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한방울에 20년.. 癌 2분만에 잡아낸다
춘천=장형태 기자 입력 2018.01.24. 03:02
핵심 시장 중국서 영국기업 제치고 1위 올라
당뇨 등 37가지 질병 진단
월세 10만원 사무실에서 시작.. 年 38% 성장, 95개국에 수출
지난 15일 강원도 춘천 거두리농공단지 내 바디텍메드 공장.
이곳에서 만난 최의열(57) 바디텍메드 대표는 검지손가락만 한 흰 막대를 들어 보이며
"피 한 방울로 심혈관 질환을 진단하는 키트입니다.
기존 대형 장비는 팔뚝 정맥혈을 뽑아서 최대 하루가 걸리지만 우리 제품은 2~3분이면 검사 결과"
1만904㎡(약 3300평) 규모의 춘천 본사 공장에선 직원 100여명이 간이 키트부터 80명분의 샘플을
한꺼번에 진단할 수 있는 기기까지 7종류의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암, 당뇨, 심혈관 질환, 감염성 질환 등 37가지 질병을 진단할 수 있는 제품 라인업을 갖췄다.
춘천 공장에선 매일 기기 안에 들어가는 진단용 항체(抗體)를 배양하는 실험용 생쥐 2000마리를 소비
성수용 경영기획본부 차장은 "생쥐한테 감염 물질을 주사하면 몸 안에서 항체가 생긴다"며
"이를 뽑아서 진단 시약을 만든다"고 했다.
◇10년 만에 첫 매출 20년 전 당시 서른일곱 살이던 최의열 한림대 유전공학과
(현재 바이오메디컬학과) 교수는 제자 세 명과 함께 학교 안에 연구용 항체를 개발하는 벤처 회사
바디텍메드를 차렸다.
유전공학이 비주류이던 시절 강원도 춘천까지 공부하러 온 제자들이 취업이 안 되자 창업으로
최 대표는 "당시 국내 유전공학은 걸음마 단계로 석·박사 출신이 취직할 만한 기업 연구소는
한 손에 꼽을 정도였죠"라며 "1992년 미국 예일대에서 박사 후 과정(포닥·Post Doctor)을
밟던 중 당시 지도교수가 창업을 했던 것이 떠올랐습니다"고 했다.
학교 안 20㎡(약 6평)짜리 사무실을 월세 10만원에 빌려 시작했지만 목표는 질병 진단 분야
'글로벌 톱 10'이었다. 2000년 들어 '벤처 붐'이 일면서 '묻지 마 투자'가 밀려 들어왔다
최 대표는 "IMF 외환 위기도 견뎌낸 데다 현직 교수라는 점이 투자자들에게 어필했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투자금은 20억원에 달했다. 직원도 28명까지 늘렸다.
좀처럼 시제품이 나오지 않았다. 결국 2004년 투자금이 바닥났고 직원 20명을 정리해고해야 했다.
창업 멤버 등 8명이 남았지만 1년간 월급도 주지 못했다.
최 대표의 일과는 회사를 인수할 기업을 찾아 전국을 돌아다니는 것이었다.
그는 "직원이자 제자인 아이들이 참고 견뎌줘서 너무 고마웠다"고 했다.
창업 10년 만에 첫 매출이 났다.
2007년 전립선 비대증 치료제를 개발한 대형 제약 회사가 고객 선물용으로 바디텍메드의
전립선암 진단 키트 100만달러(약 10억7000만원)어치를 사겠다고 한 것이다.
최 대표는 밀렸던 직원 월급을 두 배로 갚았다.
이후 바디텍메드는 연평균 38%의 매출 성장률을 보이면서 미국·중국 등 전 세계
95국에 질병 진단 키트를 수출하고 있다.
작년 매출 530억원(추정치) 중 95%가 수출이다. 영업이익은 70억원 정도다.
◇철저한 현지화가 성장 비결
바디텍메드는 철저한 현지화 전략으로 세계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M&A(인수·합병)에도 적극적이다. 2016년 3월 대변 잠혈 검사(FOB), 임신 진단 검사(hCG),
감염성 질환 진단 제품을 개발·생산하는 미국 이뮤노스틱스를 168억원에 인수했다.
그해 중국 난닝에는 현지 생산 공장을 세웠다.
작년에는 상하이에 중국 기업과 합자회사를 만들었다.
최 대표는 "바이오 제품은 해외에서 인허가를 취득하는 절차가 까다롭고 기간도 오래 걸린다"며
"최대한 현지화해 4~5년 걸릴 인허가 과정을 1~2년으로 줄여야 한다"고 했다.
중국은 최 대표가 주목하고 있는 핵심 시장이다.
중국은 의사들이 의료 행위를 하지 않으면 치료비를 받지 못하기 에 검사를 더 적극적으로 한다는 것. 그는 "대기오염 심화와 두 자녀 정책 등으로 인해 매년 체외 진단 시장 성장률이
25%에 이를 정도로 유망한 시장"이라고 말했다.
이미 2012년 중국 현장 진단 검사 분야에서 영국 기업 엑시스쉴드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활발한 R&D(연구·개발) 투자도 성장 동력 중 하나다.
최 대표는 창업 후 단 한 해도 대학 수업과 논문 작성을 빼먹지 않을 정도의 '연구광'이다.
춘천 본사 직원 300명 중 90명이 연구 인력이다.
한림대와 강원대 출신 지역 인재가 주를 이룬다.
학기마다 15학점씩 강의를 해오던 최 대표는 작년부터 객원교수로 물러나 3학점만 수업을 하고 있다
.
그동안 방학 기간에만 중국·미국 등 해외 출장을 다녔는데,
본격적으로 해외시장 개척에 전념하기 위해서다.
"2년 내 매출 1000억원을 달성하고,
20년 내 매출 1조원을 올리는 '진단 업계 글로벌 톱 10' 목표를 꼭 이루겠습니다.
" 최 대표는 공장 출입용 위생 가운도 벗지 않은 채 곧바로 본사를 방문한 우즈베키스탄
바이어를 만나러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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