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관광객 유치 나선 북한..수교 70주년 맞은 북중 국경을 가다!안양봉 입력 2019.10.07. 15:36
북한의 휴일인 2019년 9월 9일(북한정권수립 기념일), 사진을 찍는 중국 단둥의 북한 노동자들
북·중 국경에 변화의 바람은 부는가?
10월 6일은 북한과 중국이 수교한 지 70년째 되는 날이었다.
트럼프와의 담판을 앞둔 김정은이 다시 시진핑을 찾을 거라는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대북 소식통을 인용해 시기, 장소까지 특정한 단독 보도도 이어졌다.
사회주의 국가에서 최고 지도자의 움직임은 그 자체가 메시지다.
시진핑의 올해 6월 북한 방문을 눈여겨봐야 하는 이유다.
북한의 연이은 핵실험과 미사일 도발로 중국의 심사가 편치 않았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중국은 UN 제재에 동참해 석탄과 철광석 등 북한의 주요 수출품을 봉쇄하는 것으로 답했다.
국경의 상인과 밀수꾼들은 전례 없는 강도의 단속에 한숨만 쉬며 일손을 놓을 수밖에 없었다.
두만강으로 들어가는 길목엔 장갑차까지 동원해 검문을 한 적도 있다.
그런 북·중 국경에 시진핑의 방북 이후 어떤 변화가 생겼는지가 궁금했다.
북한 신의주와 마주한 중국 단둥엔 북한 노동자들이 흔하다.
노동자들이 벌어들이는 달러가 북한의 주요한 외화 수입원이다.
당연히 북한의 해외 노동자 송출 역시 UN 제재 대상이다.
신규 노동자 송출이 금지된 것은 물론, 올해 말까지 기존 노동자들은 귀국해야 하는 강도 높은 제재다.
취재진은 먼저 단둥의 한 공단을 찾았다.
업종이 바뀐 것을 제외하면 2년 전 목격했던 그것과 같았다.
의류 공장에서 일하던 이들은 이제 전자제품 공장에서 일하고 있었다.
의류 공장은 원부자재를 북한에 들여보내 직접 가공하는 형태로 바뀌었기 때문이라는
브로커의 설명이 있었다. 어렵게 만난 한 북한 무역상은 올해부터 단속도 느슨해지고,
노동자들 역시 한 달에 한 번 갱신해야 했던 도강증이 두세 달에 한 번으로 수월해졌다고 귀띔했다.
해가 진 후 압록강변으로 나가봤다. 단둥과 신의주를 잇는 다리,
조중우의교 앞은 중국 관광객들로 붐볐다.
그런데 예년에 눈에 보이지 않았던 광경이 눈길을 끌었다.
몇 미터 남짓한 간격을 두고 북한 관광을 홍보하는 패널들이 설치되어 있었고,
여행사 직원들이 지나가는 관광객들을 상대로 늦은 밤까지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1일 신의주 관광, 3박 4일 평양 관광 등 상품도 여러 개였다.
문을 열어젖힌 중국 지안과 북한 만포
단둥에서 압록강을 거슬러 차로 5시간여를 달리면 지안이라는 소도시가 있다.
우리에게는 광개토대왕비와 국내성으로 잘 알려진 도시다.
맞은편은 북한 만포다.
만포가 속한 자강도는 원래 북한의 군수공업이 밀집한 지역으로 알려진 곳이다.
외부에 좀처럼 공개가 안 되었다는 얘기다.
그런데 지안과 만포를 잇는 새로운 다리의 개통식이 올해 4월에 있었다.
이곳 역시 북한 당일 관광이 생겼다.
관광객이 찍어온 동영상을 보면 여권도 환전도 필요가 없다.
중국 신분증만 있으면 되고, 현지에서는 위안화로 물건을 산다.
여행사 직원은 5월 노동절 연휴에는 예약을 받을 수 없을 정도로 사람들이 몰린다고 했다.
지안의 한 무역회사도 찾아갔었다.
투자를 위한 상담이라고 말하자, 반색하며 이런저런 설명을 해줬다.
무역 통상구가 열릴 계획을 말하던 그가 북한 노동자들 얘기도 했다.
곧 1,000명에서 3,000명 규모의 노동자가 넘어온다고 했다.
계획은 만 명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북한 노동자들이 입주한다는 공장 건물도 안내해줬다.
철문은 닫혀있었지만, 공사는 거의 끝난 듯 보였다.
문 앞바닥에서 북한산 담뱃갑을 볼 수 있었다.
지난달 28일에는 지안까지 들어오는 고속도로 개통식도 있었다.
이제 중국 동북 3성의 거대 도시 심양, 장춘, 하얼빈에서 지안까지 지척이다.
다리를 넘어 만포, 강계를 거치면 평양이다.
동북의 물류가 오갈 새로운 교역로가 된다.
북·중 국경 변화를 자세히 관찰해야 하는 이유?
지안 뿐이 아니다.
중국 포털을 검색해보면 압록강과 두만강 일대의 다리를 확장하거나
통상구를 준비한다는 현지 신문의 기사를 찾아볼 수 있다.
물론 제재라는 확실한 상수가 있다.
하지만 몇 년 냉기가 감돌았던 북·중 국경이 뭔가 변수를 준비하고 있다는 조짐은 확실했다.
과거 북·중은 혈맹이었다.
국공내전 당시 북한은 만주의 인민해방군에게 든든한 후방이었다.
이른바 혁명 세대들은 그 점을 잊지 않고 김일성-김정일 부자를 극진히 대접했다.
하지만 수교 70년이 흐른 지금, 북·중은 각자의 이해관계로 서로를 찾고 있다.
중국은 동북 3성 경제의 활로 모색이 필요하고, 김정은은 경제 건설이 시급하다.
마침 단둥과 신의주를 잇는 왕복 8차선, 신압록강대교의 북측 지역 공사를 알리는 보도가 있었다.
길을 타고 흘러들어 가는 것은 단순히 물류뿐이 아니다.
북한이 어느 경제권에 편입되는지는 바로 우리의 문제다.
제재라고 손을 놓고만 있지 말고, 북·중 국경의 움직임을 자세히 관찰해야 하는 이유다.
-중국지국(베이징) 류종훈 PD 특파원-
안양봉 기자 (beebe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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