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중국 드럼세탁기 기술

참도 2018. 3. 22. 16:34

손수호> 중국이 거세게 추격하기 때문에 우리나라가 세계 1위 기술력 가진 분야가 점점 줄어들까 걱정인데요

. 그 중에 하나가 바로 드럼세탁기 모터 기술입니다.

◇ 김현정> 드럼세탁기에 들어가는 모터.

◆ 손수호> 네. 광주의 한 중견기업이 자체 개발한 건데요. 이름이 'DD모터' 기술입니다.

 모터와 세탁조 통을 직접 연결하는 고효율 기술이죠.

◇ 김현정> 우리는 뭔지 잘 모르겠지만 하여튼 굉장히 중요한 기술이라는 거죠?

◆ 손수호> 세계 1위 기술이니까요. 그런데 3년 전에 이 회사의 중국 현지 법인 연구소장 A가 중국 업체로 이직합니다.

그런데 그냥 간 게 아니고요. 이직하면서 이 회사가 생산하는 모터 전체 모델, 300 종류예요. 그 설계도면.

◇ 김현정> 300 종류의 설계도면을 싹.

◆ 손수호> 네. 설계도면과 핵심기술 정보가 담긴 업무용 노트북을 가지고 갔습니다. 전체 모델 정보를 가져간 거예요.

 또 연구원 B씨. 생산설비 설계도면을 비롯해서 6,000개 가까운 파일을 몰래 가지고 갑니다.

◇ 김현정> 이번에는 6,000개 파일입니까?


◆ 손수호> 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고요. 또 다른 연구원 3명. 앞서 말한 연구소장과 연구원의 부탁을 받고요.

 검사 방법을 비롯해서 공정 관리할 수 있는 작업지도서와 도면을 빼돌려 중국 기업에 제공합니다.

◇ 김현정> 지금 한 두 명이 아니에요. 다 한 중국 업체로 간 거예요?

◆ 손수호> 그렇죠. 그 결과 그동안 축적한 업체의 기술과 노하우가 중국 업체로 다 가버렸습니다.

◇ 김현정> 탈탈 털린 느낌인데요.


◆ 손수호> 그리고 이 중국 업체가 낮은 인건비를 활용해서 우리나라 업체보다 더 싼 가격으로 제품을 만들었고요.

 이게 우리나라로 역수출되기까지 합니다. 결국 우리 업체가 큰 타격을 입고 있는데.

 연 평균 200억 원 이상의 매출 손실이 우려되고 있습니다.

◇ 김현정> 아니, 한 기업이 어떤 독보적인 기술 하나를 얻으려면 그동안 들인 노력, 시간, 돈이 얼마일 텐데

그걸 빼돌려서 외국 업체에 팔아먹는 거. 이거는 도의적인 배신 이 수준이 아닌데요.

◆ 손수호> 그럼요. 심각하죠. 그러면 이렇게 빼돌린 사람들이 받은 대가는 도대체 어느 수준인가? 궁금하죠?

경찰 조사 결과로 드러났는데요. 연구소장 A씨는 연봉 1억 6000만 원에 항공권, 주택, 차량 제공 약속을 받았어요.

◇ 김현정> 그 어마어마한 걸 빼갔는데 1억 6000만 원이에요, 그거 대가 받고?


◆ 손수호> 네. 또 연구원 B씨는 3억 원을 받았습니다. 자기가 몸담고 일했던 회사와 조국에 미친 피해에 비하면 큰돈이라고 보기 어렵죠.

◇ 김현정> 그 대가를 받고 그걸 팔아먹어? 이런 얘기가 절로 나오는데요.

◆ 손수호> 지금 부정경쟁 방지 및 영업비밀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상태입니다.

◇ 김현정> 구속 기소. 엄정한 처벌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손 탐정님.

 혹시 몹쓸 짓이기는 하지만 우리나라 기업도 다른 나라 기술 훔쳐오는 이런 산업 스파이 경우가 있었습니까?

◆ 손수호> 있죠. 그런데 찾아봤지만 최근에는 확 눈에 띄는 사건이 없는 것 같아요.

◇ 김현정> 우리나라가 가져온 경우는.

◆ 손수호> 그래서 좀 예전으로, 과거로 거슬러 가봐야 하지 않을까.


◇ 김현정> 과거 언제요?

◆ 손수호> 고려시대로 가볼까요?

◇ 김현정> (웃음)

◆ 손수호> 너무 많이 갔나요?

◇ 김현정> (웃음) 고려시대 산업 스파이가 누가 있어요?

◆ 손수호> 목화씨를 몰래 가져온 문익점. 이 사건도 지금 기준으로는 산업 스파이로 볼 수 있는 거죠.

◇ 김현정> (웃음) 목화씨를 몰래 가져온. 그러고 보니까 그렇기도 하네요.

◆ 손수호> 물론 결과적으로는 좋은 결과를 낳았지만.

◇ 김현정> 이건 너무 오래전 얘기니까 패스하고.

◆ 손수호> 그럴까요. 그런데 1986년에도 현대판 문익점 사건이 있었습니다.

◇ 김현정> 86년에?

◆ 손수호> 식품회사 사건인데요.

 

◇ 김현정> 혹시 그 유명한 간장 회사 사건 아니에요?

◆ 손수호> 맞습니다.

◇ 김현정> 그거 맞죠?

◆ 손수호> 네 그 간장 회사의 오 모 상무가 기술을 배우려고 일본에 갔어요.

 일본의 유명 간장 제조업체를 방문했습니다.

◇ 김현정> 맛이 좋다고 소문난 일본의 간장 업체를 방문한 겁니다, 기술 배워보려고.

 그런데 가르쳐주질 않는 거죠, 거기서.

◆ 손수호> 간장 발효할 때 어떤 종류의 곰팡이를 쓰는지가 중요해요.

간장 맛이 여기서 좌우되기 때문인데요.

◇ 김현정> 간장 맛이 곰팡이 맛.

◆ 손수호> 그런데 일본 회사가 당연히 이걸 알려주지 않았겠죠.

◇ 김현정> 당연히 그랬겠죠.

◆ 손수호>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이 오 상무가 기발한 생각을 합니다.

◇ 김현정> 어떻게요?


◆ 손수호> "곰팡이 입자가 굉장히 작지 않나. 그렇다면 혹시 코로 들이마실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한 건데요.

그래서 오 상무는 발효실에 들어가서 숨을 크게 들이마십니다.

◇ 김현정> (숨소리) 이렇게?

◆ 손수호> 잘 하시네요. 그렇게 들이마신 다음에 밖으로 나와서 바로 휴지에 코를 풀었습니다.

그리고 그 코 푼 휴지를 소중히 간직하고 귀국했어요. 그리고는 휴지에 묻어있는 내용물을 분석했죠.

◇ 김현정> 분석해 보니까 곰팡이가 진짜 있었어요?

◆ 손수호> 네. 있었습니다. 일본 업체가 사용한 곰팡이 종류를 알아내는 데 성공했어요.

이걸 활용해서 실제로 새로운 간장을 만들어냈습니다.

◇ 김현정> 그래서 우리가 아는 그 유명한 간장 회사가 되는 거예요?

◆ 손수호> 딱 그것 때문이라고 하기는 어려울지 몰라도, 이런 노력까지 거죠.

 

◇ 김현정> 그러니까 이거는 몹쓸 스파이는 아니네요. 왜냐하면 오라고 견학을 시켜줬는데 가서

기발하게 재치있게 숨을 들이마신 거니까, 몰래 잠입한 게 아니니까.

◆ 손수호> 몰래 들어간 건 아니지만, 혹시 유출 금지 서약을 하지는 않았을까.

◇ 김현정> 그건 우리는 모르는 얘기지만.

◆ 손수호> 만약 했다면 그 서약은 위반한 게 되겠죠.

◇ 김현정> 공소시효는 지났죠?

◆ 손수호> 공소시효, 소멸시효 이미 한참 지났죠. 일본 법에 따르더라도.

◇ 김현정> 다행입니다. 오늘 밝은 사건 하자고 그러시더니 결국 코 푼 얘기 하나 하시네요.

◆ 손수호> 밝게 코 푼 얘기죠

.

◇ 김현정> 그러니까 어쨌든 이렇게 지금 정보화 시대에 정보 기술을 둘러싼 스파이 전쟁이 온 세계에서 사방에서 펼쳐지고 있다는 얘기예요.


◆ 손수호> 그렇습니다. 그런데 이 정보 유출에 대한 우리의 대처는 좀 미흡한 것 같아요.
 혹시 '상하이 스캔들'이라고 들어보셨나요?

◇ 김현정> 저는 기억하죠. 저는 시사뉴스를 매일 하니까 상하이 스캔들 기억합니다.

◆ 손수호> '덩 여인' 사건이라고 하면 기억을 되살리기 더 쉬울 것 같은데요.

 중국 상하이 주재 한국 영사관 직원들이 얽힌 사건이었어요.

◆ 손수호> 그렇습니다. 영사관 직원들하고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그걸 통해서 정보를 수집했다는 의혹을 받은 중국인 덩 씨

, 덩 여인 사건이었는데요. 2011년에 있었던 일이죠. 중국인 덩 씨는 우리 말을 잘 했는데요. 이화여대에서 공부했다.

◇ 김현정> 그러니까 덩 씨 자기소개인 거예요. 내가 20대 초반에 한국 유학 갔다 왔어.

 이대에 유학을 갔다 와가지고 한국어를 잘한다. 이렇게 소개를 했어요. 그런데 이거는?


◆ 손수호> 그런데 이대에서 기록 찾아봤지만 없었어요.

◇ 김현정> 그러니까 거짓말일 가능성이 아주 커요.

◆ 손수호> 그리고 중국 최고 실력자였던 덩샤오핑, 등소평이라고도 부르죠.

 성이 같잖아요. 내가 덩샤요핑 친손녀다.

◇ 김현정> 내 할아버지가 덩샤오핑이다?

◆ 손수호> 이렇게 이야기하면서 상하이 한국 교민들에게 접근했습니다.

◇ 김현정> 중국인이 맞기는 맞는 거죠? 한국말 잘하는 중국인.

◆ 손수호> 네. 잘한대요. 그런데 중국 고위층하고 친해지길 바라는 한국인들이 얼마나 많겠습니까?

 결국 그들 사이의 연결 그리고 민원창구 역할을 했어요.


◇ 김현정> 그래서 한국을 잘 알고 한국을 사랑하는 중국인. 심지어 덩샤오핑의 손녀 이러니까

 '야, 중국에서 사업해서 성공하려면 저 덩 여인하고 친해져야 돼.' 이렇게 소문이 교민 사회에 쫙 난 거예요.

◆ 손수호> 실제로 여러 역할을 했다고 합니다. 또 교통단속도 안 받았고요.

 그러다 보니 일반 교민들뿐 아니라 상하이 주재 총영사관에 부임해 온 외교관들도 덩 씨에게 접근했어요.

◇ 김현정> 우리 외교관들도 저 덩 부인 통하면 중국 사회하고 뭔가 활동을 할 수 있을 거야, 이렇게.


◆ 손수호> 네. 그런데 그중 일부는 연인 관계로 발전했고. 급기야 덩 씨를 사이에 두고

 영사들끼리 싸움을 벌이기까지 합니다.

◇ 김현정> 싸움이 벌어진 거예요.

◆ 손수호> 실제로 덩 씨를 사이에 두고 서로 격투를 벌였고요. 언론에도 많이 나왔죠.

◇ 김현정> 지어낸 얘기가 아니라 지금도 찾으면 나오는 얘기입니다, 덩 부인 사건.

◆ 손수호> 포털에서 기사 검색해 보십시오.

◇ 김현정> 그때 굉장히 자극적인 보도도 많이 나왔어요.

◆ 손수호> 서로가 서로의 치부를 폭로하는 벽보를 붙이고 투서도 넣고 정상이 아니었죠.

 또 어떤 공무원은 덩 씨에게 편지를 보냅니다. '제 사랑은 진실이고 영원히 변하지 않습니다.

이 말을 어길 경우에는 제가 어떻게 어떻게 하겠습니다.' 각서까지 써 준 거죠

. 이건 한국 외교의 대망신입니다. 엉망진창인 상황이었죠.


◇ 김현정> 그런데 이렇게 그냥 망신당하고 끝난 게 아니었잖아요.

◆ 손수호> 그렇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문제가 더 큰 건데요. 놀랍게도 상하이 총영사까지 연루됐습니다.

◇ 김현정> 총영사, 총책임자까지.

◆ 손수호> 왼손으로 와인 잔 들고 오른팔로는 덩 여인 어깨를 감싸 안고 있는 사진이 공개됐죠.

 사진을 보면 친밀도가 굉장히 높아 보여요. 그런데 그뿐만 아니고요.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당시 후보의

 선거대책위원회 비상연락망을 촬영한 사진도 발견됐습니다.

 알고 보니 와인잔 들고 함께 찍은 사진하고 같은 카메라로 촬영됐어요.

◇ 김현정> 덩 여인한테서 그 비상연락망이 나온 거예요? 이명박 캠프의 비상연락망이?

◆ 손수호> 덩 씨의 카메라로 찍은 거였습니다. 그런데 그 비상연락망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을 비롯해서 당시 고위층 인사와 실세들의 전화번호가 다 있었고요.

 또 한국인인 덩 씨의 남편이 아내 덩 씨의 비밀금고에서 파일을 찾아냈습니다.


그 파일에는 영부인 김윤옥 여사의 전화번호 그리고 대통령의 2008년 상하이 방문

일정과 동선 등 기밀사항까지 들어 있었습니다.

◇ 김현정> 정리를 해 보죠. 그러니까 중국인 덩 부인하고 여러 명의 한국 외교관이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심지어는 총영사까지 연루가 됐는데 그 덩 부인 카메라에서는

이명박 캠프, 당시 대선 후보, 유력한 후보의 비상연락망, 대통령 일정,

 기밀 파일, 동선파일 이런 게 다 나왔다는 거예요?

◆ 손수호> 그렇습니다. 덩 씨가 외교관들 몰래 탈취했을 수도 있지만,

 외교관들이 미인계에 넘어가서 알아서 정보 제공했을 가능성도 있죠. 의심해야 합니다

. 이런 걸 덩 씨 남편이 공개한 거예요. 그런데 덩 씨 남편은 당시에 이 사실을 공개하면서

청와대와 법무부에 신변보호 요청을 함께 했습니다.

◇ 김현정> 왜요?


◆ 손수호> 사안이 중대하고 한국, 중국 정보 관련 사안이다보니 본인이 신변의 위협을 느꼈던 거죠.

그런데 우리 정부는 이런 사실을 다 알면서도 쉬쉬했습니다. 덩 씨 남편을 보호한 게 아니라 자기 식구인

 공무원들 감싸기에 급급했어요. 문제된 공무원들이 조용히 퇴직하도록 조치하고 마무리했습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덩 씨 남편은 한국인이었잖아요. 한국인 남편이 이상하다고 신고했는데

 수사가 제대로 안 되고 그냥 흐지부지. 그러면 덩 여인이 진짜 덩샤오핑의 손녀인지 한국에서 공부했는지

 이거 다 하나도 밝혀진 거 없이 끝난 거예요?

◆ 손수호> 그렇습니다. 특히 의혹의 중심에 있었던 당시 총영사, 김 전 총영사는요.

오히려 이 덩 씨 남편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했어요. 남편이 사진을 조작해서 공개했다는 주장인데요.

◇ 김현정> 나는 아무 관계 아니다 이러면서?

◆ 손수호> 그런데 검찰 수사 결과 김 총영사의 주장과 달리 그 사진들은 조작되지 않았음이 드러났습니다.

결국 검찰은 덩 씨 남편에 대해서는 무혐의 불기소 처분을 했고죠.

 그런데 지금 당시 그 총영사가 모 야당에서 선거 출마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지방선거에?

◆ 손수호> 네. 최근에 언론에도 나왔죠, 많이.

◇ 김현정> 저는 누군지 알겠습니다마는 아무튼. 그러니까 이 덩 부인의 정체도 모르고 진짜

스파이인지 뭔지도 모르고 코믹하게 사건이 끝나버렸어요. 외교가에서 망신당하고.

◆ 손수호> 그렇습니다. 당시의 우리나라 국회의원들도 이건 중국 정보 당국의 미인계라고

 주장하면서, 덩 씨 신병 인도를 요청하고 수사 시작하라고 촉구했습니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요. 중국도 그 덩 씨의 뒤를 봐준 관료들 조사하겠다고 했지만 그 후 별다른 소식이 없습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우리가 덩 부인을 의심하는 이유가 뭐냐 하면 여러분, 중국이요.

이런 식으로 미인계를 써서 다른 나라에도 작업을 하다 걸렸던 적이 꽤 있어요.

 2004년에는 일본, 2008년에는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의 중국 방문 수행원이 또 당하기도 하고

이런 일들이 있었기 때문에 이게 간단히 보이지 않는 건데 우리가 참 정보 유출에 둔감해요.

 이런 생각을 하게 되면서 오늘 손 탐정의 마지막 한마디 뭡니까?

◆ 손수호> 매국노가 따로 있는 게 아니다.


◇ 김현정> 이 얘기 아까 청취자 한 분도 하시더라고요. 이완용이 따로 없다.

◆ 손수호> 나라 팔아먹는 게 매국노죠. 그런데 지금이 구한말도 아니고 어떻게 매국노가 있을 수 있냐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매국노는 지금도 있습니다. 혼자 잘 먹고 잘 살겠다고 국가에 큰 피해 입히는 산업 스파이들. 또 부적절한 관계를 유지하려고 국가 기밀을 빼돌리고 상납하는 공무원들. 이런 사람들이 바로 현대판 매국노죠. 아무리 돈이 좋아도 그렇게 살면 안 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