등 지정학적 불안 요소들로
자신의 힘을 과시할 필요가 생겼다는 것이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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