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인물

이건희 사망

참도 2020. 10. 27. 10:51

7억짜리 용인 땅, 300억 됐다..이건희가 건설비 전액 댄 이곳

최선욱 입력 2020.10.27. 05:01 수정 2020.10.27. 06:55 댓글 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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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삼성 회장의 1993년 모습. 오른쪽은 중기개발원 내부. 사진 삼성전자ㆍ중기중앙회

 

영동고속도로 양지IC에서 나와 15분 정도 남쪽으로 내려가면 나오는 경기 용인시 원삼면의 중소기업인력개발원.

중소기업을 대변하는 중소기업중앙회 소유의 건물이지만, 사실 건립ㆍ기증자는 삼성이다.

이곳 건물에 들어서기 전 볼 수 있는 검은색 안내석에는 삼성이 기증했다는 내용이 적혀있다.

 

“우리 중소기업인의 열망과 이건희 회장의 뜻이 함께하여 삼성그룹에서 건립ㆍ기증한 이곳

중소기업개발원은 도약과 창의의 21세기를 열어가는 국가 경제의 초석이 될 것입니다.”(1997. 4. 16)

건립한 지 23년이 지났지만, 아직 삼성과의 인연은 이어지고 있다.

 

이 연수원 구내식당에 가면 삼성웰스토리에서 해주는 밥을 먹을 수 있다.

무인 매점에서도 삼성페이 결제가 가능하다.

각종 기관ㆍ기업 연수 행사에 강의장ㆍ숙박시설을 빌려주며 수익을 내는 이곳은

 

중소벤처기업부 등이 주요 고객이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건립 초창기엔 개발원이 잘 알려지지 않아서 한때 삼성이 운영비까지 보전해줬다”며

“올해는 코로나19 여파에도 적자를 보지 않을 정도의 운영 성과가 나고 있다”고 전했다.

중기인력개발원 앞 비석에 새겨진 안내문. 사진 중기중앙회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의 지난 25일 별세를 계기로 그의 발자취가 주목받으면서

중소기업인력개발원도 함께 거론되고 있다.


중기중앙회가 25일 낸 논평에서도 “고인은 1997년 경기도 용인에 중소기업

인재양성을 위한 중소기업인력개발원 건립을 지원하며 중기중앙회와도 특별한 인연을 이어왔다”며

“이 회장은 평소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한배를 탄 부부와 같다’며

 

함께 살아야 한다고 강조해 왔던 분”이라고 소개했다.

이 건물을 삼성이 짓기로 결정한 건 1992년 4월이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과 박상규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장(중기중앙회장의 옛 이름)이

 

만난 자리에서 이 회장이 건립 지원을 약속했다.

장소는 전문 강사진이 오가기 편한 곳이어야 한다는 뜻으로 용인에 잡았다.

하지만 자연 보전을 위한 수도권 규제 등에 막혀 2년여간 진척이 없다가,

 

94년 12월 착공했다.

착공식엔 이건희 회장뿐 아니라 고(故) 최종현(1929~1998) SK그룹 선대 회장이

전국경제인연합회장 자격으로 참석했다.

 

최 선대 회장은 최태원(60) SK그룹 회장의 아버지다.

또 구자열 LS전선 회장의 아버지인 고(故) 구평회 당시 한국무역협회장도 착공식에 함께 했다.

착공식에선 테이프 자르기 행사가 있었다.

 

이때 이건희 회장에게 가위가 전달되지 않았던 해프닝이 있었다.

기부자에 대한 의전 실수였지만 이 회장은 즉석에서 손가락으로

 

가위 모양을 만들어 테이프 자르는 시늉을 했다.

행사가 어색해질 수 있는 상황을 유머로 넘긴 이 회장의 배려였다.

1997년 4월 중기인력개발원 개원식에 참석한 이건희 회장. 중앙포토

 

한편 잔디 구장 등이 딸린 이 개발원의 총넓이는 1만1470평(약 3만8000㎡)이다.

건립 당시 이곳 땅값은 7억원이었다.

중기중앙회는 6억원을 정부에서 지원받아 이 땅을 샀다고 한다.

]

삼성은 땅값이 아닌 건설공사 비용을 전액 댔다.

중기중앙회에 따르면 이 회장은 "중소기업이 쓸 거라는 생각으로 작거나 소홀하게 짓지 말고

삼성이 쓰는 연수원과 같은 수준으로 지어라"고 지시했다.

 

삼성은 준공 뒤 5년간 운영비 손실금도 메워줬고, 연수 관련 기자재도 지원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고 소유주인 중기중앙회는 이 건물의 가치를

현재 약 300억원으로 장부에 기록하고 있다.

 


김기문 중기중앙회장도 평소 삼성의 연수원 건립 지원에 감사하다는

뜻을 여러 번 말해오고 있다는 게 주변의 설명이다.

김 회장이 지난 2009년 이 회장에 대한 사면을 정부에 건의했을 때도

 

그 감사의 뜻이 반영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당시 김 회장은 “삼성은 중소기업과 공동 기술개발을 위해 혁신기술기업협의회를 운영하는 등

대ㆍ중소기업과 상생을 통한 동반 성장을 위해 많은 부분에서 노력하고 있다”며

 

사면 건의 이유를 밝혔었다.

현재 중기중앙회는 중기부와 함께 중소 제조기업 공장에 대한 스마트

ㆍ디지털화를 추진 중이다.

 

이 과정에서 삼성전자의 공장 운영 노하우를 전수받고 있다.

중기중앙회는 “세계 속의 삼성을 통해 우리 국민의 자부심을 높였던 고인이

편히 영면하시길 360만 중소기업과 함께 기원하며,

 

유가족과 임직원 여러분들께도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고 밝혔다.

 

최선욱 기자 isotope@joon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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