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의 뿌리를 찾아서] 에스더 비리 의혹
대학생통일연대·희망서울 등
기존 시민단체와 유사한 이름으로
간사 1명이 여러 곳 대표 맡기도
2012 총선·학생인권조례 반대 등
정치 주요 국면마다 집회 나서
[한겨레]
‘가짜뉴스 공장’ 에스더기도운동(에스더)이 보수단체 20여개를 만들어 2012년 총선 등 주요 정치적 시기에 ‘
아스팔트 극우’ 활동에 주력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25일 에스더가 작성한 내부 자료와 관계자들의 증언을 종합하면,
에스더는 2010~2012년 보수단체 20여개를 집중적으로 만들었다.
바른말사용하기국민연대, 기독신학생유권자연맹, 서울시민의꿈, 나라사랑학부모회, 대학생통일연대,
동성애입법반대국민연합, 참희망서울시민연합, 참교육어머니전국모임, 희망서울2012 등이다.
에스더가 작성한 2011년 ‘책임간사 회의록’을 보면, 이들 단체 가운데 5개의 사무실 주소가 에스더 본부 건물로 표기돼 있다.
에스더 전직 간사 ㄱ씨는 “이용희 대표의 지시로 간사들이 기존 시민단체 이름과 비슷하게 보수단체를 만들었다.
그래서 에스더 간사 한명이 여러 단체의 대표가 됐다.
집회를 열거나 성명을 낼 때 참여 인원 규모를 과장해 정치적 영향력을 과시하기 위한 방법이었다.
집회와 성명도 모두 이 대표가 지시했다”고 말했다.
에스더는 종교적 정체성을 숨긴 채 이 단체들을 앞세워 주요 정치적 이슈마다
‘아스팔트 극우’ 진영 내에서 세를 과시했던 것으로 보인다
. 2011년 8월에는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와 관련해 진보진영이 벌인 투표 거부 운동을 비판하는 활동에 앞장섰다.
당시 오세훈 서울시장은 “개표 가능 투표율(33.3%)이 달성되지 않으면 사퇴하겠다”고 배수진을 친 상황이었다.
이들 단체는 ‘성적지향 차별금지’ 조항이 들어간 서울시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반대하는 신문광고와 집회도 주도했다.
2011년 12월 서울시 종로구 서울시의회 앞에서 열린 ‘학생인권조례 반대 범국민연대’라는 이름의 기자회견이 대표적이다.
이들이 조례 제정에 반대하는 이유로 내세운 것은 “학생인권조례 제정이 초등학생 동성애자 만든다”는 주장이었다.
학생인권조례 제정에 나선 곽노현 당시 서울시교육감도 이들 단체의 주요 표적이 됐다.
2012년 3월 교육감직 ‘후보 매수’ 혐의로 재판을 받던 곽 전 교육감의 항소심 공판 때
보수단체 이름을 앞세워 처벌을 촉구한 시위의 뒤에도 에스더가 만든 단체들이 있었다.
2012년 4월 총선 국면에서 이들은 당시 민주통합당 후보로 서울 노원구에 출마한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
진행자 김용민씨 반대 운동에 앞장서는 등 부지런히 움직였다.
총선을 이틀 앞둔 4월9일에는 김씨의 선거사무소 앞에서 반대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에스더 내부 자료인 기자회견 계획표를 보면, 연설자로 나선 보수단체 대표 6명은 모두 에스더 주요 인사였다.
이 대표는 에스더가 여러 보수단체를 만들어 활동한 사실은 시인하면서도 문제가 될 만한 점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선교단체가 나서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고 해서 시민의 이름으로 반대하는 게 좋겠다고 한 것이다.
단체들은 에스더 스태프들이 만들었다. 그들도 소신껏 (단체를) 만들 수 있는 것 아니냐”고 했다.
정권 차원의 지원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정권 차원의 지원을 받은 적도 정치 활동에 나선 적도 없다”고 말했다.
박준용 기자 juney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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