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하명수사 의혹’을 둘러싼 진실공방이 계속되고 있다.
김기현(60) 전 울산시장은 황운하(57) 대전지방경찰청장(전 울산지방경찰청장)이
2017~2018년 지휘한 ‘김기현 측근 비리 수사’가 지난해 지방선거에 개입하기 위한 청와대의 하명에 따라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황 청장은 이를 자유한국당과 검찰의 ‘혹세무민(惑世誣民)’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중앙일보는 지난 6·7일 두 사람을 직접 만나 이번 사건에 관한 입장을 들었다. 김 전 시장에 이어 황 청장의 인터뷰를 싣는다. 인터뷰는 황 청장이 『검찰은 왜 고래고기를 돌려줬을까』 출간 기념 북콘서트를 열기 전인 지난 6일 대전지방경찰청장실에서 했다.
‘靑 하명수사 의혹’ 인터뷰②황운하 전 울산지방경찰청장
경찰대 1기인 황 청장은 20여 년 동안 검찰의 수사권·기소권 분리를 주창해 왔다. 2017년 8월 울산지방경찰청장으로 부임해 검찰의 ‘고래고기 환부 사건’, 김기현 전 울산시장의 측근 비리 사건 등을 이끌었다. 지난해 12월 대전지방경찰청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얼마 전 내년에 있을 총선 출마 의지를 밝혔다. 김 시장 측이 지난해 3월 황 청장을 직권남용 등으로 울산지검에 고소·고발한 사건이 지난달 서울중앙지검에 이첩되면서 이른바 ‘청와대 하명수사’ 사건의 핵심 인물로 떠올랐다.
- ‘김기현 측근 비리 사건’을 수사하게 된 경위는.
- 정확한 기억은 없다. 지방청장이 수사 내용을 다 기억하지 못한다. 울산청장에 부임했을 때 토착비리·부패비리 수사를 주된 업무로 생각했다. 건설업자 김모씨가 아파트 건설 과정에서의 공무원 비위 행위에 관해 경찰의 수사 의지가 없다며 울산청에 진정을 제출했다. 분명 공무원들의 배후가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울산청 내 직원들, 외부 인사들을 만나면서 김기현 시장 동생과 형이 건축 브로커 일을 하며 농단을 부린다는 말을 여러 번 들었다. 이거야말로 토착비리다. 인적 개편부터 해야겠다 싶어 지능수사대를 두 배로 늘리고 적합하지 않은 인물들을 내보냈다. 김씨가 30억 용역계약서를 제출했다고 했는데 수사팀이 처음에 없다고 했다가 나중에 제출한 게 맞다고 했다. 허위보고다. 그래서 기존 수사팀을 교체했다. 지수대장이 빈자리에 성모 경위를 후보자로 올렸다. 고발인 김씨가 나에게 성모 경위를 추천해 발령냈다는 얘기가 있던데 아니다.
지수대에서 김 시장 측근 비리 사건을 담당하게 된 성 경위는 이후 강요 미수 및 공무상 비밀 누설 혐의로 기소됐다. 고발인 김씨 역시 강요 미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이 진행 중이다. 황 청장은 “성 경위가 고발당하기 전에는 김씨와 오랜 인간관계가 있는지 몰랐으며 고발당하고 바로 수사에서 배제했다”고 말했다.
- 고발인 김씨는 2017년 9월쯤 울산청 수사과장이 전화해 “재수사를 성실히 하겠다. 다시 하자”고 했으며 지수대에서 ‘변호사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자고 조언했다고 한다. 이례적이다.
- 김씨의 진정이 신빙성 있는지 수사과장에게 만나서 검증하라고 했다. 수사과장이 김씨에게 뭐라고 했는지는 모른다. 과장이 수사할 가치가 있다고 보고했다. 이후 바뀐 수사과장이 변호사법 아이디어를 냈다. 수사는 해야 하는데 의율(법원이 법규를 사건에 적용하는 일)에 문제가 있다면 고발인과 조정할 수 있다.
- 왜 꼭 수사해야 한다고 생각했나.
- 대단히 큰 수사 아닌가. 토착비리의 전형이니 수사력을 모아야 한다.
- 김 시장 건이기 때문에 의지가 강했던 것 아니고.
- 김기현이어서가 아니라 토착비리 주체가 거물이면 당연히 그에 수반한 강력한 수사 의지를 보여야 한다. 여야를 막론하고.
- 김기현 시장 측은 청장이 올 때 이미 ‘수사 아이템’을 들고 왔다고 한다.
- 터무니없는 얘기다. 이 사건 본질은 토착비리 수사다. 김 시장뿐 아니라 울산에서 권력을 가진 자는 모두 일차적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 김 시장 측근의 만연한 비리가 검찰의 수사 방해와 불기소 처분으로 덮였다. 근데 김 시장이 선거에 떨어진 이후에 과도하게 피해자 코스프레를 해 무분별하게 의혹을 제기하는 거다. 검찰이 이것을 청와대와 경찰을 공격하는 데 활용하는 것이고. 자유한국당과 검찰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토착비리 사건이 하명수사 건으로 왜곡됐다.
- 하명수사가 아니라는 근거를 제시할 수 있나.
- 지시한 쪽이 청와대든 경찰청이든 수행 책임자인 울산청장과 소통해야 하는데 수사 시작 전이든 진행 과정에서든 전혀 없었다. 청와대는 물론이고 울산 있을 때 이철성 전 경찰청장과 한 번 통화한 게 다다. 하명 이런 얘기는 전혀 없었다. 선거개입 수사라고 하는데 선거에 부정적 영향을 주려고 했으면 피고발인인 김기현을 직접 불러 조사할 수 있었다. 근데 참고인으로 전환하고 소환도 하지 않았다.
- 원칙대로 수사한다는 평소 황 청장의 말대로라면 소환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 경찰의 선거 개입 오해를 막기 위한 최소한의 배려였다. 그 정도 판단은 해야지. 꼭 필요한 수사면 했겠지만 꼭 필요한 수사는 아니라고 했기 때문에 하지 않았다.
- 김 시장 형과 동생은 꼭 필요한 수사였나.
- 그랬다. 중대 비리기 때문에. 고발장에서 김기현의 혐의는 명확하지 않았다. 그래서 참고인으로 돌렸다.
- 첩보 문건 내용을 기억하나.
- 세부 내용을 기억할 리 없다.
- 송병기 부시장이 시장 측근 비리 주요 진술자인 것을 알았나.
- 송 부시장이 제보자이자 울산시청 압수수색 영장 속 ‘익명의 진술자’인지 전혀 몰랐다. 청장은 자세한 수사 실무를 모른다. 공연한 트집이다.
- 청와대에서 온 사람들을 만난 적 있나.
- 청와대 특감반원 2명 중 한 명과 만났는지, 전화 통화를 했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고래고기 사건 얘기를 했다. 청와대에서 온 줄은 몰랐고 경찰이라기에 경찰청 본청 소속인 줄 알았다. 특감반원인 건 나중에 알았다.
- 여권 핵심 인사가 ‘황 청장을 청와대가 챙긴다’고 했다는데.
- 그 인사를 직접 만난 것은 공식 울산청 방문 때 딱 한 번이다. 직원들도 같이 있었다. 그런 쪽에다 줄 잘 섰으면 경찰청장 하지 왜 여기 있겠나.
- ‘청와대 하명수사 사건은 오히려 검찰의 선거 개입’이라고 비판했는데
- 검찰은 올해 3월 김기현 측근 비리 사건을 불기소 처분한 뒤 본격적으로 내가 고발당한 사건을 수사했다지만, 2018년 3월 내가 김기현 측으로부터 고발당했을 때 왜 본격적으로 수사하지 않았나. 최근 서울중앙지검으로 사건을 이첩해 언론 플레이를 하면서 사건을 키웠다. 총선 앞두고 출마하겠다는 황운하를 퇴직도 못 하게 막고 있다.
- 김기현 측근 비리 사건에 대한 검찰의 불기소 처분이 잘못됐다는 근거가 뭔가.
- 검찰이 불기소라는 결론을 내려놓고 짜 맞춰 몰아가려는 느낌을 받았다. 김기현 동생의 변호사법 위반 사건에서 주요 참고인이 용역계약서에 관해 진술을 번복했다. 검찰의 회유나 협박이 의심된다. 또 김 시장 동생과 형의 통장에 각각 4000만원, 1억8000만원이 있었다. 어디서 났느냐고 하니 기억나지 않는다고 해 영장을 신청했는데 검찰이 기각했다.
2014년 3월쯤부터 김 전 시장의 선거캠프에서 활동한 김모씨 등은 4차례의 경찰 진술에서 일관되게 이면계약과 관련한 진술을 했지만 검찰 조사에서 “인허가와 관련한 말을 들은 기억이 없다”는 취지로 진술을 번복했다고 한다. 이 내용은 검찰이 작성한 불기소결정문에 담겼다. 경찰은 불기소에 반박하는 의견서를 작성해 진술 번복의 진위·경위를 확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검찰은 김 전 시장 형제의 금융계좌 추적 영장을 기각한 이유가 “청탁을 약속했다는 혐의를 의심할만한 정황이 없어서”라고 밝혔다.
- 사건과 관련해 하고 싶은 말은.
- 검찰이 ‘조국 사태’에 이어 청와대 민정수석실을 겨냥하고 있다. 국민은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한다니까 환호한다. 검찰의 혹세무민이다.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할 테니 신속하게 수사해 진실을 밝혀주길 바란다. 다만 그림을 그려놓고 짜 맞추려는 억지 수사는 하지 마라.
대전=최은경 기자 choi.eunkyu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