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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학생모집 미달 폐교

참도 2020. 1. 15. 14:41

2020년부터 대학 정원이 남아돌기 시작하고 입학 가능 학생 수는 큰 폭으로 떨어지리라 예상된다.

대학이 폐교될 경우 교원과 학생, 지역에 위기를 불러온다. 이미 몇몇 대학은 재앙에 직면했다.

ⓒ시사IN 조남진2018년 폐교한 전북 남원시 서남대학교 건물에 열쇠가 채워져 있다.

부산 중심가에서 북동쪽 기장군 방향으로 뻗은 지하철 4호선. 종점 근처 산자락에 동부산대역이 위치해 있다.

 조만간 이 역의 이름을 바꿔야 할지도 모른다.

 인근에 위치한 2년제 사립대 동부산대가 문을 닫을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재정난에 허덕이는 탓에 신입생 모집도 포기했다.

동부산대는 홈페이지에 “학내 사정으로 인해 2020학년도 정시모집 전형은 시행하지 않습니다”라는 공지 글을 띄웠다.

동부산대는 2015년 재단 관계자가 80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파면된 뒤 아직 이 돈을 메우지 못하고 있다.


재정에 문제가 생기면서 2018년 ‘재정지원 제한 대학 2’ 유형으로 분류되었다.

소속 학생들의 국가장학금과 학자금 대출이 100% 제한된다는 의미다.

 마땅한 활로를 찾기가 쉽지 않다. 횡령보다 더 근본적인 위기 때문이다. 바로 인구 감소 문제다.


인구 감소로 대학이 사라진다. 교육부의 추계에 따르면 2020년은 대학 정원이 남아돌기 시작하는 해다.

이른바 대입 역전 현상이다.

〈그림 1〉을 살펴보자. 교육부가 추계하는 ‘입학 가능 학생 수’는 올해 처음으로 전국 대학 정원을 밑돈다. ‘

입학 가능 학생 수’는 고등학교 3학년 학생 수에 재수·3수를 비롯한 N수생, 기타 대입 수험생을 모두 더해 추계한 수치다.

한마디로 대학 입학 수험생 수가 향후 지속적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는 게 교육부의 설명이다.

입학 가능 학생 수는 2024년까지 큰 폭으로 떨어지리라 예상된다.

 2018년 기준 대입 정원은 49만7218명이다.

 그러나 입학 가능 학생 수는 2021년 42만여 명, 2022년 41만여 명,

 2023년 40만여 명을 거쳐 2024년 37만여 명으로 줄어든다.


 현 대입 정원이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고 가정하면 4년 후 전국 대학은 최소 12만3000여 명이 미달되는 사태에 직면한다.

 입학 정원 대비 약 24%가 부족한 셈이다.

입학 가능 학생 수는 학령인구 통계를 기반으로 추계된다.


 학령인구는 해마다 태어나는 인구를 기반으로 장기 예측이 가능하다.

 2019년 59만여 명에 이르는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이 2024년 43만여 명으로 줄어들리라는 건

 인구조사 통계를 통해 십수 년 전부터 예측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2020년에 직면한 대학 교육의 위기는 이전부터 대비책 마련에 고심했어야 하는 문제가 된다.

정부 차원의 대응이 없었던 건 아니다.

 대학 입학정원을 줄여야 한다는 위기감이 정책에 반영된 건 참여정부 시절부터였다.


한국 고등교육은 1980년대부터 양적 확대와 1990년대 정원 자율화 정책을 거쳐 지속적으로 양적 팽창을 거듭했다.

특히 대학 진학률이 늘면서 지속적으로 대학생 수가 증가했다.

2000년대 초반부터 출생 인구수가 점차 줄어들었고, 이는 장기적으로 대입 자원의 감소를 예측하게 했다.


 2004년 참여정부는 8·31 대학 구조개혁 방안을 발표하며 대학정보공시제, 국립대 간 통합,

사립대 퇴출제도 보완 등을 정책 과제로 제시했다. 고등교육 정책에 대한 패러다임이 바뀌기 시작한 시점이다.

참여정부 이후에도 대학 재정지원과 입학정원 감축 정책이 연계됐다.


대학의 자발적 협조를 정부지원금으로 유도한다는 건데,

 이 같은 방식은 이명박 정부까지만 해도 구체적인 감축 수치를 목표로 삼지는 않았다.

 박근혜 정부부터 시곗바늘이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저출산 현상이 더욱 심화되고 예상보다 인구가 더 빠르게 줄어들었다.

ⓒ연합뉴스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해 8월 대학혁신 방안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15년에 처음 실시한 ‘대학 구조개혁평가’는 각 대학에 본격적으로 정원 감축 압력을 넣었다.

3년에 한 번씩 평가해 전국 대학의 정원을 감축한다는 다소 과격한 정책이지만 목표는 뚜렷했다.

3년씩 주기별로 감축 목표치를 두고, 2023년까지 총 16만명을 감축한다는 계획이었다.


 1주기(2014~2016년) 목표는 2017년이 될 때까지 4만명을 줄이는 것이었는데,

 실제로 당시 전국 각 대학에 재정 압력을 넣으면서 총 4만7000여 명이 줄었다.

문제는 이 같은 감축 방식으로 인해 대학들이 ‘점수 따기’에 골몰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특히 지방 전문대학이 직접적인 타격을 입어 일반대학과 전문대학 간의 양극화를 극대화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대학 측의 볼멘소리도 커졌다. 평가 자체가 부담이라는 불만이 나왔다.

그래서 문재인 정부는 기존 구조개혁 평가를 ‘대학 기본역량 진단’이라는 이름으로 바꾸었다.


박근혜 정부가 상위권 대학을 포함해 전국 전체 대입 정원을 줄이는 것으로 목표를 삼았다면,

문재인 정부는 결과적으로 하위권 대학의 정원을 감축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정비했다.

 정원을 줄이지 않아도 되는 대학은 ‘자율개선 대학’이라는 이름으로 안전권에 접어들었지만,


위태로운 학교는 그 위험의 크기에 따라 ‘역량강화 대학’ ‘재정지원 제한 1유형’ ‘재정지원 제한 2유형’ 순서로 나뉘었다.

그 결과 수도권 4년제 대학은 상대적으로 자율개선 대학 비율이 높은(87.9%) 반면 지방대학은 평균을 밑돌았다.

 특히 호남과 제주 지역에 있는 4년제 대학은 소위 ‘안전한 대학’ 비율이 62.5%에 불과했다.


문제는 2021년으로 예정되어 있는 ‘세 번째 평가’다. 올해부터 진학 가능 인구는 대폭 줄어들기 시작하는데

 사실상 올해 각 대학이 어떻게 전략을 짜느냐에 따라 내년도 평가 결과가 좌우된다.

그런데 기준이 대폭 바뀌었다. 교육부는 지난해 8월, 세 번째 대학 기본역량 진단 기본계획을 발표하며


앞으로 정원 감소 대신 충원율을 평가 기준으로 삼겠다고 발표했다.

인구가 빠른 속도로 줄어들어 정부가 인위적으로 ‘감축 목표’를 정하는 대신, 각 대학이 충원율을 올리기 위해

 알아서 대입 정원을 감축하도록 유인하겠다는 의미다.


지난해 12월10일, 대전시 KT인재개발원에서 이 ‘세 번째 기본역량 진단’에 대한 설명회가 열렸다.

2020년 한 해 동안 각 대학을 평가하는 기본 방향을 듣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수백명이 모였다.

설명회는 전국대학노동조합(대학노조)과 전국교수노동조합(교수노조)의 연단 점거 농성으로 무기한 연기되었다.


대학노조와 교수노조 측은 정부의 대학 평가 정책이 대학 서열체제를 공고화하고 지방대의 몰락을 가속화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배포된 기자회견문에서 대학노조는 “지방의 4분의 1

 많게는 100개 가까운 대학을 폐교로 내모는 (교육부의) 진단(대학 평가 정책)은 대학과 지역 붕괴를 가속화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

이들이 점거농성까지 불사한 데에는 나름의 사정이 있다.

교육부가 3년마다 실시하는 ‘대학 기본역량 진단’이 전국 각 대학의 생사를 결정할 만큼 중요한 평가이기 때문이다.

전국 대학 100여 개가 문을 닫을 것이라는 주장도 허투루 듣기 어렵다.

수도권 대학, 특히 서울에 위치한 대형 종합대학은 충원율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지방 국립대도 안심 못해

반면 정원 미달 사태를 수차례 겪고 있는 지방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허겁지겁 정원을 줄여야 한다.

정원을 줄이는 것은 대학 재정을 줄인다는 의미와도 같다.

특히 신입생 충원율뿐 아니라 재학생 충원율도 중요한 지표이므로 지방대학 처지에서는 ‘중간에 떠나려는 학생’도 붙잡아야 한다.


미등록 등으로 인한 지방대학의 중도 탈락 비율은 수도권 대학에 비해 심각한 수준이다.

아래 〈그림 2〉는 2018년 기준, 정원 500명 이상인 전국 일반대학 가운데 중도 탈락 학생 비율이 높은 대학을 추린 결과다.

2018년 전국 4년제 일반대학의 평균 중도탈락률 4.6%를 훨씬 상회한다.


이들 20개 대학 가운데 수도권에 위치한 대학은 세 곳에 불과하다. 대전광역시에 있는 국립대 한밭대학교마저 중도탈락률 10%를 넘어섰다.

 자퇴 비율 역시 높게 나타난다.

가령 송원대(광주광역시)와 한국국제대(경남 진주)는 재적 인원 3000명이 넘는 ‘규모가 꽤 되는’ 학교이지만

 자퇴 비율이 각각 7.16%, 7.13%에 달한다.

학생이 제 발로 대학을 떠난 비율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해당 대학 구성원 사이에서 학교에 대한 비관적 평가가 많다는 의미다.

당장 신입생 충원율을 걱정해야 할 학교도 많다.

 아래 〈그림 3〉은 2019년 기준 신입생 충원율이 낮은 대학을 추린 명단이다.

 재단 일가의 사학비리로 몸살을 앓고 있는 경주대는 지난해 신입생 충원율이 20.5%에 불과했다.

한려대(전남 광양, 23.1%), 제주국제대(제주, 41.6%), 한국국제대(경남 진주, 42.6%) 역시 정원 내 모집 인원의 절반도 채우지 못한 상황이다.

이들 대학은 사실상 ‘위기 징후’가 널리 알려진 경우라고 보아야 한다. 〈그림 4〉는 전국 주요 폐교 대학 및 2019학년도 학자금 대출 제한 대학의 분포도다. 학자금 대출 제한 대학은 2018년 평가 결과 정부가 ‘위태로운 상황’임을 공표해 긴급 처방에 나섰다는 의미다. 〈그림 4〉에서 확인할 수 있듯 이미 사라지거나 위태로운 대학 대부분이 지방, 특히 영호남에 자리하고 있다(전체 32곳 가운데 22곳).

문을 닫은 대학 대다수는 사학비리에 휘말린 곳이다. 가령 서남대, 한려대, 광주예술대, 신경대는 서남학원 설립자 이홍하씨의 일가가 ‘문어발 개교’를 한 곳이다(〈시사IN〉 제524호 ‘서남대 사례로 본 비리 사학 흑역사’ 기사 참조). 폐교한 한중대(강원 동해시)와 대구외대(경북 경산시) 역시 교육부 감사에서 재정 파탄과 비리가 드러난 바 있다. 그러나 폐교와 도태 위협은 비리 사학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비리 사학에서 먼저 위기가 드러났을 뿐, 앞으로 5년간 이어질 입시 인구절벽 현상을 고려하면 위기에 봉착하는 대학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인구절벽 문제는 교육 현장에 아이러니한 결과를 초래한다. 초·중등 교육의 경우 일선 학교의 통폐합과 폐교가 일찌감치 진행됐지만, 동시에 학생 1인당 교육비가 더 늘어나고 교실 내 정원이 줄어들어 교육의 질을 높이는 효과를 거두기도 한다. 공립학교 중심으로 정부 차원에서 신속하고 유연하게 대응하면 위기를 기회로 삼을 수 있는 셈이다.

사학이 중심인 고등교육 현장은 다르다. 사학 재정을 지탱하는 두 축은 정부 지원과 등록금이다. 입학 정원은 등록금 수입의 원천이라 쉽게 포기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정원을 줄이지 않으면 충원율이 떨어지고, 이는 곧 정부 지원의 절감 위협이 된다. 정부의 유연한 대응이 어려운 상황에서 지방 사학은 생존경쟁에 내몰린다.

자연스럽게 학생 허위 등록과 같은 꼼수가 횡행할 수 있다. 허위 입학원서를 접수해 일종의 ‘유령 학생’을 등록시키는 방법이다. 이미 허위 신입생 부풀리기는 수차례 적발된 적이 있다. 경주대는 2017학년도 ‘만학도 특별전형’ 신입생을 선발하면서 허위 입학원서 400여 부를 접수해 조직적인 신입생 부풀리기를 시도하다 적발됐다. 부산경상대도 교육부 조사 결과(2019년 3월 발표) 2016~2018학년도 신입생 가운데 지원자의 학업 의사를 확인하지 않은 채 29명을 허위 모집했다.

그렇다면 대학이 폐교될 경우 어떻게 될까. 지방 사립대의 폐교는 교원과 학생, 지역에 다층적인 위기를 불러온다. 가장 먼저 폐교 대학 교직원들의 노동 문제가 발생한다. 대부분 사학이 버틸 때까지 버티다 쓰러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한중대는 2018년 9월 기준 미납 급여가 430억원 규모이며, 서남대 역시 2017년 11월 기준 330억원에 달하는 급여를 지급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용기 전 서남대 교수가 2018년 사학진흥포럼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서남대 폐교 후 직장을 잃은 교수는 총 151명이며 이 중 61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 전공에 맞는 학과로 이직한 경우는 8.1%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2018년 11월 조사 당시 시간강사로 내몰리거나 재취업을 하지 못한 인원은 전체 응답자 중 45명(약 72%)에 달했다.

폐교 여파는 지역에 장기적으로 더 깊은 상흔을 남긴다. 방치된 ‘빈 대학’은 자칫 우범지대가 될 가능성이 있으며 인근 지역의 자산가치 하락으로 이어진다. 지역 중소도시의 경우 젊은 인구를 붙잡을 만한 유인 동기도 사라진다.

누구보다 가장 치명적인 피해를 보는 쪽은 재학 중이던 학생이다. 폐교 위기에 몰린 대학이라고 해서 신입생 모집을 중단하지는 않는다. 대학 처지에서 주 수입원인 등록금을 받기 위해 마지막까지 학생을 모집한다. ‘열악한 재정으로 버티는 기간’과 ‘폐교’ 사이 완충 기간이 없다. 그러다 보니 폐교한 해에도 신입생이 학교에 남아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학교를 다니던 학생들은 결국 특별전형을 통해 인근 지역 대학에 편입해야 한다. 문제는 정부가 인근 대학에 편입생을 받아달라고 강제할 수도 없다는 데 있다. 일부 대학은 “해당 대학에 재학 중이던 학생의 학업 수준을 신뢰할 수 없다”는 이유로 편입을 거부하기도 한다.

한중대·대구외대 1493명 갈 곳 잃어

2017년 최종적으로 폐교가 확정된 한중대와 대구외대의 경우 2018년 2월부터 총 재적생 1493명이 갈 곳을 잃은 채 뿔뿔이 흩어졌다. 이들 가운데 정확히 몇 명이 어떤 진로를 택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일부 지방대는 정원을 채우기 위해 이들을 받기도 했다. 이렇게 특별편입 전형이 열려도 학생 개인이 넘어서야 할 벽이 또 있다. 편입 대상 학교 구성원의 반발이다. 예를 들면 2017년 폐교한 서남대 의대 재학생 일부는 교육부 방침에 따라 전북대 의대에 편입했다. 기존 전북대 의대 학생들은 교육부의 이 같은 방침에 크게 반발했다. 2018년 1월8일 시위에 나선 전북대 의대 학생들은 “서남대는 2010년 초반부터 부실 대학으로 끊임없이 선정됐다. 이런 환경에서 교육받은 서남대 의대 학생들이 전북대 의대 학생들과 동일한 교육을 받을 자격이 있는지 평가받아야 한다”라며 거리로 내몰린 학생들의 ‘학업 자격’을 증명하라고 주장했다. 폐교는 학생들의 잘못이 아니지만, 그 후유증과 멍에는 오롯이 학생들에게 전가된다.

ⓒ연합뉴스2018년 1월 전북대 의대 학생들이 서남대 의대생의 편입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학교가 사라지면 졸업생 역시 각종 증명 발급이 어렵다. 학적기록을 떼어줄 직원도, 전산 기록도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26일에 방문한 한중대의 경우 이미 서버 보관실이 부서진 채 방치되어 있었다. 서버에 꽂힌 하드디스크는 절도범들이 챙겨 달아난 뒤였다.

인구 감소라는 재앙으로 학생 수 4분의 1이 줄어든다면 결국 일부 대학의 폐교는 어쩔 수 없는 현실이 된다. 정부 당국도 예고된 재앙을 잘 알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해 8월7일 발표한 ‘인구구조 변화, 4차 산업혁명 대응 대학혁신 지원방안 발표(이하 대학혁신 지원방안 발표)’를 통해 폐교 대학 후속 지원 및 자발적 퇴로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사학진흥재단을 폐교 후속 지원 전담기관으로 지정하고 전문적인 법인 청산 기구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폐교 교직원의 임금체불 및 기록물 보전 등을 위해 전담기구를 설치·운영하겠다는 의사도 밝혔다. 잔여 자산 일부를 설립자가 회수할 수 있도록 일종의 ‘퇴로’를 마련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교육부의 이 같은 방안은 당분간 미뤄질 가능성이 크다. 20대 국회에서 이런 폐교 대응안이 담긴 사립학교법과 한국사학진흥재단법 일부개정안이 상임위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오영훈 의원이 지난해 6월에 발의한 이 법안은 한국사학진흥재단을 폐교 대학 재산 청산인으로 정할 수 있도록 하고, 사학진흥기금을 해산 법인 청산절차 지원 및 관리 자금으로 투입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지난해 11월20일 상임위에서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반대로 결국 회기 내 통과가 어려워졌고, 새로 구성되는 21대 국회에서나 다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일부 대학의 폐교를 피할 수 없다 해도, 가장 좋은 대안은 지방 사립대가 존속할 수 있는 활로를 찾는 것이다. ‘새로운 학생’을 발굴해 교육시키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성인 학습자를 위한 평생교육 시스템으로 지방 사립대가 탈바꿈하는 방법이다. 이를 위해서는 성인 학습자를 위해 학제를 전면 개편해야 하기 때문에 오랜 시간과 노력이 소요된다.

정부 차원에서는 해외 유학생을 대폭 확보하는 방안도 제기된다. 교육부는 지난해 8월 대학혁신 지원방안 발표에서 대학마다 유학생 인원을 늘릴 수 있도록 유학 비자의 문턱을 낮추겠다고 밝혔다. 2014년 8만5000여 명 수준이던 외국인 유학생을 2023년까지 20만명 수준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2023년 예상 부족 정원이 약 9만6000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국내 학생의 부족분을 외국인 유학생으로 상쇄하겠다는 계획에 가깝다.

대학 구조조정은 피하기 어렵다. 2021년 대학 평가에서 정부는 지방 권역별 평가(전국을 5개 권역으로 나누어서 해당 권역 내에서 경쟁토록 하는 방식)를 통해 지방대학이 일방적으로 피해를 받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충원율을 내세운 이상 지방대학의 부담이 가중된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모든 이들이 대학에 갈 필요는 없다. 모든 대학이 존속되어야 한다는 당위도 성립하지 않는다. 수도권 인구 쏠림 현상은 ‘대학 구조조정’과 연계되어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김동인 기자 astori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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