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가족장 고수했지만..정치권 조문행렬 잇따라(종합3보)
박기호 기자,전형민 기자,김세현 기자,박세진 기자 입력 2019.10.30. 22:11
다수 시민들도 성당 찾았지만 '가족장' 방침에 발길 돌리기도
(부산=뉴스1) 박기호 기자,전형민 기자,김세현 기자,박세진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모친 고(故) 강한옥 여사의 장례를 가족장으로 조용히 치르겠다는
입장을 고수했지만 밀려드는 조문행렬을 막지 못했다.
문 대통령 모친의 빈소가 마련된 부산 수영구 남천성당은 이날 종일 차분함을 유지한 채
조문행렬이 끊이지 않았다.
이날 이른 오전만 하더라도 빈소는 문 대통령 가족과 친인척, 일부 지인들만 찾아 한적한 모습이었다. 되레 취재진으로만 북새통을 이뤘다. 일부 인사들은 조문을 하지 못하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전날, 오거돈 부산시장은 이날,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양일 간에
걸쳐 빈소를 찾았지만 청와대 측은 문 대통령의 뜻에 따라 정중하게 방문을 거절했다.
물론 빈소를 찾은 이들도 있었다.
문 대통령의 '멘토'인 부마민주항쟁기념재단 이사장 송기인 신부는 오전 10시께 빈소를 찾아 조문했고 '3철' 중 한명인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전날 조문은 못했지만 문 대통령을 만났다.
이날 빈소 조문은 오전 10시30분 예정됐던 미사를 시작으로 종교계에 이어 정치권 인사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는 배우자인 민혜경씨, 박주현 의원과 함께
미사에 참석했고 빈소도 조문했다.
정 대표의 조문이 이뤄진 후 청와대는 정치권의 조문을 받기로 했다.
다만 정당 대표로 한정했고 종교계의 경우 7대 종단 대표의 조문만을 받기로 했다.
이후 정치권 인사의 조문행렬이 본격화됐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빈소를 찾아 조문한 후 문 대통령과 20여분 동안 대화를 나눴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와 윤소하 원내대표 역시 조문을 마친 후 문 대통령에게 위로의 뜻을 건넸다.
심 대표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문 대통령이) 슬픔에 잠겨 있으니 위로를 드리고
대통령께선 '감사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자유한국당 지도부도 빈소를 찾아 위로의 뜻을 전했다.
황교안 대표는 이날 오후 6시30분쯤, 나경원 원내대표는 7시35분쯤 빈소를 방문해 문 대통령을 만났다. 문 대통령은 이들에게 "먼 곳에 와줘서 고맙다"며 감사를 표했다고 한다.
이낙연 국무총리 등 국무위원들도 추모 행렬에 동참했다.
이 총리는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도 빈소를 찾았다.
문 대통령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이 총리와 유 부총리, 진 장관이 빈소에 도착하면서,
문 대통령의 아들인 준용씨가 대신해 조문을 받았다.
이후 빈소로 돌아온 문 대통령은 이들 3명 모두 저녁식사를 하지 않았다는 얘기를 듣고
식사 장소로 함께 이동해 국정현안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고 한다.
문 대통령의 복심인 김경수 경남지사와 최측근으로 통하는 이른바 3철 중 한명인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은 빈소를 찾았지만, 청와대 측에서 정중히 조문을 거절해 돌아갔다.
또한 윤건영 국정상황실장 역시 퇴근 후 빈소를 찾았다.
이날 조문하지 못한 정치권의 주요 인사들은 31일 발인 후 열리는 장례미사에 참석할 예정이다.
문희상 국회의장과 이해찬 민주당 대표, 유성엽 대안신당 대표 등이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 인사뿐 아니라 주한 외교사절 역시 조문행렬에 동참했다.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 나가미네 야스마사 주한 일본대사, 추궈홍 중국 주한대사와
안드레이 쿨릭 러시아 주한대사가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정치권과 해외 주요 인사뿐 아니라 문 대통령의 영원한 친구이자 정치적 동지인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미망인인 권양숙 여사도 빈소를 찾아 문 대통령을 위로했다.
권 여사는 노무현재단 관계자들과 함께 빈소를 찾아 50여분 가량 머물렀다.
문 대통령 가족과 친인척의 지인들 조문도 거듭됐다.
청와대 경호팀은 성당 입구에서 문 대통령의 가족과 친인척,
지인들의 신원을 일일이 확인한 후 입장을 허용했다.
이들은 빈소 입구에서도 소지품 등에 대한 확인 절차를 거쳤다.
일부 시민들은 조문을 하려고 했지만 가족장이라는 설명에 입구에서 되돌아갔다.
자신에 대해 문 대통령 친인척이라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신원 확인이
이뤄지지 않아 입장이 금지됐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상주가 여럿인 탓에 신원을 확인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는 후문이다.
또한 문 대통령이 거제에서 출생했을 당시 직접 탯줄을 잘라줬던 이의 자제들 역시
빈소를 찾았고 강 여사가 생전에 다녔던 성당 신도들 역시 조문행렬에 동참했다.
문 대통령은 명성교회 김삼환 목사 등 종교계 인사 6명이 조문 후 식사를 하지 않고
빠져나가려고 하자 직접 쫒아나와 식사를 하고 가도록 챙기기도 했다.
다만 이들은 별도로 식사는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외에도 박찬민 케이엘씨SM 대표도 조문해 눈길을 끌었다.
문 대통령의 동생은 케이엘SM에서 선장으로 일하고 있는데 야당은 해양수산부 산하
한국해양진흥공사가 지원한 보증보조금 중 9.4%가 SM그룹 계열사인
대한해운대한상선에 쏠렸다고 주장하면서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한편 조문행렬을 맞아 문 대통령의 가족 및 친척들 다수가 빈소를 지켰다.
빈소를 찾은 이들에 따르면 문 대통령과 영부인인 김정숙 여사를 비롯해
문 대통령의 형제들이 조문객들을 맞았다고 한다.
문 대통령의 자녀인 준용씨에 이어 다혜씨도 귀국해 빈소를 지켰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도 오후 8시40분쯤 빈소를 찾아 조문한 후 10여분 간
머문 뒤 청와대 관계자의 마중을 받으며 성당을 빠져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